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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도 한 가족인데

이야기로 꾸민 우리 고장 민담·전설<12>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4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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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세(아동문학가)
ⓒ 고령군민신문

어느 마을에 부지런한 젊은 부부가 살았습니다.

이들 부부에게는 튼튼한 황소 한 마리가 전 재산이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이들 부부는 황소에게 가서 널찍한 등짝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황소야, 편안하게 잘 잤느냐? 너도 우리의 한 식구야.”

마치 사람을 대하듯 정이 넘치는 인사였습니다.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황소도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좋아하는 듯 했습니다.

농토가 없어 비록 가난했지만 이들 부부는 금슬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늘 붙어 다니며 남의 집 농사일을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젊은 부부에게는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운 날들이었습니다.

거기다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귀여운 아들까지 생기게 되니 부부는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기어 다닐 만큼 많이 자란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당에 놀던 아이가 금방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아이는 엉금엉금 기어 황소에게 다가갔습니다.

깜짝 놀란 엄마는 아이가 있는 외양간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바닥에 누운 황소가 마치 자기 새끼에게 하듯 머리와 앞 다리로 아이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도 비스듬히 누운 황소의 배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배위로 올라가지 못한 아이는 황소의 다리 사이를 기어 다녔습니다.

아무 두려움이 없는 표정으로 아이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얼굴에는 연신 웃음을 띠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보고 있는 아이의 엄마는 뒤꼍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빨리 이리 좀 와 봐요.”

“아니, 무슨 급한 일인데 일하는 사람을 부르고 그래요.”

일손을 멈추고 달려온 아이의 아버지는 외양간에서 황소와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아이의 아버지도 너무 놀란 나머지 하던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여보, 황소가 아이를 해치지 않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구려.”

“그래요. 황소가 아이를 잘 보살펴 주는 듯하니 고맙기도 하네요.”

아이의 부모는 황소를 무척이나 고맙게 여기며 아이가 무사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부부는 아이가 잘 모르니까 그러려니 하고 예사로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혼자 걷고 놀면서부터 이상한 일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없어 찾아보면 으레 외양간에서 황소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황소도 아이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한편 황소는 아이와 함께 놀던 때와는 달리 주인이 시키는 일은 조금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부부의 집은 눈에 띄게 재산이 늘어났습니다.

아이가 점점 자라 말을 하면서부터 또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부모 몰래 외양간에서 황소와 함께 잠을 자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알게 된 부모는 여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16세의 늠름한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여전히 황소와 늘 붙어 지내는 아이가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더 이상 황소와 함께 있지를 못하도록 하기 위해 부모는 아이를 골방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온종일 황소를 부르며 밥도 먹지 않고 앓아누웠습니다.

또한 그토록 열심히 일을 하던 황소 역시 일을 하지 않고 밤늦도록 울더니 소죽까지도 먹지 않았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부모는 아들을 밖으로 내어 놓으니 얼른 황소에게로 뛰어가 큰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황소의 머리에 볼을 부비면서 너무나 반가워했습니다.

부모는 아들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보. 우리 아들의 행동이 아무래도 이상하구려. 빨리 결혼을 시켜 가정을 가지도록 하면 어떻겠소?”

남편의 의견에 아내도 기꺼이 따랐습니다.

예쁘고 착한 처녀를 배필로 정하여 서둘러 아들을 결혼시켰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아들은 매일 밤 부모 몰래 외양간에 가서 황소 옆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아들의 부모는 도저히 황소를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는 황소를 사고파는 시대가 아니고 죽을 때까지 가족과 함께 지내던 때라 하는 수 없이 죽이기로 했습니다.

이제껏 부부와 함께 지내면서 열심히 일하고 가정의 재산까지 불려준 황소를 죽이려니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죽이기 전에 먼저 정성껏 제를 올렸습니다.

그런 후 아들 몰래 마을의 힘센 장정들에게 부탁해서 황소를 죽여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었습니다.

며칠 동안 다른 곳으로 나들이 다녀온 아들이 이 사실을 알고는 황소의 무덤에 달려가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슬피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부모는 아들 몰래 서둘러 황소를 죽인 것을 크게 후회하였습니다.

“얘야, 정말 미안하구나. 너의 허락도 없이 네가 형제처럼 아끼던 황소를 죽인 못난 부모를 용서해 다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도로 담을 수가 없듯이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부모도 아들과 함께 황소의 죽음을 슬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많은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집에서 기르는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목숨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기르는 짐승을 가축이라고 부르며 잘 보살폈다고 합니다.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고령․문화원).「황소의 아들」(이장우)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이야기임.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4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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