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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산에 올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93호입력 : 201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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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가을 청산에 올라

바람이 둥실둥실 춤추며 걸어온다.
바람이 찾아오는 날이면 야트막한 언덕을 숨이 가프도록 달려 보고 싶었던 젊은 날들이, 아직 못다 식어 가슴 한편이 꿀렁꿀렁이며 용솟음 칠 꿈 조각을 움켜잡고 조금 숨참을 노래해 본다.

배 띄우고 기다리는 순풍이면 좋기도 할 것이며, 연(鳶)띄우고 약풍이면 내 가슴이 먼저 두둥실 오를 모양새로 저 멀리를 바라다봄이 즐거움을 솟아낸다.
나의 눈이 부족하여 친구 모습을 볼 수 없다 해도, 가슴으로 노래할 동무였기에 그 녀석도 오늘은 꼭 같이 소요연(逍遙輦) 등줄기 갈키를 움켜잡고 두둥실 높히곰 올라 오탁악세(汚濁惡世)의 풍진(風塵)을 잊을 양으로 더 높이 올라있을 것이니, 즐거움이 범람(氾濫)토록 나를 보고 있으리라.

둥실둥실 떠다니다 무릉도원에 도착하면 술한잔 받아들고, 노래 한줌과 주저리주저리 창(唱)으로 엮인 나의 가슴팍을 내어 주고 오면 될 듯도 한 오늘은, 차라리 소식통이 고장(故障)이나 눈물 흘릴 겨를이 없이 살고 싶어라.
눈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 가지고도 듣지 않는 얕은 가슴 세속의 잡소리들을 다잡아 모아다가 세탁하여 아퀴를 잡아주고, 가벼운 눈웃음 한 톨을 살포시 가슴에 얹어주며 미련 없이 여행을 하고 싶어라.

가볍게 남기고 싶은 노래조각이라도 있을 양으로 쪽빛으로 고이도 물들어 있는 벽공(碧空)에 일필휘지(一筆揮之) 냅다 갈겨보면 연자(燕子)새끼 괴나리봇짐을 내려놓을 것이고, 북청 하늘에서 머뭇거리는 해동청(海東靑) 한 마리라도 재촉하여 날아 올듯하니 농주(農酒)한잔의 향이 제값을 할 것이다.
문방사우 벗하여 오지 않았다고 모처럼 맑고 밝은 심장을 건드리지 마시게나, 강이라면 갈대(芻草)있고 산이라도 억새가 있거늘, 필묵(筆墨)없음이 문제이며 종이 벼루 지참 않음이 문제될 이 없음이라.

지난 날 글쟁이들은 추필(鄒筆)에 청계(淸溪)을 찍어 계변암반(溪邊巖盤)에 글을 쓰고 시를 새겼거늘, 가슴 없음이 문제 될지언정 듣는 이 없음을 염려 할 것이란 말인가?
전어(錢魚)가 화로위에 놀고, 송이(松茸)가 갖은 교태를 부리며 옥반위에서 국화주(菊花酒)와 노닐기를 원하거늘, 강 명창 불려다 놓고 우륵을 모셔다 와서 내 노래 살짝 얹고, 학춤을 흉내 내며 다리 쫑쫑 내 달리면, 아이야 옥황상제 지금 나만 못하리라.

단풍은 수줍어서 볼 붉게 물들었고, 은행은 제 새끼를 가슴 깊이 감싸 안고 노랗게 색칠하며 떠나는데, 굴참나무 가지 끝에 외롭게도 달린 나뭇잎은 무슨 사연 품고 있기에, 청춘 푸름 바래져 옅은 갈빛 다 되도록 흩어 뿌리는 눈송이를 저리 받고 있을까?

솟아나는 서릿발이 못자랄까 염려하며, 내리내리 늘어나는 고드름조차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행여나 정신 차리고 그리움에 찾아올 아들에게 줄 어머님의 노래가 잊어질듯 지어질까봐 저 나뭇잎은 가지를 떠나지 못하나 보다.
청산에 냅다 뛰어 올라가.
불고 가는 저 바람을, 빛바랜 낡은 나뭇잎 달랑 하나 달고 있는 갈목 가지에 꿰어두고 싶어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193호입력 : 201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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