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57호입력 : 2016년 01월 11일
세상에 와서 가장 잘한 일
곽 흥 렬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7080 세대라면 누구든 이렇게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기억하리라. 요새 아이들은 “그게 뭐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다. 5․16이 나고 얼마 되지 않아 한창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기치를 올리던 ’60년대 초,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한 국민계몽운동의 글이 아니었던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국민교육헌장 전문을 달달 외웠다. 밥상머리에 서 숟가락질을 하면서도 외우고 잠자기 전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서도 외웠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면서도, 학교 길을 걸어가면서도 외우고 또 외웠다. 마치 무슨 주문처럼 그렇게 노상 입에 달고 지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정부시책으로 학생들에게 외우도록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었던가 보다. 모든 아이들이 한동안 국민교육헌장 암기하는 데 매달렸다. 아이들끼리 누가 더 잘 외우나 시합이 벌어져 골목길이 왁자지껄하기도 했었다.
그 때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무작정 입으로만 달달달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의 첫 구절이 나이 들어가면서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표현이 우리처럼 범상한 사람에게는 너무 거창하게 들리는 구호 같이만 생각되어서이다.
그렇다면, 민족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역사적 소명을 안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진정 무슨 쓰임을 위해서 이 땅에 생겨난 것일까. 아니 이 세상에 온 것일까. 불가佛家의 화두처럼 참 막연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이 세상에 와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Ⅱ세를 생산한 일이 아닐까 한다. 작게 보면 나의 핏줄을 받아 가문의 대를 잇게 한 일이며, 크게 보면 인류 역사의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게 하는 데 기여한 공로이리라. 한 어버이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자식을 낳고 또 그 자식이 자식을 낳고 낳고……, 이렇게 하여 인류의 역사는 강물처럼 길이길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하며 지중한 가치인지 모른다.
내가 부모의 몸을 받아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 온 이상 나 역시 대를 잇는다는 그 숭고한 사명을 완수하고 지구별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처럼 나도 가정을 꾸리고 Ⅱ세를 두었으니 지난 삶이 그리 허망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 범상해 보이면서도 크나큰 공로가 새삼 의미 깊게 다가온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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