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나눠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정보 공유 일손 급한 어르신도 꼭 혈압체크 후 돌려보내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3년 10월 14일
↑↑ 김정자 소장(왼쪽)을 비롯한 어르신들이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고령군민신문
그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고령읍 저전리에는 문종이를 만드는 닥나무를 심으며 생활하는 한 선비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곳에는 닥나무가 많은 마을이라 하여 ‘닥마을. 닥마, 땅마’ 라고 불리게 됐고 그 곳에 30여년동안 터를 잡고 있는 곳이 있다.
‘저전보건진료소’가 바로 그 곳이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문 앞에 단감 한 소쿠리를 갖다 놓으셨더라구요”
↑↑ 김정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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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이 곳 저전리를 비롯해 중화1·2리, 내상리, 신리 5개 관할 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자(54)진료소장을 만났다.
28년을 월막보건진료소에서 지내다 3년 전부터 저전보건진료소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를 맡고 있는 김 소장은 “내외하는 어르신도 없고 스스름 없이 모든 어르신들이 다 잘 지내세요”라며 진료소 분위기부터 전한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은 주로 벼와 채소농사를 지으시고 부업으로 오이, 딸기 하우스 등 차 광막 그물짜러 다니고는 하세요” 또 “우리 어르신들은 제사나 잔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정보 공유를 하시는데, 진료소가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라며 자랑 섞인 이야기도 살짝 늘어놓는다.
여느 진료소처럼 이 곳 어르신들도 고혈압, 당뇨 병증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다.
김 소장은 일손을 놓고 급히 혈압 약을 타러 오신 한 명의 어르신도 그냥 안 보낸다.
혈압 체크를 꼭 하고 돌려보내야 적성이 풀리는 김 소장은 “한 평생을 허리 한번 펴지못한 채 땅만 보고 걷는 분이계세요” 라며 안타까운 최 어르신의 이야기도 조심스레 꺼냈다.
“6.25 전쟁이 끝난 뒤 어르신의 가족이 친북파로 몰리게 됐나 봐요. 그때 심문을 너무 혹독하게 받은 나머지 몸이 불편하게 되셨어요” 라고 했다.
그때 문을 열고 또 다른 최모(72)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혈압 약을 타러 오셨다.
최 할머니는 “예전에는 진료소 오는 길이 울퉁불퉁해서 영감 오토바이 타고 오다보면 심장이 물고기마냥 팔딱팔딱 뛰고 그랬어. 몸 마비가 올 정도였다니깐”라고 말하며, “영감과 말다툼이 벌어져 김 소장이 화해를 시킨 적이 있다”고도 했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 소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싱크대 위에 있는 남은 단감을 가지러 간 김 소장의 발걸음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니 양파 즙 한 통이 눈에 띄었다.
“아.. 저거요? 어느 날 아침에 출근했는데 문 앞에 누가 양파 즙을 갖다 놓으셨더라구요”라며“가끔 우리 어르신들이 손수 농사지은 채소를 곱게 다듬어서 잘 갖다 놓으세요” 라며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