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는 결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늘 하는 일이고, 오전에 하거나 오후에 하거나 별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재를 받으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경우에는 하루 종일을 기다려야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도 본청에서 계장, 과장으로 근무할 때 어떤 사안에 대한 기관장의 결재나 보고를 해야 할 경우,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결재를 최우선으로 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었다.
계장 때 지금은 퇴직하신 모 부군수님 에게 결재를 받기 위하여 부군수실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결재 대기자들이 많았고부군수님은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평소 성격이 그랬는지 몰라도 결재를 하시다가 갑자기 부속실 직원한테 “ㅇㅇ야! 문 닫아라. 오늘 결재는 끝이다.
매일 하는 결재,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고“하시고는 일방적으로 결재를 중단해 버리셨다.
그 시간에 무슨 다른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님이 찾아온 것도 아닌데 결재를 그런 식으로 중단해 버리니 기다리던 직원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날 결재를 받기 위하여 몇차례나 부군수실을 들락거렸음에도 결재를 받지 못하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겨우 결재를 받고 보니 그런 식으로 결재를 우습게 생각하시고 직원들을 배려하지않는 부군수님을 존경할 수 없었고 결국 그 부군수님은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일찍 공직을 떠나셨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나는 결재는 어떤 일보다 앞서 처리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읍장으로 근무하면서도 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서 오전시간에는 행사가 없으면 가능한 자리를 지켰고 오후에도 반드시 5시 이전에는 사무실로 돌아와 결재를 했다.
그런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들어보니 직원들 나름대로 결재 때문에 애를 태웠다고 하니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내방객을 맞는 것도 적지 않는 시간이 소요되고 어느 정도의 인내력도 필요하다.
읍장을 만나면 할말이 많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좀 일어섰으면 좋으련만 했던 이야기 또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도무지 갈 생각이 없는 내방객을 맞으면 정말로 난감해진다.
그런 내방객을 일어서게 하는 나만의 방법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우선 다음 일정이 있다고 귀띔을 해주거나 다른 볼일은 없느냐고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