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5-07 오전 11:00:2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검색
속보
;
뉴스 > 기고/칼럼

어머니! 그 말을 다시 떠올리다

명상의 창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9월 09일
카카오톡트위터페이스북밴드네이버블로그
↑↑ 권영세 전 대구용지초등학교장(아동문학가)
ⓒ 고령군민신문


어머니란 말을 떠올리는 순간 진한 향기를 느낀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포근함과 그리움을 주는 향기다.

인간 세상의 하고많은 말들 중에 어머니만큼이나 아름다운 말이 또 있을까.

나의 어머니는 지난 해 6월에 돌아가셨다.

지금도 나는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는 어머니의 생전 모습과 하얀 꽃신 사진을 지워버리지 못하고 있다.

누가 들으면 우습다고 하겠지만, 그 사진을 지워버리면 어머니가 나의 뇌리에서 영영 떠나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시골집에서 꽃신 신고 나무 지팡이 짚고 마실 가는 모습을 보며 외손녀를 시적화자로 하여 이런 동시를 썼다.

시골집 증조할머니
댓돌 딛고
대청마루 내려서시며
마루 밑에 감추어 둔
하얀 꽃신 찾아 신고
손때 반질반질 십년지기 나무 지팡이 짚고
마실가신다
아장아장 아기 걸음마
서너 발자국 걷다가
“아이고 힘들어!”
시골집 증조할머니
나무지팡이 친구랑
골목 시멘트 바닥에 앉으신다.
- 동시「꽃신 신고 지팡이 짚고」전문

내 곁을 떠나기 전 어머니는 점점 아이가 되어 갔다.

몸이 점점 작아지고, 마음도 한없이 여리어졌다.

이 세상 욕심을 하나, 둘씩 버리면서 순수한 모습으로 변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차츰 줄어들었다.

그런 어머니를 시골집에 혼자 계시도록 할 수가 없어 형제들이 의논하여 중형(仲兄)네 집에 모셨다.

몇 날이 지나면서 너무 답답해하는 어머니를 다시 시골집으로 모셨다.

이렇게 옮겨 다니다가 결국 요양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다른 가정에서도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형제들은 모두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칠남매 형제들은 별다른 의견 충돌 없이 어머니께서 편히 본향(本鄕)길 가시도록 잘 배웅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법을 써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한 해가 훌쩍 지났다.

나는 아직도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다.

문득 시골집에 가고 싶다가도 이내 그 마음이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이제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안계시기 때문이다.

시골집 아래채의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면 한길 건너 산에 있는 어머니 산소가 보인다.

할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동생이 사다 준 망원경으로 먼저 가신 아버지 산소를 보시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남편 수발에 온 정성을 쏟으신 어머니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두 해만에 서둘러 따라 가셨다.

그런 어머니의 심정을 자녀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했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할머니와 아버지 산소 사이에는 절대로 안 가신다고 했다.

돌아가신 뒤에도 시어머니와 남편의 시집살이를 해야 할까 봐 걱정을 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시집 오셔서 그 오랜 세월을 외동 며느리인 혼자 힘으로 집안 대소사를 다 감당하고, 칠남매를 잘 키우셨다.

그러면 되었지 또 무슨 시집살이를 걱정하셨을까.

어머니의 그런 생각을 모른 체 하고 기어이 그곳으로 모셨으니 불효는 아닐 런지.

흔히들 돌아가신 이가 편히 잘 있으면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머니께서는 내 꿈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그곳에서는 힘든 시집살이를 하지 않고 편히 계시는가 보다.

이 땅에서의 구십 평생이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세월이었는데 이제는 진정 편히 쉬셔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있어 거룩한 사랑의 표상(表象)이다.

자신에게는 비록 고난이 닥쳐도 자식을 보호하려는 그 마음은 본능적 모성이다.

보호받아야할 처지에서도 오로지 자식의 안위(安慰)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바로 모성애의 극치이다.

그래서 어머니란 말을 떠올리면 진한 향기가 풍겨나는 것이 아닐까.

수년 전 어느 가을 날, 시골 논두렁에 하얗게 핀 억새꽃을 보고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으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들길까지 내려와서/손짓하실까?//
가을 볕살에/ 까매진 얼굴// 하얀 머릿수건 쓰고// 논두렁에 올라서서/ 한길 쪽 건너보시는/ 우리 어머니//’(시 ‘억새풀’ 전문)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9월 09일
- Copyrights ⓒ고령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문화
생활상식
시뜨락
기자칼럼
공연/전시
사회단체
한국농어촌공사 고령지사 2026년 물관리 현장 설명회 개최  
고령 우곡수박, 전국 수박 품평회 대상 수상  
고령군, 국가유산청 방문 ... 2027년 주요 사업 예산 확보 건의  
인물 사람들
신나는 어린이날! “제20회 고령군 희망의 새싹 큰잔치”행사 개최
고령청년회의소(회장 박용빈)가 주최·주관하고 고령군이 후원한 제104회 어린이날 기념“제20회 고령군 희망의 새싹 큰잔치”행사가 5월 5일 대 
고령군, 제28회 경상북도 장애인체육대회 ‘금2, 은1, 동1’획득으로
고령군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안동시 일원에서 개최된 제28회 경상북도 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회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고령군민신문 / 주소: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월기길 1
대표이사 겸 발행인: 박병규 / 편집인: 박병규 / Tel: 054-956-9088 / Fax: 054-956-3339 / mail: kmtoday@naver.com
청탁방지담당관: 김희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병규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경북,다01425 / 등록일 :2012년 08월 24일
구독료 납부계좌 : 농협 301-0112-5465-81 예금주 고령군민신문 / 후원계좌 : 농협 301-0112-5465-81 예금주 고령군민신문
Copyright ⓒ 고령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6,583
오늘 방문자 수 : 11,365
총 방문자 수 : 59,749,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