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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흐르는 전선을 여행하며(1)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40호입력 : 2017년 10월 17일
[수필]

 
ⓒ 고령군민신문 

달빛 흐르는 전선을 여행하며



달이 무심히도 뜬다.
환하고 둥근 부잣집 맡 며느리 얼굴을 한 보름달이 휘영청 높이도 떠오르고 있다.
나그네 역시 잠을 설쳐 부어있는 얼굴이 흡사 저렇게 멀건 모습으로 눈비빔 하는 자세가 애처롭다.

오래전에 마셔버린 빈 잔에 막걸리 앙금 생길 시간도 훌쩍 넘어 섰건만, 초점 잃은 눈으로 저 멀리 옅은 불빛을 벗하여 미동도 없이 조각물처럼 서있는 보초병의 모습을 바라다보고만 앉아 있다. 아니 아예 나그네가 보초를 서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곱게도 단장을 하고 둥그렇고 꽉 찬 얼굴을 하고 나오시는 달님은 마음이 흡족하시나 보다. 하지만 나그네의 가슴은 반달에도 못 미치는 초승달을 그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달님은 참 속도 좋으시다.
지상에서는 휘몰아치는 폭풍도 있었고 눈발이 빗발치기도 하여, 미풍에도 쉽게 흔들리는 작은 촛불들이 힘차게 모여 역사를 수정하여 세우기도 하였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조금 안타까운 이름으로 표현되는 현실 앞에 다양한 모양으로 일렁이며 살아 온 아니 살아가고 있는 나그네의 조금은 모자라는 모습조차 근면성실로 살아온 정성을 인정하시는 듯 저리도 아름답게 웃고 계시는가 보다.

하기야 저 분 앞에서 조그마한 무엇도 감추거나 쉰 소리를 하기는 물론 생각조차 할 수 없음은, 한 세월 나름으로 풍미하다 잠시 짬을 내서 안식(安息)을 즐기고 있는 꽁꽁 언 얼음장 밑에서 숨 죽여 동면(冬眠)하고 있는 하느님이 허락하신 다섯째 날에 눈을 떠 생명을 얻은 물고기조차 얇은 뱃가죽 속에 감추어져 있는 창자 속까지, 국제경제 정세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나 차관(借款)으로 얻어온 눈물 젖은 꾸겨진 지폐모양처럼, 다 내 보여야 할 정도를 투명하게만물이 다 잘 보이도록 환하고 밝은 빛을 내리 쏟아 붇고 계심 때문 아닌가? 저 하늘의 큰이가.

맑고 밝은 빛을 내는 저 보름달에는 크고 높은 덕망을 골고루 갖춘 신령스런 절대권자인 높은 그분이 영원무궁토록 살고 계셔서, 수발시녀 토끼 내외가 주구장천 팔이 아프도록 절구질을 하여 찰지고 맛난 음식으로 대접하여야 풍성한 은혜를 내려 주신다고 하는 전설이 포도송이 모양으로 주저리주저리 전해오고 있다.

지상(地上)의 국무위원(國務委員)격인 운무풍백(雲霧風伯)이 성실히 온 우주를 잘 관리하여 조화를 잘 이루므로, 흰옷을 좋아하고 노래 춤을 즐길 줄 아는 순박한 백성들이 특별히 고급스런 악기(樂器)가 없어도 땅을 두드려 지축을 흔들며 감동적인 멜로디로 큰이를 송축하며 천상천하가 복락을 누려오고 있다고.
하지만, 그 복락들이 골고루 잘 분배되지 않아서인지 인간들이 욕심이 지나쳐서 인지 그이가 내려 주신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여 모두들 초조하고 불안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에게 양쪽 볼이 뽀오얀 귀여운 아가가 어미의 손목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아빠 가지 말고 더 놀아줘요.’하는 배웅인사조차 편안히 즐기면서 살아갈 여유가 없는 것처럼 낡은 구두끈을 바짝 졸라매고 뛰어 가는 모습이 흔한 것 같다.

출근 시간이 아침저녁으로 정하여 진 것이 아니라, 새벽과 한 밤중일 수도 있고 이름하여 Part-Time employment (시간 고용제)라 하여 한 시간단위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사용하여 효율성을 최고도로 요구하는 현세 정서상 일가친척을 문안 방문한답시고 수일간 지체함은 오히려 불편한 관계를 초래 할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초단위의 시간마저 분할하여 초고도의 기술력으로 분별하여 사용하고 있는 신문물을 향유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인 칠팔 십년 전만해도 흔히 행하여지던 혼례나 장례문화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차원적인 교통이나 통신시설의 운영 시스템으로 인하여 효사상(孝思想)에 입각한 극진한 섬김으로 고인(故人)을 배웅하는 잔치를 하는 집을 방문하여 몇일이나 심지어는 구일장(九日葬)에다 삼우제(三虞祭)라 하여 근 보름정도를 상주(喪主)를 위로하며 기거하다 헤어지기도하고, 혼례도 예식 당일은 당연지사고 상견례 동서례 고유례 댕기풀이례 성인례 등으로 열흘 이상을 모여 즐기면서 축하하던 정서를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세대간 갈등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닐까?

같은 맥락으로, 요즘은 높은 곳에서 그분이 주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사용하며 조금 남은 자투리 시간을 퍼즐조각처럼 다시 재구성하여 하루가 25시간도 되고 심지어는 26시간도 더 되게 살아가다보니까, 아빠의 출근시간이 아가가 꿈나라 공주가 되어 왕자님과 노늬는 시간대라서 가끔 크레파스로 공주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생각은 곱고 가득 차도록 그려진 한 장의 그림으로 인사를 하고 있을 따름일 뿐이다.

이토록 열과 성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높은 저이의 사랑받기 충분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기에 달님은 오늘도 태초의 약속을 잊지 않으시고 저토록 밝은 모습으로 웃고 계신다.
젊은 시절 산야를 닮은 색조로 만든 즉 위장하기 쉬운 옷을 입고 살상이 가능한 무서운 병기로 무장하고 부모형제가 편히 지낼 수 있게 온 밤을 날밤으로 지새운 시절이 있었다.

엄청 길고 긴 명절연휴를 서생(書生)이랍시고 서실에만 들어앉아 있는 것이 좀 쑤시는 모양새이며 어리석은 짓이란 생각이 들며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고 밀쳐 두기에는 시세말로 2%가 부족할 듯하여, 이번 중추절에는 가벼운 등짐하나 준비하여 길을 나서 보았다.

한 반도의 중간쯤 다시 설명하면 달나라에서 쉼 없이 절구질하는 토끼의 요염한 허리춤 정도가 되는 동부전선의 한 지점인 철원(鐵原)을 여행하면서, 기껏 높여 놓은 열기를 낭비한다고 곱지 않은 눈총을 발산하는 주인장의 투정을 안주삼아 귀뚜리는 잠자는 이 시간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초서고 있는 초병의 눈가에 번져있는 물기를, 충정과 그리움이 뒤범벅된 죽은 소나무 뿌리의 온기를 기억하는 호박(琥珀)처럼 노래하고 싶은 나그네의 마음도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아무리 깊은 산골이라 하여도 새벽이 깊을수록 서광(曙光)의 배려로 산봉우리의 테두리를 아련히 그려내면서 초병의 고달픔을 위로하며 희망을 내려 주시기도 하련만 저토록 허허털털로 지내시는 넓은 마음의 한 가위 달님은 아예 한줄기 서광으로 마음 졸면서 긴장하지 말고 호손(Nathanier Hawthorne)의 큰 바위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라시며, 태양이 미처 하루를 갈무리 못한 어제의 늦은 오후부터 아직껏 양동이로 듬뿍듬뿍 퍼주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인파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지만, 그래도 전국의 도로들은 ‘민족의 대 이동’이라 하여 정체로 몸살을 앓을듯하여, 글쟁이는 이참에 긴 연휴를 조용한 산야를 누벼보기로 작정하고 강원도 산야를 밟아보고 있다.

무엇이 급하여 그리도 일찍 저 세상으로 갔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입영기념식’이라 하여 부모형제는 물론 사랑하는 연인들의 열열한 환송을 받으면서 연병장 옆에 마련된 고급의 의자에 앉아 입영하는 장정보다 오히려 더 가슴 저려하는 가족들에게 큰절하면서 당당히 군 복무를 시작하더라만, 기억 속에만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는 퇴색된 筆子의 군 생활의 시작은 두려움과 통제된 분위였다.

추억속의 멀고먼 옛날인 그 시절에 논산 훈련소 정문을 들어가면서 인솔하는 기관병들의 눈초리를 피해서 옆에서 나와 같이 두려워하고 있는 친구, 즉 대학에서 같은 부분을 공부하여 두 사람 다 의무(醫務) 분야에서 근무 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전우와의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그 친구는 군의학교라 하는 군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하여 일반 보병으로 근무하였었고, 筆子는 운이 좋아 교육받고 군 위생병으로 근무하고 전역을 하였다.
다시 입영 당시 논산 훈련소 입구를 들어서면서 우리 두 사람은, 두 손을 꼬오옥 쥐면서 ‘우리 다치거나 죽지 말고 무사히 전역하여 고향 돌아가자.’ 하는 무언(無言)의 약속을 하였었는데 무정한 그 친구 아니 그 전우(戰友)는 서른 달의 그 짧은 시간을 못 참고 언덕을 타고 오르던 602 트럭과 함께 굴러 떨어져서 사병신분으로 엄청난 계급인 대령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나의 곁을 떠나갔었다.

필부(匹夫)로 살아가는 필자야 이제 쉽게 갈 수 없는 국립묘지 즉 현충원이지만 그 전우는 국민의 의무인 기본적인 기간의 군 생활도 마치기 전에 선착순으로 현충원에 가서 잠을 자고 있다.
요즘 사회는 서두의 말씀처럼 촉박한 시간 속에 살다보니까 명절에도 온 가족이 모여서 몇일 간 즐겁게 지내기가 어렵다고 말씀 올렸지만, 이 전우는 수십 년을 어머님의 술잔만을 명절에 받아 마시었었다.

그 어머님마저 돌아가신 지금 ‘어느 누가 술 한 잔 올릴까?’ 하는 두려움이랄까 안타까움으로 제 앞 가름도 못하는 筆者가 벌써 수년을 술잔을 올리다가 그나마 금년은 “ 야! 비급하게 약속을 못 지키고 앞서 간 친구야 지금 행복하냐? 난 점차로 용기가 줄어들어 이제 오히려 너의 위로를 받고 싶을 정도로 허전한 마음이란다.”라고 넋두리 하고 싶어서 초청장 하나 없이 나 홀로 그 시절의 군부대 근처를 무겁게 여행하다가 달빛을 맞고 있다.

현충원을 찾아 소주한잔 부어주는 것이 그나마 위로랍시고 십여 년을 해 왔지만, 오히려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허전하고 텅텅 비워진 가슴의 갈급함은 더하여져 이렇게 그때 그 자리에 와서 아들놈의 벗도 덜 되는 초병(哨兵)의 M16총에 장착된 칼끝에 맺히는 이슬을 사용하여 무정하게 떠나간 그 친구를 그리는 먹물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 일가나 친척집이라고 방문하여 몇일 밤을 지내면 患憂거나 신용불량자인가로 생각한다는데, 장가도 못가 본 이 전우는 철이 들었는지 벌써 두 번째 날의 달밤을 맞은 철없는 옛날 전우를 즐겁게 해 줄 요량으로 풀벌레도 보내주고, 계곡 물 소리도 들려주면서 筆子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고 있어서 ‘아예 이곳을 안식처로 삼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자네가 아무리 친구지만 잠시는 용납되겠지만 긴 세월은 곤란하다.’며 손 사레를 치는 삼십년전의 친구의 모습이 오히려 이 철없는 전우가 고생 할 까 걱정을 하는듯하여 귀향 차비를 하는데, 역시나 무심한 달빛은 아무 말 없이 나그네의 옷깃만 매 만져 주고 있다.

전우야! 아니 동무야 내가 손전화로 수백 장도 넘게 자네가 잠시 머물던 戰場 주변 산야를 담아놓았으니 이 메일(E-mail) 주소를 보내주시게. 보내 드리겠네.
- 수필가 동화 한 봉 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40호입력 : 2017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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