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59호입력 : 2016년 01월 25일
어머님의 멍기 김밥 동화 한 봉 수
추운 바람이 제법 솔솔하게 김밥과 메밀묵의 향수를 피어나게 하고 있다. 이제 다시돌(환갑)을 넘보는 몸이니 여하한 사항에도 의연히 대처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겠지만 요즘은 영 나이 값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애란이란 가수는 ‘백세인생’에서 구십세도 좋은날을 선택 할 것이니 재촉을 하지 말라고 노래하는데, 어머님은 여든 중반이신데 어긋난 말씀을 제법 하신다. 이 아들의 마음도 모르시는 듯. 옛날 어느 효자는 꽁꽁 언 연못가에서, ‘어머님을 잘 모시지 못하는 불효’를 통곡하면서 기도하였더니 얼음을 박차고 잉어가 뛰어 나와 효도하게 하였다는 전설도 있더라만 , 나는 ‘어머님의 멍기 김밥’을 구하지 못해 시골 읍내 시장통을 몇 바퀴째 헤매고 있다.
김밥집의 맑은 유리창에 기대고 있는 진열장에는, 줄김밥, 참치김밥, 쇠고기김밥, 김치깁밥, 야채김밥, 사각김밥, 삼각김밥, 그리고 이름도 색다른 다이어트김밥, 누드김밥 등이 못다 팔리고 빈둥거리고 있지만, 어머님이 찾으시는 ‘멍기 잎으로 만든 김밥’을 어디에서 구할꼬?!. 멍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혹여 망개잎을 말씀하심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망개잎은 청미래덩굴의 잎사귀로 고유의 향으로 인하여 밥이 상하지 않아서 옛 어른들이 자주 사용하셨다는 말씀이 생각났고, 요즘도 이웃 고장인 의령에서는 이 망개 잎으로 찰떡을 포장하여 고장의 특산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니 망개김밥을 생각했지만, 망개잎으로 만든 김밥은 어디로 가야 구할 수 있을까? 실로 난감하다.
일생을 어머님 속 썩이며 살아온 사람이지만, 청개구리가 어미 무덤을 개울가에 마련해 준 경우처럼 놀림감이 되더라도 기울어져가는 어머님의 말도 않되는 망개(멍기) 김밥을 구하여 드리고 싶었다. 밤이면 몽유병 환자처럼 시골장터는 물론 대구서문시장을 헤멧지만 구경조차 못하였다. 약령시장에 들려 망개잎이라도 구하고자 했으나 취급조차 아니 한다고 하였다. 마침 동한기면서 해 바뀜 시절이라 의령궁유에 있는 떡집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망개잎 아니 청미래잎을 얻고자 하였더니 모두가 크게 웃어 부끄러웠지만 평소 불효한 죄 값이라 생각하니 눈시울만 붉어졌다.
죄 없는 이가 꾸중 들으면 억울하련만, 불효막심한 아들이 감당해야 할 난감함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스승님을 만난 것 같아 속이 후련하였다. 이정도면 ‘찰떡이나 두어 팩 사고 가겠지.’ 하시든 예상과 달리 장성마냥 서 있는 이 사람이 불쌍하였는지, 구순은 넘어 보이시는 할머님 한분이 복음처럼 귀한 말씀을 전해 주셨다. “ 젊은이 고향이 어디요?” “예? 합천입니다.” “ 그라마 어머님 고향이 협천 오까장이요?” 하시는데, 순간 답을 찾았구나하는 생각이 났다.
협천은 합천의 향토말 발음이고 오까장은 합천댐 물밑에 잠수해 있는 고향의 장터이름임을 알기에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노인 앞에 바짝 당겨 앉으니 “어머니가 효부시구먼. 젊은이, 내 고향 오까장에서는 왜정시절(倭政時節) 너무 가난하여 밥이 없었다오. 들판에 일 나가면서 남정내와 시어른에게는 머구(머위의 방언)에 밥을 싸서 드리고, 젊은 아낙들은 머구잎만 먹었지. 그 당시 머구 잎사귀를 멍기잎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니 망개잎 김밥이 아닌 멍기잎으로 싸서 시어른을 모셨던 일을 생각하신 것 같소. 에이구! 이승 효도 내려놓고 당신이나 훌훌 가시지. 휴우.” 하시는데......
이 아침에 어머님이 망개잎이 아닌 고향집 뜰 귀퉁이에 지천이던 멍기(머구)잎을 생각하시고 이 못난 아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에 목이 메인다. 제2의 멍기김밥을 찾으시는 연세 드신 부모님을 모시는 분들의 조그마한 위로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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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59호입력 : 2016년 0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