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의 그시절…다시 들춰본 가계부 1982년 농협서 제작·배포…지역 식당서 발견 돼 전해와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5년 05월 18일
고령군민신문은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우리나라 농협의 역사를 뒤돌아 볼 수 있고, 그 시대의 알뜰한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농협에서 배포한 가계부가 최근 들어 농협을 비롯한 지역민들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의 물가 비교를 바라고 있어 이를 새롭게 취재해 지면에 싣는다. 지난 2012년 본지가 입수한 농협가계부는 과거의 생활상을 엿보고,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추억을,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어른들의 과거 희생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다시 지면에 소개한다.<편집자주>
↑↑ 7월 한달 동안 수입과 지출 등을 빼곡히 적어놓은 가계부.
ⓒ 고령군민신문
이 가계부는 지난 1982년 농협중앙회에서 제작·배포된 '82 가계부(家計簿)'로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정신과 더불어 농협과 함께 해 온 국민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계부 첫 장을 넘기면 ‘농협의 하는 일’이란 제목 아래 구매, 주택계량, 진료사업, 홍보활동, 생활개선, 신용업무, 판매, 새마을, 가공사업, 영농기술, 무역 순으로 사진배경과 함께 나열돼 있어 당시 농민에 대한 국가의 지대한 관심이 잘 나타나있고, 특히 가난의 대명사인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정부의 농민정책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아래쪽에는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농업생산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고자…’라는 제목으로
△ 각종 영농자재와 생활필수품을 공급해 주는 구매사업 △ 농산물의 판매와 이용·가공사업 △ 각종 자금의 지원과 예·적금의 수입 및 내국환 등의 신용사업 △ 조합원의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한 공제사업 △ 영농기술 및 생활개선을 위한 지도·교육·홍보사업 △ 고소득 복지·문화농촌건설을 위한 농촌주택계량 사업 △ 새마을 종합개발사업' 등의 업무 수행을 알리고 있다.
또 ‘농협저축-복지농촌’의 슬로건이 맨 하단에 표기돼 있다.
월별로 작성된 가계부의 월간계획표는 2개월 단위를 한 면으로 묶어 놓고 있다.
1월은 ‘꿈과 소망이 잉태하는 달’, 2월은 ‘구정, 음력 대보름, 학교 졸업식과 수료식 등으로 자칫 예산초과가 되지 않도록 살림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는 등의 문구로 알뜰 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또 수입, 저축, 교육비, 식비, 주거·광열비, 교통·통신비, 보건·위생비, 공과비, 피복비, 문화·교제비, 잡비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행하기 위한 '생활지침'란도 눈길을 끈다.
가계부를 직접 쓴 사람은 그 시대에서 비교적 넉넉하지는 않지만, 살림환경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가정주부로 추정되고 있다.
이 주부가 써놓은 7월의 일기란을 보면 “점심 간식으로 감자를 삶았다. 햇감자라 유난히 맛있는 것 같다”, “열무김치를 담았다.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열무김치가 별미인 것 같다”, “오늘은 아빠(남편)의 봉급날. 한 푼이라도 아끼고 규모 있게 써야지 다짐해본다”, “오늘은 친정에 들렀다. 늙으신 어머니를 뵈니 가슴이 쨍하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죄송할 따름이다.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세요”, “대청소를 하였다. 그 동안 모은 음료수 병과 폐지를 처분하였다. 점심에는 영계백숙을…”등의 내용을 써 그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들의 생활상을 가늠케 하고 있다.
또 지출 메모(괄로 안 금액은 현재 시세)란에는 △감자1관 1천400원(7천200원)△고등어 900원(6천원)△돼지고기 반근 1천200원(6천원)△계란 1줄 590원(6천원)△열무 3단 1천원(6천원)△콩나물 200원(2천200원)△생강 200원(6천680원)△멸치젓 200원△양파 1관 1천300원(大,1만5천원) △식용유 0.9ℓ 1천190원(3천700원)△가루비누 1포 650원(1만2천원)△세탁비누 5장 800원(9천원)△분유 2통 2천600원(5만1천800원)△런닝 3장 2천700원(2만4천원)△쌀 20㎏ 1만4천800원(4만6천500원)△찹쌀 1되 1천700원(8천원)△밀가루 22㎏ 5천620원(2만7천300원)△식초 500원(3천250원)△간장 400원(6천900원)△수박 1통 1천500원(2만원)△가지 300원(1천590원)△호박 350원(900원)△사이다 2병 420원(2천700원)△토마토 1관 1천300원,(4천130원)△교통비 700원(1천100원)△방범비 800원△수도 1천700원(1만2천원)△전기요금 5천606원(2만 8천원), 아빠(남편)용돈과 유아비 5만5천원 등으로 기재돼 있고, 7월 한 달 지출 규모는 합계 28만7천원으로 집계돼 있어 당시 물가와 가정의 지출규모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생활의 지혜’란에는 얼어붙은 수도관을 녹이는 법, 마늘 보관하는 법, 감을 오래 저장하는 법, 은도금 제품을 닦는 법과 소금 활용법, 미역과 변비치료, 빨래판의 올바른 이용법, 비닐 식탁보 깨끗이, 목욕물에 뜬 오물을 없애려면, 전구와 갓의 손질, 좀 구멍이 난 가구 손질, 주전자의 안쪽이 까맣게 탔을 때 대처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계절 별 요리 만드는 법에는 냉 콩 보리국수, 쌀 샌드위치, 보리수단, 오징어와 녹 겨자 무침 등이 소개되면서 당시 시대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가계부 한쪽에는 ‘ㅇㅇ댁’등의 호칭을 통한 계모임 명단과 함께 43명의 계원, 1984년 유사 ‘ㅇㅇ댁’ 등이 정겨운 농촌지역 아낙네들의 생활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가계부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가계부 체험담 공모’란이 있고, 특상 1명 40만원, 우수상 3명 각 25만원, 장려상 각 10만원의 시상이 소개돼 있으며, 체험 공모는 1982년도 가계부를 기록한 모든 주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사채·계의 손해로부터 가정을 보호 합시다’란 캠페인 문구가 당시 농협이 서민들의 금융보호를 위해 각별한 정책을 펼친 흔적이 그대로 잘 나타나고 있다.
↑↑ 지난 1982년 제작된 농협 가계부. 가계부 앞면(왼쪽)은 ‘왕비의 보’로 일컫는 조선시대 의관제도에 따른 품계의 표시.
ⓒ 고령군민신문
↑↑ ‘상호금융 이용’을 권장하고, 사채와 계로부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계몽 표어가 독특해 보이는 가계부 뒷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