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리(象鼻里)와 서유재(鼠留在)의 유래
이야기로 꾸민 우리 고장 민담·전설<16>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5년 01월 05일
|  | | | ↑↑ 권영세(아동문학가) | | ⓒ 고령군민신문 | |
새고령군 덕곡면 노동 2동 앞 상비리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절경으로 이름 난 곳입니다.
마을 앞뒤로는 울창한 숲이 있어 푸근한 느낌을 주는 마을입니다.
그리고 산 아래 계곡에는 사철 맑은 물이 큰 바위 사이로 굽이쳐 흐르고 있어 철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곳은 고령군 지정 자연관찰원으로 지정이 되었으며, 코끼리의 코를 닮았다고 해서 ‘상비산(象鼻山)’이라고 부릅니다.
마을 이름을 옛날에는 명곡동(明谷洞)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서유재(鼠留在)’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고 합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인근 마을에서도 인심이 좋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이 마을 부러워한 나머지 이사를 들어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언제부턴가 해마다 갑작스럽게 무서운 재난이 잇달아 일어나 온 마을 사람들은 늘 공포심에 떨었습니다.
호랑이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해치는가 하면, 몹쓸 전염병이 돌아 마을 사람들이 죽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혼사를 앞 둔 처녀가 갑자기 미쳐버리는 일도 일어나게 되어 인근 마을에서는 흉한 마을이라고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 마을에 들어오기를 꺼려 처녀총각의 혼사는 물론 마을 사람들의 생활까지도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느 해에는 또 다시 몹쓸 병이 온 마을에 돌아서 마을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근처에는 의원도 없어 고작해야 산에서 구해 온 약초를 다려서 먹는 민간요법 정도라 별다른 효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인명 피해가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하루는 뜻밖에도 한 도승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하룻밤을 묵어가기를 청했습니다.
그러나 몇 집을 다니며 거절을 당하다가 겨우 한 집에서 묵어 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도승은 집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주인장, 이 마을에 무슨 근심되는 일이라도 있습니까?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수심에 차 있는 것을 보니 필시 무슨 큰 변고라도 있는 것 같군요.”
도승의 말을 듣고 집주인이 대답했습니다.
“예, 스님. 지금 이 마을에는 몹쓸 병이 돌아서 집집마다 앓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근심이 태산 같습니다. 사실은 우리 딸도 지금 앓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요.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보니까 저 앞산이 마치 코끼리가 코를 움직이고 있는 형상입니다. 그런데 이 명곡동 마을은 공교롭게도 그 코끼리 코 위에 얹혀 있으니 코끼리가 코를 움직일 때마다 온 마을이 재난을 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도승은 한 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집주인은 도승 앞으로 바싹 다가앉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그러면 그 재난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까? 방법이 없다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과 전답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제발 좋은 방도를 말씀해 주십시오.”
집주인의 간곡한 요청에 도승은 빙그레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방도가 있기에 소승이 이 마을에 들어와 머물게 되었지요.”
그 말을 들은 집주인의 어둡던 얼굴에서는 금세 근심이 사라졌습니다.
더욱 도승 가까이 다가앉으며 두 손을 모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스님, 이렇게 간청하오니 그 방도를 제발 제게 좀 알려 주십시오. 결코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그리도 간절하게 부탁하니 말씀드리지요.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코끼리 코를 누르는 데는 쥐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쥐가 저 코끼리 코 위에 머물러 있다는 뜻으로 마을 이름을 오늘부터 서유재(鼠留在)라고 부르도록 하시오. 그러면 이 마을에는 다시는 무서운 재앙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요.”
날이 새기가 바쁘게 집주인은 문안 인사를 하기 위해 도승이 머문 방에 가 보았지만 벌써 떠나고 없었습니다.
집주인은 지난 밤 도승에게 들은 뜻밖의 놀라운 비법을 온 마을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재앙으로 늘 불안에 떨던 마을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지라 그 때부터 모두가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 마을 이름을 ‘서유재’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서유재’라고 마을 이름을 부르면서부터는 그 마을에는 다시는 재앙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 마을을 속칭으로 ‘쥐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서유재’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마을의 앞산을 ‘코끼리 코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상비리’라고 부른답니다.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고령․문화원).「상비리와 서유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임. |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5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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