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은 쉽고 재미가 있으며 곱씹을수록 새롭게 우러나는 감동이 필요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1월 28일
↑↑ 최 계 순 전 고령군보건소 공무원
ⓒ 고령군민신문
순리를 거슬러 가는 사고의 파격도 이 작품을 살리는 요소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을 만큼 긴 여정을 달려온 노년이 오히려 유소년으로부터 상승 이미지를 학습하겠다는 발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어디에도 어렵게 읽히는 곳이 없다.
그렇다고 고뇌의 흔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솜뭉치에 물이 스며들 듯 삶이 소리 없이 녹아 있다. 좋은 수필은 이처럼 쉽고 재미가 있으며 곱씹을수록 새롭게 우러나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박명희의 「친구의 이야기」는 수필의 시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수필은 '나'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대부분이다.
수필이 고백의 문학이고 보면 당연한 이치다.
'그는 프라스틱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었다'로 시작하는「친구의 이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고 있다.
'나'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가 '그'의 이야기를 하거나 '그'의 말을 '나'가 듣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불편한 인간 관계의 짐들을 어쩌면 저 거울을 바라보며 정리하였을지 모른다. 후둑후둑 찬물로 대강 세수를 한 후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더러운 것은 비누로 깨끗이 씻어내고, 입안 가득 모여 있는 찌꺼기까지 양치질로 헹굼을 하여 저 거울 앞에 서서 중간쯤으로 정리하였을 것 같다.
비록 태어날 당시의 순백의 영혼이 아닐지라도 그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하였을 것 같다.(중략)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두고 가더라.
손을 펴니 잡은 것 주루루 흘러 모두 두고 가더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두고 가더라.
모두 두고 가더라.
투명한 피부빛을 한 아들과 사과를 깨어무는 딸의 모습도 두고 가더라.
청자빛 도자기와 삼성자동차도 두고 가더라.
날마다 쓸어안고 자던 양피 지갑도 두고 갔으며, 흐뭇하여 달고 다니던 명찰도 두고 가더라.
울타리 안으로 침입한 먼지를 못마땅한 듯 쓸어내던 프라스틱 빗자루도 두고 가더라.
닳지 않고 오래 쓰기 위하여 철물가게에서 산 것인데 그 빗자루도 두고 가더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두고 가더라.
모두 두고 가더라.
-박명희, 「친구의 이야기」中에서
수필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때 내가 경험하지 못한 남의 이야기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점의 다양화는 수필가 정진권에 의해서 여러 번 시도된 바 있다.
정진권은 수필이 굳이 1인칭 주인공 시점만 고집할 이유가 없으며, '나'아닌 '나', '남'의 이야기, 사람이 아닌 '나', 또는 '그'에 따라 시점이 자유롭게 정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평자도 지난 해 대구문학 겨울호에 '나'가 아닌 '남'을 1인칭 주인공으로 설정한 졸작「화령별곡」을 발표하여 시점의 실험성을 시도한 바 있다.
시점의 다양화는 결국 수필의 허구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앞으로 수필문단에서 많은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그 외에 박달원의 「산골마을 사람들」과 한팔용의「가정의 달에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도 노작으로,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할 작품들이다.
특히 「산골마을 사람들」은 동화와 서간문의 요소가 혼재되어 다각적인 토론이 필요하며,「가정의 달에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교훈 수필에 관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