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들려오면 마음이 아주 푸근해 진다. 어린 가슴에 매미가 울던 그 시절은 무더운 날씨로 입맛을 잃어서 까칠한 보리밥 덩어리가 입안에서 미꾸라지 수영하듯 잘 씹히지 않았지만, 여름비로 풋 채소가 덥수룩하게 자라나 먹성이 되어 그나마 풍년 가을을 생각할 여유를 주곤 하였다.
십리나 되는 산길과 들길을 바람을 친구삼아 달려왔었다. 보자기로 피난민 짐 꾸리듯 어깨와 허리를 빗살 모양으로 책보(冊褓)를 졸라매고 달랑되며 돌아오는 하교 길에는 많은 벌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특히나 매미의 노래 소리는 정답기까지 하였다. 매미 노래 소리는 이삼십 걸음 멀리서는 들을 수 있지만, 가까이 가서는 들을 수가 없었다. 어린 생각에 조금 더 잘 듣고 싶음을 느끼고 아무리 살금살금 걸음을 하여도 곧장 멈추는 까닭에 아쉬움을 주곤 하였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에, 육조백관들이 쓰는 관모의 날개를 잠자리날개를 형상화 하였다고 하고, 매미의 머리에서부터 다소곳이 내려오는 접은 날개 모양을 본으로 하여 임금의 익선관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매미를 주제로 한 고화(古畵)는 그리 흔하지는 않은 까닭도 한 나라의 군주가 평상시 쓰시는 모자를 지칭함이라 화원(畵員)들이 자주 그릴 수가 없었다는 민담으로 전해 오는 이야기지만, 수년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안방극장에서 잠시 사라진 탈렌트가 있었음을 상기 할 때 가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매미의 덕목 즉 군주가 갖출 덕목인 ‘선의 오덕(蟬의 五德)’ 혹 ‘군자의 오덕’이라 하는 임금이나 선비의 덕목을 살펴보면, 첫째가 문덕(文德)으로 글을 익혀서 많은 백성의 앞선 길잡이가 되어야하니 글을 읽고 익히기에 혼신의 힘을 써야 되며,
둘째가 청덕(淸德)이니, 지도자는 항상 맑은 마음으로 사욕이 아닌 공의를 실천하는 마음을 일생의 목표로 삼는 특권을 누리므로 동시에 이익 추구를 하는 상인(商人)과 구분 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염덕(廉德)이니 지도자는 설령 자신의 노력으로 다소간의 공익을 위한 성과가 있거나 국난극복의 업적이 있더라도 그 공으로 인하여 권력이나 재력을 더함을 수치로 여겨야 하며,
넷째, 겸덕(謙德)이란 주위에서 높이 칭송할지라도 자신을 낮추라는 가르침이니 어쩜 이 말이 정말 핵심인 듯이 느껴짐은, 고서(古書)를 뒤적이다 보면 조선시대에서 가장 심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방관으로 부임하여 민정을 살피기보다 기생 점고에 힘쓰고 자연 현상을 극복 못하여 흉년이 들어 백성들은 기아(飢餓)로 죽어 가지만, 정작 자신의 가솔(家率)과 조정(朝廷)에 보내는 진상품(進上品)은 초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이며 악랄하게 백성의 피 눈물을 흘리게 하던 지방관들일수록 임기가 만료되거나 상위 직급으로 진급되어 한양으로 가면서 송덕비나 칭송 비문을 많이 세우도록 강요하였다가 그 비문(碑文)을 야밤중에 파괴하여 땅속에 묻었다는 이야기가 야사에 흔히 나오고, 저 유명한 박문수 어사의 행적에도 거론됨을 보면 이 말이 매우 중요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덕(信德)은 백성은 임금이나 관리를 믿을 수 있을 때 힘이 솟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서양의 어느 경제학자는 국민이 가장 행복 할 때를 ‘국민이 마음 놓고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고 국가의 보호을 받으면서 세계 대열에 자국의 이름으로 무역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맞는 말인 것도 같다. 다만 모든 국민이 책임과 의무를 잘 하는 선한 사람들일 때라면 말이다.
물론 큰 강물은 돌맹이는 물론 큰 바위를 만나도 요즘 사람들처럼 싸우거나 재판을 걸어서 암기력 뛰어난 법조인의 판정이 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지 않고 유유히 본연의 일을 하며 바다로 흘려간다. 대다수 국민들처럼.쓰임이 다 된 듯 바다에 도착하고도 하늘의 부름이 있으면 수증기가 되어 또다시 지나간 아픔도 잊고 비나 눈이 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가? 이것이 우리네 민초의 자세가 아닐런가?
매미는 열흘도 못 되는 세월을 노래하려고 칠년 아니 미국에 사는 어떤 종류는 이십오 년을 굼벵이로 살아간다고 곤충학자와 글쟁이들은 노래한다. 하지만 매미가 그 길고긴 세월을 유충과 굼벵이로 살면서 성충이 되어 노래 할 순간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분임을 자각하고 조금 더 영양분이 많은 토질을 찾고, 습기가 알맞은 곳으로 느리지만 찾아가고, 자연재해나 어떤 개체의 습격으로 그간의 노력이 파괴되더라도 또다시 최상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서 긴 역사를 써 오고 있지 않을까? 우리네 어머님처럼. 이제 책 보따리(冊褓) 둘러매고 내 달릴 나이는 지났지만, 초동시절 그렇게도 가까이서 듣고 싶었던 매미소리를 가슴 아프도록 만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