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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성묘길

시골글쟁이 동화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3년 03월 08일
시골글쟁이 동화/ 한봉수

고향으로 성묘 가는 길은 즐거울 것이다.
보통은 그렇다고 생각해도 되련만, 청명과 한식이 저만큼 한 달 가랑이나 남은 지금은 [성묘]란 말이 오히려 괴이하기조차 하다. 교회도 충실히 다니지 않지만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내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 미신을 믿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교를 신봉함도 아니다.

무엇인가 효도를 해야지 하면서 보낸 세월이 야속하게도 어머님이 천국소풍을 가신지가 꼭 오늘로 백일이다. 혹자들이 논(論)하기를 “남의 집 제사에 밤 대추 하지 말라.” 했다. 하드라만 나의 입장이 꼭 그러하다. 지난해 가을이 완숙으로 익어 갈 시절인 11월 20일. 현진건 선생님이 1924년 [개벽]에 내 놓으신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인 인력거 몰이 남자처럼, 필자도 자활수기공모전 입상수상과 경북의회에서 자원봉사대상을 입상 하는 등으로 어머님의 마지막 임종을 못 지켜 드렸다. 물론 朝夕으로 화상전화로 뼈에 사무치도록 어머님의 모습을 들어보고, 어머님의 가냘프나 힘차신 옥음(玉音)을 바라보는 행사야 매일 아침에 했었지만 아쉽고 부끄러운 내 마음을 어쩌란 말인가?

백세를 바로 눈앞에 두고 가신 어머님의 마지막 소원을 누이가 전해주기로는 “아무것도 없다. 너희들 잘 살아라.”이셨다고 전해주는 것이셨다. 진정으로 평소 어머님의 성품을 보인 것이라 육십 고개를 껄떡이며 오르고 있는 필자는 슬픔이 아니라 고마움으로 눈물이 난다. 자식을 일곱 낳아 지금껏 크게 출세한 놈은 없지만 그래도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도록 길러 놓으신 어머님이 결코 사임당에 버금가리라 생각한다. 다만 불쌍한 필자가 이 율곡선생에 크게 모자라서 어머님의 함자가 빛을 못 보신다고 생각하니 더욱 고개만 떨구어 진다.

시절 풍습(風習)에 따라, 구일장(九日葬)은커녕 삼우제조차 葬禮當日(장례당일) 같이하여 탈상을 하는 요즘 시절에 맞춘다고 우리도 그렇게 했다. 물론 목사와 권사 장로가 득실거리는 우리 집안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목련공원에 가족묘 형식으로 대리석으로 조성한 묘소가 문제 될 위험도 없으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가시는 열흘 전 까지도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셨던 당신이 수발 드는 딸에게, 어머님의 고향 친구 [곱분이 산소에 성묘라도 가시고 싶다.]고 하셔서 새봄이 오면 같이 가시자고 약속을 했었는데 못 해 드렸다고 여동생은 그것을 가슴 아파 했다.

그래서 나는 멸망한 제국의 ‘마지막 황제’의 종묘제례를 행하는 사명감처럼 성묘를 가기로 했다. 어머님의 인친척이라고 해야 어머님과 삼종(三宗)도 넘는 현대의 법률로 따져도 상속권 밖인 이모님 뻘 되시는 [곱분이 이모님]의 성묫길은 기독교인으로서도 모양새가 아니지만, 살아생전 어머님의 마음을 읽어드리는 것이 아들 된 도리라 생각해서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아들놈들이나 조카님들 눈에는 괴이하게 보일것이지만 어차피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살아가는 [꼰대]인생이니 잠시 청학동 촌장이 되는 것이 그리 부끄러운 짓도 아닌 듯하다.

장수(長壽)하시는 것이 축복이라 하지만 어머님이 93세로 장수를 하시다 보니 어머님의 친구는 물론 집안 동생 되시는 분들조차 다 명을 달리 했지만, 어머님이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곱분이 이모]를 어렵게 생각해 내셔서 부탁을 하시고 저승을 가셨으니, 성묘 다녀왔다고 거짓도 할 수 없다.
내가 노인이 되고 보니 돈을 빚진 것은 돈으로 이자를 붙여 갚으면 면책이 되지만 말로 진 빚은 돌이킬 수 없는 인격상실임을 느끼고 나서 생긴 버릇이 말빚은 지지 말고 살다 가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니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오늘 어색한 성묘를 가고 있다.

먼 옛날 외숙께서 언젠가, 그 집안이 일제시절에 이웃에 살면서 식량 부족은 느끼지 않으셨는데 당시 지하광물(금?) 채굴 현장의 감독을 하신 곱분이 아버지가 이웃들에게 인심을 후하게 얻고 살았다고 하신 말씀에 의지하여 고향 면사무소에 들려서 곱분이 이모 가계(家系)를 확인하니 현대식 문화에 익숙한 공무원들은 곱분이 이모를 알지도 못하고 또 개인 신상 운운하면서 나를 조선시대 걸인 보듯 한다. 낭패감을 느끼고 아쉬운 걸음으로 돌아서려다가 문화원에서 향토사학자로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하여 사정을 설명하니 한나절 정도 지난 시간에 그분들의 후손들이 집성촌 특유의 집안묘지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래도 낭패함을 감출 수 없다. 보통 여인들은 ‘유인 모모 모씨 지묘’라고 표시하니 곱분이를 어찌 찾는단 말인가? 할 수없이 권사 누이에게 전화로 문의 하니 별난 짓 하지 말고 돌아오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찾아보겠노라고 하자 “곱분이 남편이름이 왕바우였다.”고 어머님이 생전에 하시더란다.

왕바우를, 왕석 왕돌 대석 대돌 등으로 추정하고 백 여기(基)되는 남의 집안 묘소 비석을 살펴보니 (王乭)이란 이름의 봉분을 발견했고 행운인지 쌍분으로 되어있는 (유인 장흥 마씨 지묘)를 촬영하고 그 화면들을 다음에 어머님 산소에 가서 보여 주리라 다짐했다. 어머님이 하늘에서 보시고 웃으신다면 불효 짓 한 못난 죄 껍질을 겨우 한 개 벗을 수 있을까?“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3년 03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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