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61호입력 : 2016년 02월 16일
둥근 소리를 품은 고령
소리꾼은 노래를 잘한다. 시대 흐름이나 사회 배경에 따라 모양새는 다르지만 소리꾼들은 노래를 정말 잘한다. 우리 민족만 뒤돌아보아도, 예전에는 창(唱)이라는 약간의 애증(愛憎)을 실어서 길고 높았다가 점점 낮고 가늘어지는 음색으로 부르던 노래는 옛날 지식인들의 멋이었다. 굿소리와 판소리 등 모두가 민족의 중요무형문화제로 인정받고, 이런 노래를 하는 가락쟁이들을 지금의 대중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달리 명창(名唱)이라 칭송한다.
우스개 소리도 예전에는 만담(漫談)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 줄거리 있는 긴 말들을 엄청 빨리 말하는 풍이었는데, 요즘은 개그(gag)라하여 재미있는 말에다 몸짓을 가미하여 많은 사람을 즐겁게 웃을 수 있게 조정한다. 보통 성악소리는 입으로 내는 음(音)이지만, 악기를 보면 타악(치고), 현악(문지르고,튕기고,뜯고) 관악(불고)등 매우 많은 방법으로 인간을 리듬의 세계로 유도해 가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악의 떨림 소리가 기교적인 멋을 느끼게 하여 흥미를 느낀다.
지난해 말 우리 고장의 시조경창대회를 참관 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가 천상의 사람들처럼 날아갈 듯 곱고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입고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기량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명창들의 창(唱)에는 고수(鼓手)가 명창들의 가락에 맞추느라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가 꼭두각시모양으로 재미있으련만, 이곳은 鼓手(고수)가 심사위원 격이라 젊은 초년생의 참가자는 현장에서 고수의 격려를 받기도 하는 모양이 남다른 특색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아니 할 말로,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는 잘못하면 ‘땡’으로 탈락처리 할망정 실수를 논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곳에서는 경연 중에 고수가 소리꾼(창자:唱者)에게 “평소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하여 다음에 한 번 더 도전하세요.” 라고 말씀을 하고, 또 격려 받은 사람은 “다시 하면 안 될까요?”하는 애교 넘치는 응대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이것이 우리민족의 둥근소리 경연의 풍요로움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筆者)는 글쟁이라, 唱은커녕 풍물놀이에서 징으로 리듬 맞추는 것조차 잰걸음인데, 요즘의 대중가요도 아닌 시조창(時調唱)을 감상하는 것이 꼭 어린애가 아빠의 모자를 쓴 격일러라. 이렇듯 ‘국악은 명절이나 대회에서만 접할 예술인가?’로 접어 둘 번하였던 필자에게 구랍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고령군립가야금연주단 창립공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부산에서 온 필자의 친구들이 망년회(忘年會)하자면서 술 한 잔의 멋을 강요했지만, 누가 망나니 필자의 고집을 수정하랴?. 옛 동무 세 녀석을 이끌고 우륵홀에서 우리 가락에 몸을 싣고 소요연(小搖鳶)을 탄 기분으로 감상을 하였다.
가야금 음률의 파도를 타고 보니 문득 십 오륙 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이직(移職)문제로 마음의 갈등을 하면서 인천 부평시장 골목을 터벅 되는 순간이었다. 약 스물 평 남짓한 조그마한 도로(道路)가장자리의 자투리 공원(公園)에 다섯 명의 젊은 악사(樂士)들이 단복도 입지 않고 의자도 없어 각자의 가방과 주의의 경계석을 이용하면서, 첼로 바이올린 개량손풍금등으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당시만 하여도, 서울 음악 홀 공연 관람료가 C석이라도 약 십만원 정도인데, 공짜로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생음악으로 맛 볼 수 있음이 복권 당첨 정도의 행운이었다.
더욱 흥분을 하게 하는 것은, 통상 [음악연주가]라 하면 서양 유럽 작곡가 곡을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연주 하는데, 이분들은 우리네 민요를 쉼 없이 연주하고, 구경꾼이 요구하면 연주한 곡을 다시 연주 해 주면서, 연주 중에 노래를 따라하여도 웃음을 보내 주었다.
연주 감상 중에는 연주자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숨죽이고 듣다가 끝이 나야 박수라도 칠 수 있는데...... 이 관람은 우리네 농악 한 마당에 참여 한 듯한 느낌이 들어 정말 좋았다. 호기심 많은 필자가 막간에 ‘녹음해도 되냐?’고 물으니 CD 한 장을 덥석 주셨는데 지금도 가지고 있는 애장품이다.
사실 이분들은 박사(博士)과정의 논문(論文) 준비를 위하여, 당시 우리사회에는 생소한 길거리 연주회에 대한 주민(住民)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한 ‘계획된 연주회’였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필자의 가슴이 울림을 기억하며 즐거운 반응을 하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신영희 명창이야 방송인이라 할 만큼 알려진 분이시니 거론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노래 가락이 감동을 주었고 부모님 생각이 나게 하였다.
가야금의 연주는, 음 여운과 울림 조절이 가장 품격 있는 기교가 아닐까? 고전적인 연주법에서 뭔가 튕겨 나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 하는 듯한, 가야금을 대중곡에 접목시킨 새내기 연주자의 곡도 새롭고, 그날의 대단원곡 ‘훨훨’은 아마도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필자(筆者)가 감상하러 올 것을 예상이나 하였는지 내 마음을 꿈길로 안내 하였다. 우리 고장의 감상자(感想者) 모두가 필자와 같은 깊은 감동을 받았으리라 믿어 보며, 고령가야금 연주단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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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61호입력 : 2016년 0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