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남편을 출세시킨 어진 아내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4년 07월 28일
|  | | | ↑↑ 권영세(아동문학가) | | ⓒ 고령군민신문 | |
어느 마을에 재산이 아주 많은 부자 양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부럽지 않은 부자였지만, 아들이 없었습니다.
온갖 공을 들이다 늦게야 귀한 아들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 아들은 무척 똑똑하고 영리하게 생겼습니다.
다섯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이제 아들에게 글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천자문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아무리 가르쳐도 글자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아버지는 속이 타올랐습니다.
천자문 하나를 가지고 일 년을 가르쳤지만, 글자 한 자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썼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럭저럭 세월이 지나 아이가 열네 살이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도 천자문 한 자 읽고 쓰지 못하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에이그 왜 저런 자식이 태어나서 내 속을 이리도 썩일까. 하나 뿐인 귀한 아들이 열네 살이 되도록 천자 중 한 자도 가르치지 못하니 양반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몇 날 며칠을 걱정한 나머지 차라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멀리 살고 있는 친척에게 보내어 글을 배워서 오라고 했습니다.
비록 글은 알지 못했지만 어디 내어 놓아도 빠지지 않게 잘 생긴 아들과 잠시라도 이별하는 것이 서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식의 장래를 생각하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몇 달 후 너무나 궁금한 양반은 어떻게 되었는지 하인을 보내어 알아보게 했습니다.
주인의 심부름을 다녀 온 하인의 입에서 정말 어이없는 말이 나왔습니다.
“주인어른, 도련님이 아직도 글자 한자 제대로 익히지 못한 듯 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양반의 심정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들이 한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양반 체면에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그런 무식한 자식은 없는 것만 못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아들을 집으로 불러들이지 않기로 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아들을 먼 곳으로 영영 쫒아버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도 나이가 들자 마음이 많이 너그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기어이 글을 가르쳐야겠다는 욕심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한편 아들은 부모가 보고 싶어도 엄한 아버지가 두려워 집으로 돌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어 아들이 돌아오도록 하였습니다.
아들은 혼기에 차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글자를 모르는 아들을 위해 똑똑한 처녀를 며느리로 맞아 결혼을 시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중매쟁이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마음 착하고 똑똑한 며느리를 맞아들였습니다.
며느리도 이미 소문을 들어 남편이 무식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 남편이 저렇게도 남자답게 잘 생겼는데 왜 글자를 익히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글자를 익히게 할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결혼한 이후 늘 그 생각만 하던 착한 부인은 남편을 출세시키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부인은 남편에게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아버지와 친척이 가르친 방법대로 가르쳤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습니다.
여러 날을 궁리한 끝에 한 가지 묘책을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그림을 그려가면서 글을 익히게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신기하게도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익힌 글자를 잊어버리지 않고 바르게 읽고 쓰게 되었습니다.
싫어하던 글공부에도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한 노력이 헛됨이 아니었는지 실력이 많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과거를 보아 거뜬히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습니다.
아들의 부모는 너무나 좋은 나머지 덩실덩실 춤을 추기까지 하였습니다.
동리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고 벼슬길에 오른 아들을 자랑했습니다.
또한 글자 한 자 모르던 무식한 아들이 훌륭하게 되기까지는 모든 것이 며느리의 덕분이라며 동네방네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을에서는 일자무식꾼 남편을 출세시킨 어진 아내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사람의 입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 고령.문화원).「무식한 남편을 출세시킨 어진 아내」(김규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임. |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4년 0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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