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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봄날의 끝을 잡고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76호입력 : 2016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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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떠나는 봄날의 끝을 잡고

가는 봄이 아쉬워서 거울을 보고 싶다.
봄이 되면서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과 기대감으로 창가에 매 달려있는 햇살 한줌을 이슬 낀 눈으로 바라본다.
멀리 까지 파란 하늘 그림이 펼쳐져 있고 송화 가루가 큰 바다의 멸치떼 마냥 온 산야를 헤집고 지나가고 있다.

모두가 황사처럼 공기오염이라고 고개 돌려 입을 막지만, 외딴 산골 소녀가 만지던 송화 가루를 노래하며 아기 솔방울을 만져보고 싶은 호기심이 불현 듯 피어난다.
소나무가 항상 푸르다며 상록수라 하지만, 감자 꽃이 피는 즈음에 새로운 순이 나오고 먼저 나온 언니 이파리들은 솔 갈비가 되어 세상 이별의 여행을 떠난다.

수 십년 아니 백년도 넘게 살아오면서 뿌리는 온 산을 덮고도 남을 만큼 땅속에 퍼져 있어 물기와 영양분이 충분하련만, 건강하고 튼튼한 솔방울을 생산하기 위하여 ‘명퇴’란 위로 편지 한 장 없이 늙은 솔잎들은 어머니처럼 말없이 바람에 운명을 맡기며 여행을 떠나고 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란 말을 가슴이 아프도록 반복하여 노래라도 하고 싶은 갈증을 느끼고, “ 나는 잘 지낸다. 있다가 오너라.”라는 한마디 말씀을 듣기 위하여 전화기 보듬는 일이 고작인 시려 오는 변명거리를 두견에게 물어 보고 싶다.
내 마음을 알길 없는 두견이를 기다려 무얼 하겠는가?

근동에서 가을 밝은 달밤이란 뜻의 오동추야 이름을 걸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여사가 최근에 닭을 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 많아 진자리만 누우시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 多産의 상징인 계란이라도 만져보면 솔잎이 낙엽 되어 떠나는 마음을 만질 수 있을듯하여 닭장을 살그머니 들어가 본다.
수탉들이 경고 신호라도 보내는 양 두 발을 까치발하며 양 날개를 한껏 부풀려 올리고 퍼덕이면서 빙 둘러서서 소리치고 있지만, 암탉들은 이방인이 관심 없다는 듯 연신 모이만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기억하고 벼슬이 약간 하얘져 있는 조금 늙은 암탉을 찾아보니 역시 달걀을 끌어안고 앉아있는 모양이 본능적으로 병아리 까는 모양을 하고 어머니로 앉아있다.
하나씩 흩어져 있는 달걀을 이삭줍기 할 때는 모두가 관심이 없이 조용하더니, 여러 개가 모여 있는 약간 움푹 패어져 있는 곳의 알을 만지는 찰라 빛깔 좋은 수탉들이 손등이라도 쪼일 양 위험 경고를 한다. 왜 일까?

온정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면 수많은 닭들이 아무렇게나 달걀을 낳아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달걀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따뜻하고 조용하며 통풍도 잘되는 즉 부화하기 적합한 조건을 갖춘 곳이니 종족 보존의 본능일 것이다.

기업적으로 상자 속에서 컴퓨터로 기온·습도 먹이양까지 최적점을 찾아서 키우는 곳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사랑과 정성’의 온기를, 노천 닭장에 체험 학습을 오는 어린 친구가 있다면 그것이 부모의 자식 키우는 가장 기초적인 정임을 설명해 줄 텐데.
흔히들 건망증이 심하거나 잦은 실수를 하는 사람을 보고 ‘닭대가리’라고 놀림의 말을 하곤 하지만, 정말 닭의 엄격하고 독립심 강한 훈육 방법의 비밀을 알면 생각을 바꿀 것이다.

대다수의 조류가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잡아다가 반 소화된 상태로 입에까지 직접 넣어주는 경우가 흔하지만, 닭은 부화 후 곧장 먹이를 쪼아 먹도록 하면서 절대 어미가 입에 넣어주지 않는다.
두엄더미를 두발로 헤집어 놓아 굼벵이가 보이게 하여놓고, 어미가 먼저 먹는 모습을 시범 보이니 병아리들은 의심 없이 따라 먹는다.

물론 모래주머니라는 특수 신체부위에는 돌이나 심지어는 유리조각이 들어가 있어도 오히려 먹이를 소화흡수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만들지만, 어미는 병아리들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주는 고급 교육을 하고 있다. 요즘 헬리콥트 맘마들이 눈 여겨 보아야 할 교육법이다.

시골이라 지천인 두엄자리를 헤집고 잡아 놓았던 굼벵이 한줌을 조용히 닭 앞에 밀어 내 주고, 솔방울을 위하여 다 내어주고 미라가 되어가는 어머니를 닮고 싶은 닭대가리 보다 모자라는 우중충한 마음을 거울에 얹어 보다. 봄의 끝자락에 간절히 매달리며.

수필가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76호입력 : 2016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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