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언덕 위에 있었던 지난날의 보건소와는 달리 평지에 새로 지었다보니 전보다 환자분들이 방문하기가 수월하다고 많이 좋아하십니다.
그 덕에 내원하는 환자의 수도 심심치 않게 늘었습니다.
아직은 옮긴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수선한 탓에 불편한 점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깔끔한 진료실과 침구실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나곤 합니다.
저번에 제가 ‘습(濕) 담(痰) 열(熱) 풍(風)’이라는 제목으로 이 코너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이 신문에 실린 이후로, 가끔 신문을 보신 환자분이 “혹시 저에게 이러한 병이 있나요?” 하고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어보고는 하십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드신 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병이 뇌졸중, 즉 중풍(中風)인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때면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서, 지난번의 저의 불친절한 글 때문에 오히려 심려를 끼쳐드린 것만 같아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습(濕)이나 담(痰)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내용을 담아 스스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게끔 도와서 막연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몸에 습(濕)이 많은 사람은, 물을 잔뜩 머금은 솜의 모습을 상상하면 쉽습니다. ① 비가 오는 날이거나 흐린 날이면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② 몸이 자꾸 붓고, 얼굴은 기름때가 낀 듯이 번들번들하거나 푸석하다. ③ 마치 목소리가 항아리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웅얼거린다. ④ 배가 가득 찬 것 같이 헛배가 부르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⑤ 트림도 자주 나오고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도 종종 있다. ⑥ 오줌을 누면 시원하게 모두 나온 것 같지 않고 덜 나온 듯 찝찝한 느낌이 있다. ⑦ 여기저기 관절이 쑤시고 아프며 특히 뒷목이 당기거나 다리가 아프다. ⑧ 땀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편이다. ⑨ 살을 만져보면 물컹물컹하여 물처럼 느껴진다.
이런 증상들을 읽어보았을 때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면 몸에 습(濕)이 많다고 의심해보고 한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나이가 있으신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를 향해 가고 있는 중년 여성분들에게 습(濕)의 증상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너도나도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저번 글에도 썼듯이 미리미리 치료하지 않으면 병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일찍부터 진단받고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욕탕 천장에 습기가 모여서 물방울을 이루듯이 습(濕)이 모이면 엉겨 붙어 담(痰)으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담(痰)의 증상은 습(濕)의 그 것과 비슷하거나 좀 더 심한 모습을 보입니다.
담음이 많은 사람은 눈 밑이 검어 짙은 다크써클이 있는 경우가 많고 갑자기 살이 쪘다가 빠졌다 하기도 하며 며칠 동안 식사를 대충 해결하더라도 자신도 남들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 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담음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면 뼈마디가 쑤시고 가슴, 등, 손발과 허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며 앉거나 누워도 편안하지 않고 여기저기 통증이 옮겨 다닌다고 많이들 호소하곤 하죠. 이외에도 ① 호흡이 짧아서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숨이 차고 기침한다. ② 속이 미식거리고 매스꺼워 구토나 헛구역질을 종종 한다. ③ 신물 오르는 듯이 속이 쓰리며 실제로 신물이 오르기도 한다. ④ 가슴이 답답하고 막힌 것 같아 불편하다. ⑤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고 벌렁벌렁 거리고는 한다. ⑥ 이따금씩 아찔하거나 어지러워 눈을 뜨기가 싫다. ⑦ 대변이나 소변을 보았을 때 시원하지 않고, 다 나오지 않고 남아있는 것 같다.
이런 증상들이 몸에서 나타난다면 몸에 담음(痰飮)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보고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예방접종 기간입니다. 혹시나 독감에 걸려 고생하지 않을까 예방하기 위해 보건소에 먼 길 찾아오시는 많은 어르신들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병은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방주사 맞듯이 혹시 몸에 습(濕)이나 담(痰)이 있는지 보건소나 근처 한의원에 방문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