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장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던 그 잠깐 사이에 문 밖은 이미 어르신들의 소리로 시끌벅적 장터 분위기가 연출됐다.
마을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감싸고 있는 산자락 아래 작고 아담한 흰색 2층 건물로 자리잡고 있는 신촌보건진료소.
내곡보건진료소에서 20여년을 근무하고 지난 2011년 4월이 곳에 첫 발을 들여놓은 김귀숙(58) 소장은 그 곳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로써 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때 때마침 문이 스르륵 열리며 햇밤 한 봉지를 싸들고 오신 한 어르신은 “우리 동네는 공기 좋죠. 물도 좋아서 예전에는인근 대구 사람들이 물을 길어다 먹고는 했었어요.
특히 가야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마르지가 않아요” 라며 묻지도 않는 마을 자랑을 늘어 놓았다.
화장을 곱게 한 어르신은 “마을 안까지 버스가 들어와 얼마나 살기 좋은지 모른다” 며 또 자랑 한 줌을 보탰다.
이번에는 문 밖에서 발안마를 받고 있던 어느 어르신이 기념사진 한 장을 찍어줄 것을 요청하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밖으로 우르륵 몰려나가 소박한 화단 앞에서 사진찍기에 또 집중하셨다.
그때였다. “우리를 찍지?” 동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낯선 아저씨의 모습을 포착한 한 어르신의 이 한마디에 모두들 또 수줍은 소녀처럼 박장대소를 하신다.
런닝머신을 비롯해 골반교정기, 반신욕기 등 27개의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는 건강 증진실로 다시 돌아온 어르신들은 저마다 한 가지씩 기구를 차지하며 열심히 운동에 전념하셨다. 신촌보건진료소는 2005년 11월 연면적 117.28㎡에 총1억4천800여만원을 들여 지역 17개 보건지소 및 진료소 중, 첫 건립을 했다.
어르신들은 주로 자식과 손자들에게 나눠 줄 채소 등 농사일을 비롯해 딸기, 마늘 파종과 잼을 만들거나 최근에는 햇밤과 도토리를 주우러 다니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다.
↑↑ 김귀숙 소장
ⓒ 고령군민신문
김 소장은 “우리 어르신들은 마치 농사를 취미로 하시는 것만 같아요. 자식과 손자들에게 나눠 주는 그 재미에 약 복용을 하시면서도 일을 하세요” 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 소장은 “혼자 계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진료소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 무렵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다 함께 드세요.
특히 50가구 중 37가구가 성산 전씨 집성촌이다보니 더욱더 가족처럼 지내시는 것 같아요” 또 “도시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다들 순박하세요. 손수 농사지은 배추, 무 등을 문 밖에 조용히 갖다 놓으시며 정을 나눠주시곤 하세요” 웃으며 말하는 김 소장.
그러면서 김 소장은 “진료소 앞 작은 텃밭에 고추를 몇 포기심어놓았거든요 어르신들이 당신 고추 밭 농약 뿌리러 가는 길에 슬쩍 약을 치고 가셔서 올해도 고추 농사는 풍년이 됐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