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90호입력 : 2016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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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의 이웃으로
오늘이 추분(秋分)이란다. 풍객(風客)들이 장마 감지한 개미들처럼 우루루 산을 오르고 있다. 물 건너 마을에 사는 코큰 사람들과 의논하여 [사드]를 배치하여야 한다고 목에 힘주어 말하는 이들이 있고, 동양의 미덕으로 볼 때 한쪽이 못된 짓한다고 같이 맞장구치면 꼭 같은 인물 아니냐면서 사드배치 하지 말고 한번 더 추운 곳의 사람을 달래보자는 사람들도 있는 이 시간에도 말이다.
이렇게 온 고을이 들썩이며 산행을 가고, [사드] 문제로 의견들이 설왕설래하지만 크게 요동하지 않고 조용히 동참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여름에 멀고 가깝고 관계없이 이 땅에 산다는 조건하나로 참여 할 수 있다던 뜀박질 잔치(Olympic)에도 참여 못하고 오로지 같은 고을 선수가 등참이(메달 획득) 했다하면 “아! 잘했구먼. 잘 했으니 돈 들지 않는 박수나 쳐주자.”하는 정도로 살아가는 층들이다. 그들은 추분(秋分)이 되어 산자수명 운운하며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어 있는 단풍 옷 입은 산행(山行)을 마음의 감동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등산로라도 새로 만든다는 소식이 있어서 4대보험 가입자로 이름 바꿈하며 등산을 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중얼거리는 사람들 말이다.
여름철에는 왕성한 에너지 창출의 활동을 하던 나무들도 기온이 내려가면 곧 겨울이 올 것을 감지하고 준비를 한다. 겨울이 되면 온 천지가 얼어붙고 추위가 싫은지 해(sun)마저 게으름 피우면서 늦게 나오고, 걸핏하면 구름을 핑계로 일찍 산속으로 숨기를 해대니 나무들도 최대한으로 긴축 재정을 않을 수가 없다.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수분은 적고, 무한 공급 될 줄 알았던 햇빛조차 삭감되어 나오는 것을 지난겨울에 온 몸을 떨면서 경험했으니, 궁여지책으로 나뭇잎들을 떨쳐 보내는 것이다. 품안의 아들이 장성하여 대처로 나가는 장한 모습 앞에서도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 우리네 정서인데, 같은 몸붙이였고 특히나 많은 재물(에너지)을 구해서 몸 불리기의 공신 일등갑인 이파리를 떨쳐 보내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말은 맞지만, 가슴 아픈 이런 핑계로 명퇴축에게도 못 드는 구조 조정의 산물로 대량 생산되는 실업자 이웃들이, 시골구석에도 있는 쪽방 원룸의 동네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마음 없는 이들은 단풍이 아름답다고만 한다. 머리에 먹물 들어가 있는 이들은 병아리색 단풍물은 성분이 뭐고, 빨간빛의 단풍은 무슨 성분이 많아져서 이렇고 저렇고 하면서 예수님처럼 아는 듯이 말들을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모른다. 한참 재미있게 살아가는 여름철에 태풍 때문에 찢어지고 꺾어져서 요절하며 떠나간 이파리들은 하이얀 피 방울을 철철 흘리며, 가슴으로 울던 나무의 마음을 얼마나 멍들게 하였는지......
같은 아픔을 겹치기로 당하는 만물은 없다고 말씀하신 크게 깨친 그분의 말씀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린애가 어머니 자궁을 떠나면서 이별의식의 증표로 탯줄을 자르는 것처럼, 나무도 백혈(白血)이 흐르지 않도록 미리 이파리로 가는 길목의 맥을 차단하는 슬픈 고별식을 미리하고 차가운 가을바람에 우수수 흩어 보내는 어미의 마음을 풍객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백담사(百潭寺) 가셨던 그분의 계엄해제처럼 국가 경제나 이 사회경제 활동이 일순간에 풀릴 기미가 없음을 말이다.
남해안의 거제도에서 배를 만드는 회사에서 아주 큰소리쳤다던 ‘지난 부장님’의 부인은 ‘경제가 어려움’이란 말을 너무나 잘 안다. 아니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꼭 깊은 한 밤에만 나와서 누군가 볼까봐 우편함을 열고 붉은 줄이 사선으로 북북 그려져 있는 우편물을 훔치듯 잽싸게 챙겨서 뜀박질로 방에 들어가는 ‘지난 부장님’의 부인이 왜 야행성 행동을 하는지, 실업자의 이웃인 그이는 너무도 잘 아는데....... 그래서 기도한다.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기름에 절고 거반 찢어져가는 휴지 보다 못한 명함 한 장을 찾아서 저 ‘지난 부장’에게 주고 싶다. 수필가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90호입력 : 2016년 0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