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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숭산 천제당의 분노

이야기로 꾸민 우리 고장 민담·전설<25>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5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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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세(아동문학가)
ⓒ 고령군민신문

과학문명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못한 지난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가뭄이 심하면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오늘날은 설사 그런 생각을 한다하더라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령읍과 쌍림면, 그리고 합천군에 접해 있는 미숭산은 고려 말 이성계의 군사를 맞서 싸운 충절의 보루입니다.

이곳에는 가뭄이 심하면 인근 주민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던 천제당이 있었습니다.

기우제는 고려와 조선시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할 때 나라나 민간에서 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지내는 제사였습니다.

또한 큰 자연 재해가 있으면 이곳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신령한 곳이라고 믿고 있는 그 주변에 묘를 쓰면 천제당의 분노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분노로 인해 그곳을 중심으로 700리 안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미숭산 기슭에 접해 있는 마을의 청장년들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거나 온갖 재앙들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산의 주인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그 속설로 인한 재앙을 두려워하는 여론에 못 이겨 천제당 근처에는 아예 조상의 묘를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미 써 둔 조상의 묘까지도 다른 곳으로 이장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쯤, 어느 해는 우리나라에 몇 십 년만의 큰 가뭄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과학문명이 제법 발달한 시대였지만, 모내기철이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진 농민들 사이에서 천제당에 기우제를 올리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소문을 듣고 몰려 온 수많은 농민들이 기우제 준비를 갖추고 천제당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천제당 바로 곁에 쓴지 며칠 지나지 않은 묘가 하나 있었습니다.

봉분의 흙에는 수분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묘를 써서는 안 될 그곳에 있는 묘를 본 주민들은 모두 분개하였습니다.

불같은 분노가 하늘에 닿을 듯했습니다.

입에서는 온갖 욕설이 터져 나왔습니다.

영험이 있다고 믿고 있는 신령한 그 곳인지라 우선 제를 올린 후에 묘를 파헤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작은 산봉우리처럼 수북이 쌓아올린 청솔가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한데 어우러져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소망이 하늘에 닿게 정성들여 빌었습니다.

제를 올린 후 사람들은 삽과 괭이로 묘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하늘을 온통 덮었습니다.

천제당이 그들의 정성에 감동한 때문일까요? 봄부터 목마르게 기다리던 비가 금세 소나기로 변하여 퍼붓듯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온몸으로 비를 맞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묘를 파헤치던 사람들도 간절히 기다리던 비를 맞으니 이제는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금기시 하던 그곳에 묘를 쓴 자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었지만, 남의 묘를 파헤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으니 주인을 찾아 이장을 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후 충분하게 내린 비로 메마른 대지는 완전히 해갈되고 모내기도 순조롭게 하였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묘를 쓴 사람은 고령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민 대표들이 그 사람을 만나 보니 딱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집안에 크고 작은 재앙
이 그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불운이 연속되자 그는 소문난 무당과 풍수를 찾아가 물어보니 고령에 있는 미숭산이 아주 신령한 곳이니 그곳에 선친의 묘를 쓰면 재앙이 풀릴 것이라고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다급한 심정인지라 그 말을 믿고는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잘못한 일이라고 용서를 빌고는 곧바로 이장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처럼 순박하던 우리 조상들은 오랜 세월동안 민간 신앙에 의지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지만, 앞일이 암담할 때면 그렇게라도 하고자 하는 정성을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니겠지요.

※ 이 글은 《우리 지방의 민담․전설 및 지명 유래》(88. 고령문화원).「미숭산의 天祭堂」(곽재현)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임.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5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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