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63호입력 : 2016년 03월 02일
빛나는 졸업식
졸업식은 기쁜 행사임은 틀림없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다 마치고 어느 정도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인정하는 의식행위가 졸업식이라 할 수 있고, 옛날 서당의 ‘책걸이’도 같은 맥락의 의식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입춘우수 지나 동장군도 마감되어가는 이 시점에 고뿔증상이 있고 일거리도 없어 두문불출 칩거하다가, 약을 먹는 것 보다 온천 목욕이 좋을 듯하여 바깥출입을 해 보고 ‘내친걸음에 친구나 만나서 차향(茶香)이나 즐길까?’ 하고 필자의 고향이자 이웃고을인 합천으로 향하였다. 그 곳 고을의 교육장(敎育長)을 역임하고 있는 인사가, 한 때 같은 문학회에서 글쟁이 자질을 연마하던 인연이 있는 분이라, 인사나 나누며 차 한잔 하자며 안부전화를 하니 첫말에 “요즘 초등학교 졸업식은 한곳이라도 참석 않으면 학부모들 전화항의가 온다.” 라 하면서 오늘도 두 곳이란다. 거저 웃음만 나온다. 교육장의 직책이 일개 고을의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계획하고 집행 감독하는 중책자임을 생각 할 때 조금 참아 주면 하고 생각해 본다. 하기야 요즘 저 출산 현상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동들이 얼마나 귀하고 가슴 뿌듯하게 하는 보물인가? 문득 필자(筆者)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회상해 본다. 군청 소재지에서 구십 리나 동 떨어진 오지(奧地)에다가 분교(分校)에서 초등학교로 승격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초라한 졸업식이었다. 육십 여명의 졸업생이 다 참석도 못하고, 졸업식이 끝나고 몇 일 후 담임선생님이 졸업장을 들고 그 동무의 집을 방문했었지. 졸업장 밑에 그간 밀려있던 월 회비 영수증인지 고지서인지 모르지만, 그 동창생 녀석은 지금도 동창회 나오면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민족을 한(恨)의 정서를 품은 사람들이라고들 한다. 온전히 옳지는 않겠지만 아세아 대륙의 동쪽 끝의 작은 나라로서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 오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위 하늘이라고 말들을 하는 나랏님과 나으리들의 무능함 앞에 육신으로 격어야 하는 고통 앞에 한이 쌓이고 몸에 베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였으리라. 그래서인지 필자의 초등졸업식에는 시종일관 울음바다를 이루고 있어서 요즘의 장수(長壽) 하시고 가신 장례식 보다 오히려 울음이 더 하였다. 교장 선생님의 비교적 담담하셨던 축하 말씀이 끝나고 필자의 집안 동생이자 오학년 대표의 송사(送辭)는 말하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지만 담임선생님과 같이 연습한 송사를 끝까지 읽었다. 답사를 하기는 해야 하지만 실로 난감하였다. 식장 중앙의 교탁 앞에 섰지만 도저히 입이 열리지 않았다. 괜히 무슨 서러움이 몰려와서 인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눈물만 닦고 있을 때 맨 뒷줄에 서 계시던 낯이 익은 배달부 박씨 아저씨가 걸어 나오셨다.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저는 왜정 끝에 태어나 육이오 피난길에서 걸음을 배운 사람입니다. 그래도 배워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곳에서 이십리 밖에 있는 오남학교를 졸업했어요. 여러분 왜 서려우십니까? 울지 마세요. 여러분 중에 중학교 못 가는 사람이 많지요? 학교 못가도 무엇인가 열심히 하면 크게 성공 할 것이고 그때는 여러분이 저보다 더욱 예쁜 말로 축하를 해 주세요.“ 하셨고, 이 말에 힘을 얻어 답사를 마쳤다. 그렇게 정을 주고 사연 많던 우리의 학교는 합천댐 물속에서 잠자고 있다. 그 후 열 개도 넘는 졸업을 해 보았지만, 그때 그 선배님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은 “고등학교는 졸업 못해도, 대학은 열 개정도 나온다.” 라고 하지 않는가? 노인대학. 봉사대학. 주부대학. 농촌기술대학. 문화대학. 간장대학. 풍물대학. ...... 많은 종류의 학교를 졸업하는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다만 여러분이 오늘날 졸업식이 끝이 아니길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느끼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정진하여 지구촌사회에서 크게 이바지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 길이 소위 말하는 ‘좁은 길’ 일지라도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하고 열심히 정진해 간다면 여러분의 꿈은 이루어지리라. 수필가 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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