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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받아 뜨오르는 새벽 별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6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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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받아 뜨오르는 새벽 별

동화 한 봉 수


노고산성의 바람은 포근하였다.
등산가의 모양새를 다 갖출 필요도 없이 조그마한 물통하나와 간식거리 빵조각 하나를 등짐이랍시고 꾸리고 그나마 서운 할까 보아서 수건 한 장을 더하여 길을 나섰다.
동지(冬至)를 지난 때가 한 장(場:시장, 5일간의 기간)도 못된 새벽의 공기는 차가워도 누군들 불평할까마는 오늘따라 오히려 따사롭기가 한량없다.

달구벌 대구와 대가야의 국경인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오던 바람이 금산재를 넘어오면서 바닷 냄새보다 산골 풍(風)으로 바뀌어서 깨끗함을 더하여 주는 것이 좋았다.
덕곡면 소재지를 거처 오름실을 안고 돌며 산을 오르니 먼 산과 들판은 여명임을 알려오는데, 이곳은 높은 고지대이면서도 동녘이 아닌 남쪽을 바라봄인 듯 오히려 어둠을 벗하고 있다.

몇일 전에 내려앉은 눈발들이 서로가 부둥켜안고 앉아있는 모습이 서릿발 세운 기운을 넘가하여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지만 나그네 등줄기의 땀의 수고하심을 요구하고 있다.
옛말에 “맏이 불알보다 못한 지차”란 말이 있다.

주산 자락은 일천 오백년이 지난 오늘 역사의 재조명됨으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지산리고분군]을 품고 있어서 많은 이의 찾음을 받지만, 이곳 노고산성은 신라와 대가야의 국경지대이었던 관계로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오늘날은 흔적도 역사가(歷史家) 몇 사람들과 소수의 구전(口傳) 전설의 일막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안타깝다.

이곳 주인공이자 부족장이었던 사람은 당시의 수도 서울이었던 대가야의 주산성(主山城)을 가려면 크나큰 산줄기를 두 개나 넘어야했으며, 깊은 골짜기를 숨 고르며 지나야 했으리라. 좁고 가늘망정 더덕의 향기를 품고 있는 개울물을 끼고 [어란 왕자의 코끼리 잡아먹은 보아뱀] 모양을 하고 있는 미천들만 하여도 고생 없이 살아갈 수 있었으련만 부족들의 안위를 위하여 걸어갔으리라.

어쩜 마지막이 될 여행길임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또 아니면 나보다 힘이 강한 대가야의 왕족의 무덤을 만들기 그곳에서 ‘내노라!’하는 장인들을 이끌고 가는 마음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필자의 마음처럼.
화폐를 주고받음도 불편함이 있다하여 수표를 이용하더니, 그것조차 오래전 이야기로 되고 전자결재로 전환되어 가는 이세상의 모양새를 보면, 오늘 아침 지금 필자의 모양새가 뜻 없음을 지나 돈키호테(미치광이)의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아무도 찾지 않는 무명지에 가까운 노고 산성을 찾음은, 부족한 것 많은 필자를 글줄이라도 쓸 수 있게 지도해 주신 솔뫼 선생님의 천국행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어제 낮에 손전화 문자 메시지로 선종하심을 연락 받고, 고양시 명지병원 영안실 귀퉁이에서 ‘내가 선생님의 제자이니 상주 역할을 하겠소.’ 하고 요즘 정치인들 모양을 흉내라도 낼까? 하는 못난 생각도 잠시 해 봤지만, 나의 등단 작품(내 어머니)를 어루만지시면서 “아가야 글은 꾸밈이 아니고 마음의 호소를 하는 것이고, 읽는 사람의 평안과 위로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니라.”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멈추었다.

내일 정오(오시:午時)에 청송의 선영에 영면하실 스승님을, 단 하루라도 독단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더 배우고 싶어서 이곳 노고산성으로 모셨다.
일백 여 년 전 우리나라가 유교의 잔재와 현실과 동 떨어진 사상에 치우쳐 타민족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도, 민족의 앞날은 소년소녀에게 있다고 “색동회”를 세우신 소파 선생님의 뜻을 기려 솔뫼 선생님은 일생을 후학 발굴과 색동회일을 담당 하셨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마음과 달리 쇠약해 가는 몸일망정 “자네의 박수 받는 모습이 꼭 내 젊을 때로 느껴지는구나.”하시면서 접시에 담겨있는 한조각의 고기조각을 필자에게 나누워 주시던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의 가르침은 ‘마지막이 되는 날까지 글을 사랑하리라.’이셨다. 불과 달포 전에.
필자는 색동회 이사장 솔뫼 이상용이 아니라, 글과 젊은이를 사랑한 진정한 글쟁이 솔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오늘 해가 떠오르는 이곳 노고산성에서 천지의 신(神)들과 떠나가시는 스승님과 약속을 하고 있다.

뭍 별들이 햇살을 받아 사명을 다했노라하면서 빛을 잃어가지만, 솔뫼성(星)은 이제 너희의 손을 빌어 더욱 빛나리라 하시는 듯 더욱 빛나고 있다.
우리고장의 독자분에게는, 오늘 글이 약간 휘청되고 있음을 스승 잃은 나그네의 애고로 받아 주십사고 부탁드립니다.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6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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