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굶어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종자야말로 농사의 출발이며 길이 후손에 물려줘야할 유산임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전세계 식량 공급량의 15∼20% 정도가 종자를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파종하는 가난한 농부들에 의해 재배되고 있다. 이 농부들은 최소 14억의 인구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결과다. . 농부들이야말로 탁월한 육종학자들이다. 이들은 해마다 실한 씨앗을 선별하여 이듬해 다시 파종하기를 반복하며 이 땅에 가장 알맞는 형태의 종자로 가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종자업체들은 지분 구조가 복잡하고 세계적 화학ㆍ제약 회사들이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 1위인 몬산토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파마시아(pharmacia)가, 2위인 파이오니어(Pioneer)는 거대 화학회사인 듀폰(DuPont)이, 3위인 신젠타(Syngenta)는 스위스의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가 각각 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거대 화학ㆍ제약업체들이 생명공학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종자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몬산토와 파이오니어, 신젠타 등 3대 업체는 현재 210억달러(2005년 기준)에 이르는 세계 종자시장의 3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세계 10대 종자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49%에 이른다. 몬산토 한 곳만 해도 전 세계 강낭콩 종자의 31%, 매운 고추 종자의 34%, 오이 종자의 38%, 토마토 종자의 23%, 양파 종자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종자시장 역시 이들 거대 업체들에 의해 재편이 끝난 상태다. 1998년 세미니스가 1억6689만달러를 들여 국내 시장 1ㆍ2위 업체인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앞서 1997년에는 신젠타가 3809만달러의 가격으로 서울종묘를 인수했고, 같은 해 일본 종자회사인 사카다(坂田)가 청원종묘를 1047만달러에 인수했다. IMF를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린 국내 5대 종자회사 중 4개가 외국에 넘어간 것이다.
당시 흥농, 중앙, 서울 등 3대 종자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만도 70%에 이르렀다. 당시 외국 종자회사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인 것은 시장 규모보다는 한국 종자업체들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한국의 종자회사들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흥농종묘의 경우 인수합병 당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연간 1000만달러의 종자를 수출했으며 일본에는 무, 중국에는 배추, 인도에는 고추 종자가 주로 팔렸다. 세계적인 육종 수준을 갖춘 일본 종자회사들의 채종지 역할을 하던 한국은 일본의 기술과 종자를 바탕으로 무, 배추 부문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쌓았다. 1970년대부터 일본산에 버금가는 맛의 무, 배추 종자가 나오면서 일본에 역수출되기 시작했다.
또 서양의 싼 종자들이 판을 치면서 재래종 채소의 특성이 사라진 중국에서도 맛있는 한국산 채소 종자들은 경쟁력이 있다. 재래종 고추만 판치던 인도 시장은 생산 단가를 낮추고 수확량을 높인 한국산 고추 종자가 거의 석권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세계 시장에서 통하던 한국산 종자의 소유권은 IMF를 거치며 모두 외국 회사에 넘어갔다. 당시 한국 종자 회사들이 갖고 있던 우수 종자 중에는 아직까지 효자 노릇을 하는 대박 상품도 많다.
1984년 흥농종묘가 개발한 ‘금싸라기 참외’가 대표적이다. 고령군의 대표적인 딸기도 '육보'나 '장희'가 대부분 재배되어 왔으나 일본에서 개발된 육종으로 매년 로얄티 지급이 되어 농가의 수익이 감소의 원인이 됐다. 그래서 최근에 우리나라애서 개발된 '설향'이나 '매향'을 재배하여 로얄티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산업화시대를 맞아 이러한 우리 종자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더구나 다국적 거대자본이 우리 종자주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터에 울타리 밑에서 여물어가는 콩깍지 하나라도 다시 보고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