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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숙이와 까불이의 짓궂은 장난

이야기로 꾸민 우리 고장 민담·전설<22>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5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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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세(아동문학가)
ⓒ 고령군민신문

옛날 어느 마을에 얼숙이와 까불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둘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속고 속이며 웃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부모상을 당한 얼숙이가 사랑방에서 분주하게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 사람 상주, 집에 있는가?”

“예, 집에 있으니 어서 들어오십시오.” 그러나 그는 들어오지는 않고 계속 대문 밖에서 부르기만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얼숙이는 상복을 입은 채로 대문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여보게. 나야.”

얼숙이 앞에 불쑥 다가서는 사람은 바로 까불이었습니다.

“또 속았지. 그렇지. 내 변성(變聲)에는 속지 않고 넘어갈 리가 없지.”

순간 얼숙이는 상복을 입고 슬픔에 잠겨 있는 자리에까지 와서 그런 짓을 하는 까불이가 몹시 원망스러웠습니다.

얼숙이는 다시는 안 속는다고 단단히 다짐을 했습니다.

문상객도 뜸한데다 피곤에 지친 얼숙이는 잠시 상복을 벗고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그 때 얼숙이의 귀에 어렴풋이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이 사람, 상주 집에 있는가?”

얼숙이는 또 까불이의 장난이라 생각하고는 고래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놈! 내가 또 속을 줄 아느냐.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집안에서 울려나오는, 마치 벼락이라도 치는 것 같은 소리에 문상 온 노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잠시 후 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다시 상주를 불렀습니다.

“이 사람, 상주 집에 있는가?”

“아니, 저 놈이 왜 물러가지 못할까. 내 다시는 안 속는다. 안속아.”

노인은 어이가 없어 대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바깥이 조용해지자 얼숙이는 궁금하여 창틈으로 내다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를 어쩌지요? 거기 있는 사람은 까불이가 아니라 진짜 문상객이었습니다.

얼숙이는 얼른 밖으로 나가 문상객을 빈소로 안내하고는 곡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상복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면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삼띠(摩帶)를 두를 때 마루기둥과 자기 허리를 함께 동이고 말았습니다.

곡을 마친 노인이 마루로 나오자 얼숙이는 그를 향해 허리를 크게 굽혀 절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 때 삼띠가 끊어지면서 얼숙이와 문상객의 이마가 서로 맞부딪혔습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하는가 하더니 노인의 갓이 다 부서지고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이게 무슨 해괴한 행동인가. 자네가 갑자기 미쳐버렸는가.”

“아니, 그게 아니라…….”

얼숙이는 당황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구! 상주가 미쳐도 더럽게 미쳐버렸어.”

노인은 말을 마치자 부리나케 친구들과 장기를 두던 사랑방으로 가버렸습니다.

거기에는 또 다른 노인 친구 한 사람이 와 있었습니다.

노인과 같이 문상가려고 왔다가 없기에 잠깐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여보게, 왜 자네만 먼저 문상을 갔는가? 나랑 함께 가지 않고.”

“여보게, 아무 말도 말게. 이 갓 좀 보게나. 그 젊은이가 상주가 되더니 더럽게 미쳐버렸어. 자네는 아예 가려는 생각도 하지 말게나.”

“설마 그럴 리가 있을라고. 혹시 자네가 술에 취해서 실수로 갓을 부수고 이마에 상처를 낸 것이 아닌가?”

문상을 다녀온 친구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버리고 그는 혼자서 조심조심 얼숙이 집으로 갔습니다.

“여보게, 상주 집에 있는가?”

말이 떨어지자마자 상주는 얼른 밖으로 달려 나와 노인을 안으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실수한 것이 아직도 안정이 덜된 탓인지 당황하면서 서두르는 얼숙이의 태도가 영락없이 미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노인은 금세 마음이 조마조마해졌습니다.

‘이거 오래 머물다가는 큰일 나겠군. 여기까지 와서 빈소에서 곡을 안 할 수는 없고.’

노인은 빈소 앞에 서서 더듬더듬 몇 마디 곡을 하고는 마루에 나서자마자 갓을 벗어 들고는 상주에게 간청하듯 말했습니다.

“여보게, 제발 나에게는 박치기만은 하지 말게나. 이 갓은 지난 장날 산걸세. 갓도 망건도 단벌일세.”

말을 마치자 얼른 대문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뒤쫓아 나온 얼숙이는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서 문상객을 붙들고 애원했습니다.

겁을 잔뜩 먹은 노인은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그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순식간에 우루루 모여들었습니다.

“아이구 저럴 수가! 그렇게도 얌전하고 효성이 지극하던 얼숙이가 상주가 되더니 그만 미쳐버렸구나.”

“쯧쯧. 정말 가엾은 사람일세.”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씩 하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틈에 끼여 있던 까불이는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띠었습니다.

이 날의 판정승은 분명 까불이에게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고령․문화원).「얼숙이와 까불이」(조용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임.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5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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