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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2)

제5회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선생 추모 전국백일장 입상작 대학·일반부 차상(이한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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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작은 점박이 강아지 제리는 참 영특해서 얼음동굴집이 아주 조금 따뜻해졌다.

더불어 그 녀석은 봄·가을이 되면 꼭 배가 불러와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렸다.

그 녀석이 낳은 새끼는 어느 때는 세숫대야가 되어 우리 집에 들어왔고, 어느 때는 양은 냄비와 양은솥이 되어 들어왔다.

급기야 어느 해는 가아지 새끼를 모두 팔아 라디오를 산적도 있었다.

내 유년기가 저물 때까지 껄껄 웃음 한번 보이시지 않던 내 조모도
“그 녀석 참, 살림밑천이다.”하시며 좋아하셨다.

나에게 제리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냉전모드에 돌입하여(늘 그러하셨지만) 한랭 전선이 집을 꽁꽁 얼리면, 제리는 내 옆에 꼭 붙어 앉아 내 슬픔이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내 슬픔이 묻는 손을 핥아주며 위로해 주었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슬픈 유년기를 그 얼음동굴집에 꽁꽁 얼려 가둬두고 큰 도회지의 유학길에 올랐다.

여전히 어머니와 제리는 그 집에 함께 남았다.

암울하고 암울했던 시기였다.

어머니가 계셨던 그 집에 돌아가고 싶기도 했고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토요일이면 늘 그 집으로 돌아갔다.

비둘기호를 타고 작은 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려 살구 과수원을 지나 30여분을 지나 걸어가다 보면 고갯길에 앉아 있는 제리가 보였다.

제리는 토요일 오후이면 꼭 그 고갯길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꾸만 여위어가는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함께 들어갔다.

말없이 주말을 보내고 다시 도회지로 돌아오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제리는 꼭 나와함께 집을 나섰다.

다시 고개를 넘어 버스를 타고 기차역까지 올 때까지 제리는 달리고 달려 기차역 기차역까지 와서 나를 배웅해 주었다.

암울했던 시간은 쉽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어느 가을 토요일 오후, 어김없이 고갯길에 있어야 할 제리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 보았다.

집에서도 제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 놈이 동네 닭들을 다 잡아 먹어서……. 팔았다……. 가면서 울더라.”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훔치셨다. 나는 어머니가 이 얼음동굴집을 떠나자 제안했다.

그 후 일주일 뒤 어머니는 재봉틀 하나 달랑 들고 내 자취방에 들어오셨다.

그리고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았다.

학교를 향해서 걸어가던 아이가 앞동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아이도 어느새 아침 햇살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학교 잘 다녀와!”

손을 흔든 뒤 청소기를 꺼내 들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길을 걷는다.

내 가슴속 깊숙이 남아있는 얼음을 털어내려고 길을 걷는다.

얼음동굴집이 점점 털려나가고 분홍빛 깔깔이 치마가 흩날리던 길. 제리가 기다려주던 그 고갯길만이 남아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따뜻한 고향 길만이 가슴에 남는다.<끝>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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