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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선생의 축문 읽기

이야기로 꾸민 우리 고장 민담·전설<23>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5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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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세(아동문학가)
ⓒ 고령군민신문

시골의 어느 큰 마을 바로 옆 외딴 산촌에 겨우 자기 이름 정도 쓸 줄 아는 맹꽁이 선생이 있었습니다.

그가 선생이라고 불리는 것은 결코 학식이 많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무식하다보니 자연히 그렇게 불리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관혼상제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글이 있으면 맹꽁이 선생을 찾아가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으스대는 그의 꼴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한번은 마을의 어느 집에 제사가 들었습니다.

마침 그 집주인과는 옛날부터 잘 알고 지내던 진짜 학식이 있는 선비가 우연히 그 집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집주인은 그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그 때 집주인은 맹꽁이 선생을 찾아가 지방과 축문을 부탁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진짜 선비가 집에 들렀으니 그가 자리에 앉기 바쁘게 부탁을 했습니다.

“이 사람, 잘 왔네. 오늘이 마침 아버님 제삿날인데 수고스럽지만 자네가 지방과 축문을 좀 써주게나. 그리고 제사 때 축문도 좀 읽어 주면 정말 고맙겠네.”

“아니 이 사람, 수고는 무슨 수고인가. 내가 지방과 축문을 쓰고 또 읽어 주겠네.”

특별히 음식을 푸짐하게 차린 저녁밥은 먹고 난 다음 선비는 지방과 축문을 썼습니다.

이윽고 자정이 지나고 온 식구가 제사를 지낼 때 선비는 축문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집주인 내외는 물론 온 식구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아주 당황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친구, 수고 했네. 자네는 먼저 사랑방에 내려가 있게나.”

사랑방에 먼저 내려 온 선비는 몹시 불쾌했습니다.

지방과 축문을 모두 관례대로 썼고 축문도 정성껏 읽었는데도 온 식구의 안색이 좋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잠시 한숨을 돌린 선비는 대청마루에서 가족들이 주고받는 말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이거 큰일 났네. 헛제사 지냈어. 저 친구 축문은 처음 듣던 소리가 아닌가. 얘야, 맹선생을 빨리 불러 오너라. 다시 제사를 지내야겠어.”

집주인은 아들을 얼른 맹꽁이 선생 집으로 보냈습니다.

문구멍으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선비는 당장이라도 대청마루로 달려가 그 연유를 듣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니지. 대관절 맹선생이란 자는 축문을 어떻게 지어서 읽었기에 저 친구가 저렇게 안절부절 하는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자.’

잠시 후 대문소리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주인의 아들과 같이 한 늙은이가 안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달빛에 보이는 그는 고양이 같이 날카로운 표정에다 허리는 꼬부라져서 아주 볼품없는 노인이었습니다.

그가 대청마루로 오르자마자 온 식구들은 일제히 큰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구, 선생님! 이거 밤중에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오늘이 아버님 제삿날인데 사정이 있어서 그만 늦었습니다.”

“아니, 이 사람! 이 밤중에 왜 귀찮게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가?”
잠시 거드름을 피운 그는 손에 든 축문도 없이 그저 입으로만 길게 빼면서 무언가 지껄이는 것이었습니다.

“이 집은 유 씨가 아니고 김 씨니까 ‘김세차’, 오늘이 며칠인고. 팔월풍진 초패왕은 헛수고를 그리 말고 염라대왕을 잡았으면 이런 꼴을 아니 볼 걸. 오며는 온 줄 알고 가며는 간 줄 아리. 북망산이 어디메뇨. 동정호 칠 백리에 무산이 십 이봉이라 펄쩍 뛰었다. 궁노루 배꼽이 발룸.”

맹꽁이 선생이 축문을 읽는다고 지껄이는 말들은 정말 배꼽이 빠지고 요절복통할 내용이었습니다.

맹꽁이 선생이 다 지껄이고 나자 집주인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면서 무릎을 ‘탁’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바로 이 소리로다. 해마다 듣던 소리가 이 소리로다.”

집주인은 말을 마치기 바쁘게 맹꽁이 선생에게 큰절을 하고는 그를 사랑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사랑방에서 동정만 살피던 선비는 그가 들어오자 주인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고 술상을 받았습니다.

술잔이 몇 차례 오고 가는데 집주인이 맹꽁이 선생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맹선생님, 오늘 밤 제사가 조금 늦어진 것은 바로 저 친구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데 마침 오늘 우리 집에 왔기에 지방과 축문을 부탁했더니 해마다 들어오던 것과는 내용이 전연 다르지 뭡니까. 마음이 찝찝해서 다시 맹선생님을 청하느라 늦었습니다. 그러니 용서하십시오.”

그러자 맹꽁이 선생은 기세가 등등하게 헛기침을 크게 한번 하고는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선비는 불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맹꽁이 선생이 지껄여대던 축문 내용에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노인 곁으로 바싹 다가앉으며 말을 걸었습니다.

“맹선생님, 저 같은 무식한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데 오늘 읽은 맹선생님의 그 축문 내용을 배우고 싶으니 좀 가르쳐 주십시오.”

“아니지. 그 비법은 함부로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는 게 아닐세.”

선비는 가르쳐 주기를 거절하는 맹꽁이 선생에게 다시 술을 한 잔 따르며 간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못이기는 듯이 설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세차란 것은 무엇인고 하니, 유 씨들이나 유세차하지 무엇하려고 김 씨가 타성을 따라 하느냐 말이요. 그래서 이 집주인은 김 씨이니까 김세차라 했고, 그리고 동정호와 무산은 무슨 뜻인고 하니, 이는 물고기와 산짐승 그리고 산나물을 흠향하는 것이고, 궁노루가 펄쩍 뛰었다는 것은 상민들이 모여 사는 민촌 것들이 축문 마지막에 쓰는 것이지요.”

맹꽁이 선생의 말을 다 듣고 난 선비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잊었답니다.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 고령․문화원).「맹꽁이 학자」(조용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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