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물결이 일렁이던 날 기다림에 지쳐 계실 어머님을 만났다 얼마나 오랜만인지 지척에 두고도 이 핑계 저 핑계로 화답하던 날들 볼 물이 터질 것 같은 어머님의 미소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래, 내 곁에 오래 머물고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하고 감사한지를……. 젊은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홀로 키울 자식 걱정에 눈물을 훔쳤을 내 어머님이 아니던가 삶의 고뇌와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굳건하게 살아오신 든든한 나의 어머님 딸의 손을 꼭 잡고 시장 가던 날 우리 딸이라며 묻지도 않는 분들에게 어깨에 힘을 주고 “우리 딸 왔대이, 우리 딸 아이가” 하고 자랑하시던 내 어머님의 큰 목소리 시장통 아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아는 척을 하였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던가 기다림에 지쳐 목말라 하였을 당신에게 여식 이제사 곱씹어 봅니다 쫓기듯 달려온 세월 앞에 백발이 성성한 어머님은 청미래 덩굴의 빨간 열매가 위태롭게 매달린 채로 신호를 합니다 불러도 불러 봐도 식상치 않은 어머님의 그 이름 사랑합니다 당신의 멍든 세월 여식 이제야 철이 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