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아 반쪽 검게 타 버린 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 남은 반쪽으로 얼마나 힘겹게 온몸 수액 우듬지까지 올려 보냈는지 수많은 푸른 손들 눈부시다 이십여 년 모시던 시어머니 떠나던 그 날 꿈속까지 찾아와 품안 가득 안아 주고 등 토닥여 주시고도 못 다한 말 남았는지 산모퉁이 돌아가는 길 언저리에 서서 기다린다. 그 나무둥치 한참 부둥켜안고 귀 대고 볼 부비고 서 있어도 잎사귀 마다 적어 둔 시린 말들 단 한 줄도 읽을 수 없어 가슴만 치고 또 치다 내려온다.
[시인의 말] 시집간 그 날 부터 함께 살았던 시어머니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세상 떠나시던 날 새벽에 꿈속에 찾아와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어느 날 산행길에 만난 벼락맞은 나무 몸의 반쪽을 못 쓰시던 시어머니 모습같아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 가끔 불쑥불쑥 그 어머니 그리운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