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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물 한 종지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08호입력 : 2017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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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어머님의 물 한 종지

멈추어 있는 물은 없다.
어디론가 쉼 없이 간다.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고, 하늘로도 가고, 땅속으로도 가고, 심지어는 동식물들의 몸속으로도 갔다가 또 다른 어떤 곳으로 간다.
그러면서 이 우주를 관리하고 있다. 물이.

이 물처럼 나의 삶을 끝임 없이 온전히 관리해 오신 이가 계심을 난 일찍이 깨닫지 못 하고 그냥 그렇게 세월을 야금야금 먹어서 오늘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 아주 조금 알 듯도 한 지금 “아니다. 야야. 내가 뭐 한 것이 있다고...... 미안 할 뿐인데...... ” 하시면서 힘없는 미소만 보내오시고 있다. 그분은.
애란이란 가수는 구십 살이 될 때 “좋은 날 택해서 갈라니까 재촉하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라”고 저승사자를 호통 치는 노래를 하면서 풍성한 인기몰이로 전 국민의 애창곡을 만들어 내더라만, 그분이 구십이 아직 저 멀리인데 벌써 슬금슬금 사라져 가실 양으로 헝클어진 모습을 제법 자주 보이신다.

동백기름을 바르시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칼을 은비녀에 실어 용트림으로 정리하시고, 새하얀 적삼과 치마를 입어시고 사각사각 소리가 나도록 사뿐사뿐 걸어가시면서 “엄마, 왜 엄마는 걸을 때 할머니와 다른 소리가 나요?”하면서 시 어머니이신 할머님께는 양단이라는 비단의 속옷을 해 드리시고, 정작 당신은 무명속옷을 입으셨던 것을 가슴 아프도록 질문이랍시고 하고 있는 잔병치레 자주하여 비실되는 덜 떨어진 이 못난 아들의 손을 잡고 속치마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초등학교 입학식에 오셨었다. 그분은.

그 후론 수많은 입학과 졸업을 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못 오셨었는데, 거칠고 모자라는 인품으로 선친 유고(有故)를 핑계로 낙향한 아들을 글이라도 쓰 보라면서 권하셨던 그분이, 등단식(登壇式)과 몇 번의 수상식(授賞式)이 있을 때 마다 꼭 참석하여 주시면서 크게 춤추시고 목청껏 노래 불려주신 큰 山이셨던 그분이, 아직 철없는 이 흰머리 소년이 모시고 싶은 곳이 많은데, 노래로 지어 드리고 싶은 글이 저렇게도 많이 남아 있는데, 서산여행(西山旅行)을 하고 계신다.

어린 筆者를 선한 아이라고 착각하신 모양으로 “니는 필시 착한 사람이 될 끼다. 하모.” 하시면서 입학식장에서 연신 내려오는 콧물을 닦아주시던 그분이 이제 이 못나고 보잘 것 없이 나이만 먹은 흰머리 철부지의 손길에 의탁하여 흰죽을 드시고 계신다.

설혹 한두끼 먹지 않아도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말씀 책 [성경]에도 내일 일을 근심걱정 하지 말라고 또 그렇게 부탁하였건만, 먹이 감이 끊어질까 염려하며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자주 찾아뵙지 못함이 이렇게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그분의 수발을 도맡아 하고 있는 여동생은 연신, 이렇고 저렇고 또 이렇고 하면서 그 동안의 경과를 보고랍시고 하고 있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지 무슨 배짱으로 토를 달아 반문을 한단 말인가?

옛말에 儒歌僧舞老人哭 이란 말이 전해오고는 있지만, 같은 병실에 계시는 어르신들께 양해를 구하고 “엄마 앞에서 짝짝꿍”을 도리도리하는 몸짓에 실어 몇 번을 불러드리는데, 그분의 증손자 녀석은 자기 노래 나왔다고 신이 나서 곧장 넘어가는 깔깔됨을 보이고 있다.

모처럼 방안에 웃음이 돌았다고 자주오라는 원장의 인사말이 겉치레 인사일망정 그렇게 어둡게 들리지는 않았다.
“야야, 자네 온김에 너거 아부지 산소에 가도록 날 좀 데리고 가시게나.”하시는 인사말이 왜 이렇게 목구멍의 가시가 되는지, 아직 추워서 못 가신다는 우리들의 합창을 한참이나 침묵으로 듣고 계시더니 이윽고
“지랄 같은 윤달이 오월이라며? 셋째야 칠게이꽃(칡꽃:葛苧花)이 언제쯤 피노?”
아 또 저 말씀이다.
빈약한 살림에 한량(閑良)이시기를 자청한 대주님의 뒷수발과 올망졸망한 너그 칠남매를 목숨 줄 끊지 않고 모두 지켜 낸 것이 다 저 칠갱이 덕 아니가?

지금이야 합천댐 물밑에 처 박혀서 나오지도 않는 보뚜랑(洑)을 타고 돌며 끊고(채취하여 지고오고) 삶고. 빗끼고(껍질을 벗기고). 띠우고(속껍질이 잘 벗겨지도록 숙성시키고), 또 띠우고, 씻고 말라가꼬(말려서) 해서 산림조합에 갖다 주면 돈 좋았지.

의사가 척추 방사선 사진을 보시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척추 날개가 다 문드러지고 없네요. 이제 조금 쉬어야 해요.”하는 것을 “난 아무렇지도 안타카이. 의사양반이 순 돌팔이구먼.” 하시면서 칠갱이 작업장으로 나가셨던 무모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현실이셨던 당신의 노래 즉 칠갱이 노래를 앞세우면 우리는 울음조차 증발되어야 하는 당신의 한이 서린 말씀을 하시려나 보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그리움과 애달픔을 노래하는 것을 소위 사모곡(思母曲)이라고 하는데, 청개구리가 어미 유언을 지킨답시고 무덤을 개울가에 모셔놓고, 비가 올 양이면 서럽게 운다하듯 못난 글쟁이는 오늘도 이렇게 물 한 종지를 들고 반성문을 읊어 본다.
-수필가 동화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08호입력 : 2017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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