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02호입력 : 2016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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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 한 움큼
바람 한줌을 움켜잡을 요량으로 청산을 누빈 세월이 한 갑자 되어 가지만, 바람을 아직 잡지 못했다.
새벽 종소리라도 열심히 들어보면 혹여 눈(目)이라도 조금 맑아질까? 하고 높은님의 말씀책을 끼고 나돌아 다닌 것도 어언 수십 년 되었지만 항상 요 모양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읽고 하면서 딴에는 열심히 전도와 간증이라는 것도 해 보았지만, 정작 가슴 한켠에 쌓여만 가는 허전함을 채울 그것을 찾지 못하고 또 이렇게 금년도 저물어 간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초.중.고교는 방학을 했다는데, 저 어린 옆집 [고사리]는 노란 버스로 유치원인가? 어린이집을 아직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어제는 을씨년스런 날씨를 핑계로 시장 바닥에서 군밤 한 봉지를 사서 외투 겉주머니에 쑤셔 넣고 귀가하는 길이었는데, 고사리 녀석이 노란 버스에서 폴짝 뛰어 내리더니 “할아버지!” 하면서 달려와서 나의 손을 잡았다. 녀석의 매달림이 엄청 고맙고 흐뭇하였다.
차량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 준 선생님이나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는 고사리 엄마의 마음이 서운할까도 염려되어 내심 어색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늙은이를 따르는 어린 배려가 너무나 고마워서 주머니에서 군밤을 꺼내 주었다. 봉투째 다 주려고 하였지만, 급히 꺼내려다가 봉투가 찢어져서 알톨로 주려니 고사리가 두 손을 한껏 벌렸지만 겨우 다섯 톨 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 하면 충분하다는 고사리 엄마의 손에 나머지를 전해주고 돌아 서면서 불현 듯 떠오르는 마음이 있었다. “아 그래 이거다. 하늘의 큰 그님이 지금 나에게 무한정의 은혜를 내려주고 있지만, 못난 돈키호테의 손바닥이 작아서 요만큼만 받아서 사용하고 있구나! 아 그렇구나. 내가 미처 몰랐구나.” 하는 회한이 몰려온다. 아울러 하나님이 만나를 매일 필요한 만큼만 내려 주시면서, 내일을 위하여 저장하지 말라 하신 말씀의 액기스가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그렇다면 행복을 충분히 느끼면서 즐겁게 살아도 되련만, 난 왜 내일을 걱정하고 또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며 가슴 졸면서 살아왔을까? 앞으로의 여생에서 암이 꼭 걸릴 것도 아닌데 왜 암보험을 가입하고 있을까? 또 암이라는 병이 걸리더라도 용감하게 투병하다가 천수를 누리고 마감하면 될 것을 괜히 걱정을 한 것 같아서 진실로 부끄러웠다. 물론 장기 기증을 서약하였으니, 될 수 있는 한 깨끗하고 건강하게 사용하다가 누군가에게 전해 주고 가야 할 내 몸임을 망각 한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의 틀이 요렇게 작았구나하고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도시 생활을 할 때, 한 빌딩건물에 교회가 두 서너 곳 되기도 하고 교회와 사찰이 뒤엉겨 있는 요지경을 보면서 이곳의 현상이 신의 축복인가 아니면 저주인가를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당시는 소위 신의 심부름꾼이라는 종교 지도자들의 오류 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모두를 덮어두고 지내왔지만, 오늘은 조그마한 열쇠를 얻어 보았다.
筆者의 둥지에서 거리 멀지 않는 조그마한 산골짝에도, 뒷집은 교회이고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앞집은 사찰이라 가히 웃음이 나오지만, 밥벌이하는 업무상 이 사찰 스님의 말씀을 잠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여승이셨지만, 필자의 이모님 정도의 세속 연륜이 짐작되었다.
보통의 상식을 넘어서는 엉뚱함으로 뚱딴지 역할을 자주하는 필자가 숱한 승녀들과 대화를 해 본 결과, 보통 명쾌한 답을 내릴 여건이 못 되면 고함을 하거나 신의 뜻을 보통 사람은 알지 못한다면서 억지를 하는 자세로 당신들이 평생을 읽어서 외운 경을 앞세워 대화를 억지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스님은 돈키호테 筆者를 예쁘게 봐 주셨는지 당신의 큰님 즉 부처의 경지와 속세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기복신앙을 아우르면서 또한 궁극적인 믿음의 종착역을 아주 부드럽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특히 종교의 본질까지도.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고교시절 배운 김동리의 等身佛에서 맛본 느낌을 수 십년이 지난 오늘 또다시 깨우쳐 알게 하였다.
개인이나 그가 속한 철저한 이익공동체 장사치들 즉 삭힌 홍어의 냄새보다 역한 더러운 여의도 정치꾼들의 공익을 망각한 말, 즉 국민의 뜻이라고 앞세운 자기들 패거리의 주머니를 불리려고 또 다른 국민의 고통을 강제 강탈하는 말들만 길고긴 세월을 듣다가 엄마의 자궁을 막 벗어난 깨끗한 울음소리 같은 메시지 밤톨을 한 움큼 받았으니 한동안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수필가 동화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02호입력 : 2016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