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84호입력 : 2016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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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하는 인생으로 살지 않을래?
빵쟁이가 반죽을 하여 저온에 두어서 천천히 발효작용이 되도록 하는 작업을 숙성시킨다고 한다. 도살꾼이 소를 잡아 고기를 냉장으로 변패시키는 것도 숙성이라 한다. 숙성이 지나야 연하고 부드러우면서 사랑받는 고급의 제품이 되는 것이므로, 우리는 본질을 잊어버리고 쓸모없이 되는 부패와 달리 숙성을 항상 이용하고 있다.
요즘 중앙정부의 고위직책에서 일을 보던 사실은 못난이면서 잘난 체하던 인물들이 소식매체들에 보여 지는 못난 행동들이 많다. 그것도 꼴 볼견으로. 잘못한 행위를 감추고 또 누구는 찾아내고 정말 가관이 따로 없다. 그렇게 좋은 머리로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 좀 하지 못난 것들이라고.
화약을 발견한 노벨은 산업 발전을 기대하며 상금도 남겨 주었건만, 무기 만들어 세상을 어지럽힌 못된 사람들이 있듯이, 국민 보살피라고 앉혀 놓으면 저 모양이니 더럽다. 정말. 장마가 지겨워서 고서적(古書籍)을 뒤적이다가 재미있는 한시(漢詩) 두 편을 읽게 되었다. 지은이는 분명 동일인물인데 장마 비를 보면서 표현한 감흥은 너무나 차이가 나서 이것이 바로 성숙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경국대전에 기초한 조선의 중앙기관에 승정원이 있었다. 이 기관에 요즘 말 많은 대통령비서실격인 왕의 뜻을 전달하는 6인의 승지(承旨)가 있었으나, 사극(史劇)을 쓰는 작가들의 취향인지 아니면 시청자들의 편향된 요청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도승지와 동부승지란 단어들이 많이 나와 귀에 익숙한 듯하다.
머리는 좋아 우부승지(右副承旨)를 하던 다산 정약용은 1801년(순조원년) 꽃피는 3월에 경상도 장기로 유배를 갔다가 같은 해에 전라도 강진으로 두 번째 유배를 갔다. 강진에서의 18년간의 글은 주옥 같이 후손들에게 도움 되는 글들이 많고, 장기에서는 글 편수는 많으나 독백 같은 형식의 사회에 대한 불만, 임금을 위시한 조정 중신들에 대한 원망의 내용이 많은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우부승지로 백성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조(工曹)를 담당하다가, 셋째형 정약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둘째형 정약전은 유배를 가서 집안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는데 눈물이 없었겠는가? 울분이 없었겠는가? 한이 서리지 않으면 그것이 사람이겠는가? 말이다. 사서삼경중의 하나인 주역(周易)에 감지(坎止)란 글귀가 있다. 감은 구덩이를 뜻하고 지는 채운다란 뜻이니 직역하면 ‘물이 구덩이를 채운다.’란 말이지만 ‘아픈 상처도 덕이 물처럼 채워지면 평온을 다시 갖는다.’라고 筆者 나름으로 해석을 하며 앞서 말한 정약용의 장마를 소재로 한 한시(漢詩) 두 수를 소개 한다.
먼저 경상도 장기로 유배를 간 초창기 시는
久 雨 苦雨苦雨雨故來 白日不出雲不開 大麥生芽小麥臥 只肥鼠梨與雀梅 村童食之酸沁骨 麥臥不起誰知哉 괴로운 비 괴롭다. 일부로 더 오는 비 괴로운데, 해도 안 나오고 구름도 안 걷힌다. 보리는 싹이 나고 밀은 누었는데, 돌배와 앵두는 살만 통통 올랐다. 아이가 신맛을 보고 몸서리 처도, 누운 보리 못 일어남 누가 알아줄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괴로워하고 있다.
다음은 강진에서 숙성된 후의 소낙비를 노래한 것이다.
久 雨 窮居罕人事, 恒日廢衣冠, 敗屋香娘墜, 荒畦腐婢殘, 睡因多病減, 愁賴著書寬, 久雨何須苦, 晴時也自歎. 궁한 살림에 찾는 이 없으니 의관을 벗고 산다네. 썩은 지붕에 벌레 떨어지고 밭두둑엔 팥꽃 뿐 이라네. 병이 깊어 잠도 못자지만, 책 쓰는데 힘쓰니 잊을 만 하네. 장마를 왜 괴롭다하리, 맑은 날도 혼자서 괴롭다 했거늘......
그래 이것이 인생이다. 늙은이 값 해야하고, 직책 값 해야하고, 그러다가 저승 갈 준비를 해야 하거늘 무엇을 더 바라고 저 지랄들을 하는가? 불쌍하게끔.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84호입력 : 2016년 08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