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91호입력 : 2016년 10월 04일
ⓒ 고령군민신문
생일 선물
어머님의 기도가 끝나시는 매일 새벽 5시쯤이면 문안 전화를 드린다. 내용이야 별반 특이한 것이 없이 문안인사이지만, 열여섯 명이나 되는 손자들의 안부를 전하고 아들 딸네들 일곱 가정의 일상사를 전해 올리는 것이지만 대략 약 20여분정도 걸린다.
팔학년 후반의 할머님의 기억이야 도진개진이겠지만, 오래전에 고인이 되신 멸치잡이 대통령께서 매일 새벽에 조찬기도를 마치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의 안부 전화를 여쭤보신다는 뉴스를 접한 뒤로 지금껏 흉내를 내고 있다.
이는 아주 오래전의 성현들의 가르침이었음은 알았지만 실천하는 소식은 흔치 않아서 시작해 보았는데, 아버님도 하늘가시고 홀로 계시는 어머님의 두뇌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듯하여 형제간에 한 약속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 문안전화마저 드리지 않고 애타게 핸드폰만 바라다보고 있다. 휴일이고 교회 갈 시간은 여유가 있으니 말이다. 어머님이 단축키3번을 꾹 눌리면 내손에 있는 요놈의 전화가 울리고 “오늘이 자네 생일이제? 내가 끓어주진 않아도 미역국 꼭 챙겨 먹어라.”하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축하말씀이 나올 것인데. 아침이 지나고 오전 새참이 나올 시간이 다 되어 나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어머님으로부터. “야야 새댁이 죽었다가 살아 왔다고 저리 우는구나. 와 저리 우노?” 이렇게 황당한 물음을 내리시는 경우가 자주 있으시니, 옆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여동생에게 무슨 사연인지 급히 물어본다.
매주 목요일 밤에 방송되는 ‘웰컴투 시월드’를 재생하여 보고 계시는데, 김지선이라는 연예인이 어느 간병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음체험’을 해보니 정말 노인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몸소 경험했다는 증언을 하며 우는 모습을 말씀하심이란다.
그렇다고 어머님께 죽음을 이야기 할 수가 없어서, 새댁이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아기를 셋이나 낳아서 ‘다산의 여왕’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고, 아기 낳으면서 힘들었다고 우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허허 셋 가지고 저리 야단이고? 난 일곱이나 낳았는데......”하시더니 이제야 생각이 나셨는지 “미역국 챙겨 먹어라.”를 하신다.
못나고 가난한 글쟁이 형편이라 가까운 곳에서는 그 흔한 생일 축하전화 하나 없지만, 대구에 사는 사십년지기 대학동창생 녀석이 도시락을 바리바리 챙겨 가지고 찾아왔다. 그것도 모두 맛난 음식들이라 이놈이 언제 요릿집 차렸나?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 볼 수가 없어 같이 나누어 먹었다. 제 놈도 나와 형편이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일요일이라 왔지. 평일이면 못 왔을 것’이라며 실없이 웃고 있다.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가야대학교 앞에 있는 중국집에서 탕수육 배달을 왔다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문한 기억이 없었으나, 오래된 친구 앞이고 또한 친구 접대용으로 사용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어, 혹여 다른 곳에서 주문한 것이 아니라면 받기로 했다.
어머님의 축하 메시지도 받았고, 군자(君子)의 세 가지 즐거움중의 하나인 친구방문도 있었고, 아들. 조카 녀석들의 메마른 축하인사도 들었으니, 촌부의 생일이 이만하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친구 녀석과 바둑 한 수 두고 있었다.
이번엔 전화도 초인종도 아닌 경비실에서 오는 인터폰이 울리고 있다. 평소에는 산중 절간처럼 조용하던 홀 애비 원룸이 웬일이고 응? “ 가끔 오시지만 오실 때마다 힘들어도 용기 내어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실제 생신이 오늘이라는 친구분의 이야기를 듣고 선물로 탕수육을 드렸으니 부담 없이 드시고 무병장수하시라.” 는 조금 전에 배달 왔던 아줌마의 말씀이었다. 김영란법과 사드와 경주 지진으로 인한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포근한 사람의 소리’를 생일선물로 듣고 있다. 수필가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91호입력 : 2016년 10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