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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 말을 다시 떠올리다

명상의 창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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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세 전 대구용지초등학교장(아동문학가)
ⓒ 고령군민신문


어머니란 말을 떠올리는 순간 진한 향기를 느낀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포근함과 그리움을 주는 향기다.

인간 세상의 하고많은 말들 중에 어머니만큼이나 아름다운 말이 또 있을까.

나의 어머니는 지난 해 6월에 돌아가셨다.

지금도 나는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는 어머니의 생전 모습과 하얀 꽃신 사진을 지워버리지 못하고 있다.

누가 들으면 우습다고 하겠지만, 그 사진을 지워버리면 어머니가 나의 뇌리에서 영영 떠나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시골집에서 꽃신 신고 나무 지팡이 짚고 마실 가는 모습을 보며 외손녀를 시적화자로 하여 이런 동시를 썼다.

시골집 증조할머니
댓돌 딛고
대청마루 내려서시며
마루 밑에 감추어 둔
하얀 꽃신 찾아 신고
손때 반질반질 십년지기 나무 지팡이 짚고
마실가신다
아장아장 아기 걸음마
서너 발자국 걷다가
“아이고 힘들어!”
시골집 증조할머니
나무지팡이 친구랑
골목 시멘트 바닥에 앉으신다.
- 동시「꽃신 신고 지팡이 짚고」전문

내 곁을 떠나기 전 어머니는 점점 아이가 되어 갔다.

몸이 점점 작아지고, 마음도 한없이 여리어졌다.

이 세상 욕심을 하나, 둘씩 버리면서 순수한 모습으로 변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차츰 줄어들었다.

그런 어머니를 시골집에 혼자 계시도록 할 수가 없어 형제들이 의논하여 중형(仲兄)네 집에 모셨다.

몇 날이 지나면서 너무 답답해하는 어머니를 다시 시골집으로 모셨다.

이렇게 옮겨 다니다가 결국 요양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다른 가정에서도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형제들은 모두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칠남매 형제들은 별다른 의견 충돌 없이 어머니께서 편히 본향(本鄕)길 가시도록 잘 배웅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법을 써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한 해가 훌쩍 지났다.

나는 아직도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다.

문득 시골집에 가고 싶다가도 이내 그 마음이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이제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안계시기 때문이다.

시골집 아래채의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면 한길 건너 산에 있는 어머니 산소가 보인다.

할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동생이 사다 준 망원경으로 먼저 가신 아버지 산소를 보시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남편 수발에 온 정성을 쏟으신 어머니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두 해만에 서둘러 따라 가셨다.

그런 어머니의 심정을 자녀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했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할머니와 아버지 산소 사이에는 절대로 안 가신다고 했다.

돌아가신 뒤에도 시어머니와 남편의 시집살이를 해야 할까 봐 걱정을 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시집 오셔서 그 오랜 세월을 외동 며느리인 혼자 힘으로 집안 대소사를 다 감당하고, 칠남매를 잘 키우셨다.

그러면 되었지 또 무슨 시집살이를 걱정하셨을까.

어머니의 그런 생각을 모른 체 하고 기어이 그곳으로 모셨으니 불효는 아닐 런지.

흔히들 돌아가신 이가 편히 잘 있으면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머니께서는 내 꿈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그곳에서는 힘든 시집살이를 하지 않고 편히 계시는가 보다.

이 땅에서의 구십 평생이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세월이었는데 이제는 진정 편히 쉬셔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있어 거룩한 사랑의 표상(表象)이다.

자신에게는 비록 고난이 닥쳐도 자식을 보호하려는 그 마음은 본능적 모성이다.

보호받아야할 처지에서도 오로지 자식의 안위(安慰)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바로 모성애의 극치이다.

그래서 어머니란 말을 떠올리면 진한 향기가 풍겨나는 것이 아닐까.

수년 전 어느 가을 날, 시골 논두렁에 하얗게 핀 억새꽃을 보고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으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들길까지 내려와서/손짓하실까?//
가을 볕살에/ 까매진 얼굴// 하얀 머릿수건 쓰고// 논두렁에 올라서서/ 한길 쪽 건너보시는/ 우리 어머니//’(시 ‘억새풀’ 전문)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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