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불고 폭우 쏟아지던 한 계절 힘없는 것끼리 안아주고 붙잡아 주며 무탈하게 잘 건너왔다고 서로 어깨 토닥이며 서 있다
몇 해 전 암으로 남편 먼저 딴 세상 보낸 내 친구 숙이 그 키만 멀대같은 가스나 어린 두 딸 부둥켜안고 터지는 울음 목젖으로 넘기며 기대어 선 그 담장 아래 환한 꽃등 켜지고
호랑나비 한 마리 살포시 꽃잎에 날아 와 앉는다.
[시인의 말] 이 시는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전국 곳곳에 피해를 입히고 지나 간 뒤 고령 개실마을에 갔다가 만난 부용 한 송이를 보고 쓴 시이다. 폭풍우와 태풍을 이기고 꿋꿋이 서 있는 부용 한 송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고 아름다워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큰 키로 얼마나 휘청대고 흔들리며 꽃송이를 지켜냈을까 생각하니 그 힘이 모성애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꽃송이에 겹치는 내 친구 숙이의 얼굴, 몇 해 전 남편을 암으로 먼저 보내고 태풍 속에 홀로 놓여 진 것 같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건너왔을 그 친구, 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고 힘 있고 꼿꼿한 그녀, 한 송이 부용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