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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따라 노래한 삼무 여행 #2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87호입력 : 2016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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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구름따라 노래한 삼무 여행 #2

무엇이 그리 바쁜 살림이었는지 열차를 타 본 것이 삼십년도 넘나보다.
시골 구석구석 모든 역을 드나들며 발품을 도와주던 ‘비둘기’라는 예쁜 이름의 열차를 타 보고 처음이니 설레는 마음이 촉촉하다.

당시는 비둘기, 통일, 우등, 새마을로 제법 고급이었던 우등 열차가 지금은 비둘기 역할을 하고 KTX가 최상위라는데, 더위에 열차도 헐떡거리는 듯 차체 밑에 장치되어 있는 환풍기가 뜨거운 바람을 뱉어내고 있으나 객실은 쾌적한 상태였다.

옛날의 추억으로는, 좌석권을 구입 못한 소위 입석여행객들이 조금만 틈을 보이면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조는 까닭에 가벼운 언쟁도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도 그렇게 상호 불편한 여행은 않는다고 관리도우미(엣날은 차장)가 웃으면서 설명을 하신다.
조그마한 손수레를 밀고 다니면서 계란이나 사이다 등을 파시던 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물어보니, 요즘은 열차 한량을 카페열차로 운영하고 있는데, 당시의 식당차(보통 가장 뒤 칸)를 변형시켜 노래도 하고, 가벼운 여흥도 즐길 수 있고, 매점도 조그마하게 설비 되어 있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비 약품도 구입이 가능하다고 상세히 설명을 하시면서도 전기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주시하는 모양이 최전방 병사 못지않다.

마침 유럽에서 온 젊은이들이 배낭여행 중이라고 소개를 하며 기타 반주와 함께 아주 신명나게 노래를 하고 있다. 배추 한 잎을 살포시 건네주고 돌아와서 책을 보듬어 본다.
한국문협과 국제pen클럽을 드나들도록 도와주신 전명옥시인과 전화가 되어 서울로 가고 있지만, 안내 방송을 잘 못 들어서 서울역이 아닌 영등포역에 내리고 말았다.
초면이고 밤 8시에 급히 만나야 할 정도로 다급함도 없으니 내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역 옆의 여관에 가방을 던져두고, 골목 구경을 나서보니, 언제였던가? 아주 오래 전에 나온 ‘비 오는 날에는 구로공단을 가야한다.’라는 막노동자들의 애환을 노래한 배경처럼 소음과 악취 속에, 개미들이 맡은바 역할을 하느라고 주위에 무관하게 움직이듯 사람들이 자기 갈 길만 재촉하고 있다.

서울지리를 모르는 筆者에게 전 시인은 1호선과 종로3가에서 환승하여 인사동역 6번 출구에서 웰스(Wells Coffee)에서 만나자고 통보를 해 오셨다.
열 평도 덜 되 보이는 이층으로 된 목조 건물의 커피집은 몸매가 마르고 광대뼈가 나온 눈매가 날카로운 초로의 남자분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분은 매우 앞선자라서, 동 티모르 오지의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소위 공정무역커피를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을 하신다.

동 티모르는 커피를 비롯한 농산물이 수출품의 90%를 차지하는데, 국제기구에서 인정한 고산지대에서 자라면서 비료나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아라비카 커피’를 직 수입하여 손님들께 드리는 자부심으로 근무한단다. 카페 주인 이 선생은.
전 시인이 조금 늦게 오시는 까닭으로 제법 긴 시간을 빈자리만 지켰지만, 점심식사 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나서는 길손에게 웃음을 보내며 인사동거리 안내까지 친절히 하신다.

합천의 영화 촬영장처럼 아주 포근히 가슴에 안겨오는 인사동거리를 눈으로 마시고 또 마시면서 고우신 전 시인과 점심을 먹고, 약속한 월스(wells Coffe)를 방문하니, 어라? 이 사장은 “약속을 잘 지켜주셔서 고맙다”면서 커피를 무료로 주고 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대표자가 직접 들고 와서 나그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 준다.

진관길 23에 있는 ‘셋이서 문학관’을 찾아보았다. 동행시인이 이곳에서 평소에 봉사 활동을 자주한 빽(Back ground) 때문인지 문학관장은 나그네 글쟁이에게 너무나 따뜻하게 설명하시고 과일이랑 음료수로 마음을 덥혀주셨다.

문단의 기인이신 천상병 순수시인의 육필원고를 보는 순간 여행객의 가슴은 뭉클하였다. 1967년 동베르린 간첩단사건 관련으로 몸과 마음을 다쳤지만, [귀천]에서 고백 한 것처럼 그의 사상은 저 높은 곳을 아우르던 흔적을 볼 수 있었고, 너무나 정성을 들인 반듯한 글씨였지만, 원고지 칸을 무시하고 빼곡히 쓰나간 모습은 ‘경제의 어려움이 이렇게 크셨나? 아니면 작가의 성격 탓인가?’ 하고 잠시 감상(感想)에 젖게 한다.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를 평생의 글 쓰는 잣대로 하셨다는 이외수 선생님 방 앞에서 후배 글쟁이도 또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걸레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중광의 웅크리고 앉아있는 소 그림 앞에서 작가의 생각을 읽어 내기 까지는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하였다.

철거민들의 새로운 터전으로 잘 알려진 연신내 골목길은, 합천댐 건설로 고향도 잃고, 조상님들 묘지조차 옮기고, 동창회 모임조차 객지에서 하는 경우가 흔한 筆者의 처지와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하여, 햇살에 시들은 배춧단을 안고 있는 노파의 좌판에 내 노래를 실어주며 안내시인의 시집 ‘삶의 노래’를 선물로 받아들고 금산을 향한다.

남부터미널에서 버스에 몸을 싣고 흔들리며 연결된 전화기는 “꼭 모범택시 24호를 타세요. 금산에 도착하거든.”하고 굵은 남성의 목소리로 공(孔)수필가가 아예 명령조로 부탁을 한다.
어두운 밤에 도착한 금산은 으스름 달빛이 제법 시흥(詩興)을 돋우고 있어서, 나그네 글쟁이의 가락국수처럼 뽑아내는 “물레방아 돌고 도는......”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24호 택시가 먼저 알아보고 타라고 한다. 정말 기똥차다.

“어디로 가십니까?”
“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오. 글쟁이 친구를 찾아 왔지만......”
“그분을 잘 아십니까?”
“글쎄요. 잘 알기보다 글쟁이라서 믿음으로 교재를 하고 있지요.”
“혹시 ‘시골 글쟁이’라는 별명으로 카톡을 하시는 분입니까?” 하는 것을 보니 이미 이분은 筆者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얼마를 달렸는지 아주 조용한 시골의 한옥 앞에 筆者를 내려주면서, 들어가서 쉬고 있으면 서너 시간 후에 오시겠다고 공 선생이 말씀을 하셨단다.

무슨 괴기 소설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니, 주인아줌마라고 소개한 여인이 밥상 차려 놓았으니 얼른 씻고 나와서 식사하시란다.
이건 무엇이랄까? 뭐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뱀이나 여우가 둔갑한 고마움 같지만, 어차피 평소 돈키호테였고 이번 여행의 주제가 삼무(三無)이니 ‘에라이!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하고 손과 발을 씻고 생면부지의 여인 앞에서 식사를 하자니 짜릿한 호기심이 돋아났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집 앞에서 경적을 빵빵 울리더니, 밖에 나갔다 들어온 여인이 무작정 타고 가잔다. 오늘 여행은 모두가 모험 같다.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택시를 타고 보니, 어라 조금 전의 기사분이셨다.
놀란 가슴을 정리하자면,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이분이 筆者의 카톡 친구였고, 수필가 글쟁이 친구였던 것이었다. 처음 만나는 귀한 서친(書親)이라 저녁 모두를 모시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는 선약 손님이 있어서 지금 일과를 마치고 왔단다.

처음부터 선약 손님이 있다고 낯선 곳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더위도 잊게 하도록 이벤트(event)를 해 보았단다.
삼십년 동안이나 미안함을 기억하는 필자의 수필(아직도 미안합니다.)을 인터넷 고령군민신문에서 읽고 글쟁이 친구가 되기로 생각하고 그동안 조각글을 주고받았단다. 정말 나만큼 돈키호테다.
새벽이 지나 아침의 첫차가 오는 시간까지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는, 온실 속에서 자란 글쟁이의 다보탑 같은 맛이 아니라, 샤론의 벌판에 고고히 피어 있는 백합처럼 은은한 예수님의 향기로 덮여 있는 돌탑 즉 석가탑 같은 무게감을 전해 준다.

양구의 홍 소설가(토종꿀 글쟁이)를 만날 예정이라 하니, 아예 서울 동부터미널까지 떠돌이 글쟁이를 옮겨다 준다. 욕심 많은 못난 사람들은 주머니 불리기에 급급하지만, 멋쟁이 나의 글쟁이친구들은 멋을 가슴에 채워주니 정말 이번 삼무 여행은 흥미롭다.
수필가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87호입력 : 2016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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