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나무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4년 08월 25일
저녁의 나무
이제, 노을을 우듬지 위로만 우산처럼 펼쳐드는 것도 힘에 부친다. 숨어 무성한 잎 흔들며 새들 나직하게 홰치는 소리만이 자신의 시가 아님을 안다.
벗어도 헐벗어도 속속들이 누렇게 바래는 가을. 태풍 가로막던 지난 여름의 눅눅한 생각들은 나뭇잎처럼 말라 오그라든 채 떨어져 나간다.
곧 모든 게 앙상하게 드러나면 비워진 여행 가방처럼 구석에 내려앉은 마음은 개울물이 여울 만나 북 치며 부르는 노래를 먼 길 떠나보내는 덕담으로만 새기리.
비탈의 참나무처럼 나도 뒤꿈치 든 채 결빙의 땅 밟고 올 우체부 기다릴뿐. 세금 고지서들 외에는 당분간 낯선 소식 가져오지 않으리라, 이별이라는 말들 이미 너무 많이 서걱대며 떨어져나가 나의 발밑에 수북이 쌓였다가 남김없이 바람에 쓸려가 버렸으므로.
-이하석(고령문학 2012)- |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4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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