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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1)

제5회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선생 추모 전국백일장 입상작 대학·일반부 차상(이한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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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부산스럽다.

두 아이가 등교준비로 바쁘다.

나는 소란스런 등교준비를 도우며 투덜거린다.

“학교가 집에서 한 시간이 걸리냐? 두 시간이 걸리냐? 오 분만 가면 되는 거리를 뭘 그렇게 꾸물거려? 엄마는 두 시간씩 걸어 학교에 다녔는데.......”

두 아이가 집을 나선 뒤 베란다에서서 지켜보니 멀리 학교가 보인다.

등 뒤에 가방을 탈랑거리며 뛰어가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그런데 그때, 그 뒤를 힘없이 따라가는 한 여자 아이가 보인다.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여자아이의 발걸음을 따라 멀리 고갯길이 보인다.

내 유년기의 고향길이다.

나의 고향집은 수물 일곱여 호 정도되는 작은 산골 마을에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동네에서 떨어져

산 밑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은 얼음동굴집이었다.

그 집엔 남편에게 버림받은 어머니와 버림받은 어머니를 둔 손녀를 서슬 퍼렇게 지배하던 나의 조모가 살고 있었다.

조모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이유 없이 마당으로 던져버린 저녁이면 어머니는 나의 작은 손을 꼭 쥐고 캄캄한 마을길을 빠져나와 동네어귀에 있던둥치 큰 나무 아래서 하염없이 우셨다.

그리고 철없는 난 그 나무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어머니는 얼음동굴집을 떠나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 하셨다.

살구꽃이 피던 어느 봄날, 아침에일어나 보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어머니가 나를 떠나버리셨구나! 어머니가 가셨을 고갯길에 서서 한나절이 넘도록 산 넘어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걸어가셨을 길 양쪽으로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눈물이 괴어올라 살구꽃이 꽃이 아니라 연분홍 솜뭉치처럼 보였다.

어머니가 원망스러워 산 잔디를 뜯어 속절없이 허공에 날리고 있었다.

나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다시 길어질 즈음, 저 멀리 살구꽃 사이에서 연분홍빛 깔깔이 치마가 나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인가? 꽃인가? 비탈진 고갯길을 내달려 달려가 보니 장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걸어오시는 어머니였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노? 야야, 엄마가 이뿐 강아지 한 마리 사 왔대이!”

어머니의 장보따리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점박이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한나절을 어머니를 원망하고 보냈다는 하소연도 잊어버리고 강아지를 덥석 안고 얼음동굴집으로 돌아왔다.

강아지의 이름은 제리가 되었다.

<다음호 계속>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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