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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들의 두 집 살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77호입력 : 2016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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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큰 아들의 두 집 살림


예쁘고 조그마한 꽃상여(喪輿)가 산을 오른다.
귀엽게 흔들리며 꽃 다발되어 상여가 이 더운 염천에 산 능선을 타고 오른다.
모두가 불이 좋아 이 세상 인연을 불로 태우고 묻힌다는데, 저이는 스물셋 청년으로 여든의 새색시를 만나기 부끄러워 화장(火葬)된 몸조차 꽃가마에 얹혀서 고향을 찾아 왔다.
대(代)끊긴 미안함에 쭈뼛쭈뼛한 걸음으로 큰 아들의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이 어색 한 듯 산자락을 맴맴 되며 돌고 또 돌고 있다.

요즘은 혼전임신도 더러 있다더라만 삼일동안 부끄러워 아기도 못 만들어 상주도 없는 저이는 그래도 훈장(勳章)을 보여주려 늙은 부인 곁을 곰실곰실 찾아가고 있다.
혼인하고 3일 만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장렬히 전사한 애국지사 한분의 영혼이 고향을 찾아왔다. 아니 육십년을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간 부인을 찾아온 것이다.
국군 유해발굴단에 의하여 이제야 웃으며 오셨단다.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들과 현충원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탑 속에서 한순(巡)을 웅크리고 매달려 있다가 위패만 걸려 있기엔 너무나 억울해서, 이제 한줌에도 모자라는 흔적 화장 잔재를 국립묘지에 이름 내어 걸고 자리 매김 하였다고 의기 양양 고향을 찾아 오셨다.
스물 셋으로 육십년을 멈추어 사시던 새 아씨는 분명히 부부이지만, 현존 법의 테두리가 인정을 않아서 또 다시 영면조차 영원히 따로 둥지를 잡아야 한다기에 집안의 중론으로 스물 세살 청년은 현충원에서도 잠자고, 육십년을 더한 팔십 넘은 청년은 고향 언덕배기 부인 곁에 눕는 일인(一人) 두 무덤으로 화려한 장남이 된단다. 지금.

민족상잔의 결과물이라고 제처 두기는 너무나 가슴 쓰리고 아프다.
‘조금만 일찍 오시지 예.’
당신의 젊은 새댁은 부모님 명령에 의하여 시집을 찾아가서 결혼하고 그깟 3일 만에 당신을 전장(戰場)에 보내고 월북한 실종자의 아내로 수십 년을 살다가, 겨우 전사자 미망인이라고 개명하고 또 3년 만에 ‘영감!’이라고 불려보지도 못하고 죽어서도 장자부(長子婦) 의무를 다 하고 있다.
과부 아닌 과부로. 그것도 처음 몇 십 년은 越北(월북)이 아니라는 증명을 못하여 그 흔한 가족연금도 모르고 살다가, 어느 전우의 개인 기록물에서 “내 전우 아무개가 강원도 골짜기에서 전사했다하더라”하는 말이 있어서, 겨우 귀신증명서를 발급받아 거창한 제사상을 꼭 세 번 드리고 하늘나라로 눈 뜨고 가셨다한다.

부인의 얼굴도 볼 수 없는 지금 고향이라고 와서 흔적지우기 의식을 하는 저분은 누구의 위로를 받아야 저승에 평안히 안착하실까? 문득 한평생을 과부대접도 못 받고 살다간 저 할머니의 세월이 애처롭기 한이 없어, 西京雜記(서경잡기)에 나오는 秋胡(추호)의 이야기를 음미 해 보고자 한다.

추호는 노(老)나라 사람으로 결혼 삼일 만에 당시의 풍습에 따라 아내의 얼굴도 못보고 멀리 陣(진)나라로 벼슬길을 떠났다.
아내는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뽕밭을 일구고 양잠을 하였으며, 추호도 진나라에서 열심히 노력을 하여 벼슬도 높아지고 재물도 많이 모아 고향 노나라로 錦衣還鄕(금의환향)을 하는 길이었다.

고향 가까이에 아주 잘 가꾸어진 뽕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예쁜 아낙을 보고 마음이 동(動)한 추호는 소위 愛弄(애농)의 장난을 치며 황금으로 여인과 사랑을 하고자 하였으나, 여인은 ‘남편이 멀리 떠나있고 시부모를 모셔야하며 누에를 돌보아야 하니 당신의 청을 거절하며, 특히나 애뜻한 사랑이 아닌 황금으로 여인의 절개를 얕보는 모멸감을 참을 수 없다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누에가 맛나게 뽕잎을 먹고 있음에 기쁨으로 일을 끝내고 방에 들어가려니, 멀리 타국에서 큰 성공을 하여 어머니 앞에 당당한 아들로 돌아온 사람이, 조금 전에 뽕밭에서 회롱하던 사내임을 알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아내는 고심하다 황하(黃河)강에 투신하여 삶을 마감한다는 이야기이다.

중국의 古書(고서)의 한 귀퉁이에 전하는 이 사연에 관한 작가 미상의 시를 소개하면
秋胡西仕 五年來歸
愚妻不識 心有陰思
妻執無二 歸而相知
恥夫無義 遂東赴河.
절개와 탕자가 같은 하늘아래 용납되지 않았다는 한 여인의 투신자살의 최후는 거룩한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을 슬픔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일까?
앞서 일평생을 과부이지만 과부라는 위로(?)조차도 못 얻고, 조국을 위해 목숨 받친 위대한 칭찬조차 월북을 의심 받는 불명예로 무명용사의 집 그늘진 곳에서 침잠하시다가 겨우 전사(戰死)라는 이름 갈고 고향에 오신 분과, 육십년을 멍든 가슴으로 기다리다 저승 가신 저 두 분은 서로 만나시기는 하실 수 있을까?

저승에도 국영방송 KBS에서 실시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라도 있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정작 본인의 뜻보다 주위의 환경 지배를 받으며 살다간 노파이야기와 일순간 마음의 욕심조차 용서할 수 없어 생을 마감한 추호 부인의 변론을 음탕한 마음은 살인과 같다는 陰近殺(음근살)이란 말로 덮기엔 시세말로 눈물만 흐른다.

꽃상여의 귀향은 亡者(망자)의 위령제가 되면서 아울러 살아있는 사람의 위로와 보상이 되겠지만, 환갑 지난 조카가 얼굴 한번 본적 없고, 오직 할머니의 한숨 속에서만 살아 있던 큰 아버지의 유골함을 받는 심정을 보훈의 달에 곱씹어 생각해 본다.
전쟁은 영원히 반갑지 않은 상처였더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77호입력 : 2016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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