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08호입력 : 2017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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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골목
이 동 훈
골목 끝집 무화과나무 그늘아래 아부지, 문패로 걸려 있다. 허줄한 궁상답지 않게 수챗구멍에도 맑은 물이 돌기를 바라는 아부지, 골목은 언제든 말쑥하다. 한때 갑갑증 치밀어 뛰쳐 나갔다가 이젠 주말마다 찾게 되는 그 골목 대문 안쪽에 먼산바라기 된 아부지, 인기척을 듣고야 깬다. 대문 옥상엔 빨래가 마르고 있고 할매가 된 늙다리 장미는 골목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저녁이면 아부지, 대문께 구부정하니 앉아 골목을 내다보던 더운 눈을 추억한다, 서럽게 나이 먹은 골목에 시집 간 누이가 드문드문 다녀가고 대문 앞에 서 있던 누군가는 망설이다 돌아가기도 했을 것이다. 세월 지나 장미 삭정이가 부스러져 나가듯 하나 둘 골목을 빠져 나가고 혼자 남은 아부지, 무화과나무 되어 해마다 질척거리고 있다. 시집 /엉덩이에 대한 명상 (이동훈) [2014. 문학의전당]
[곽도경 시인의 말] 얼마전 샛노란 개나리색 표지가 이쁜 시집 한 권을 받았다. 이동훈 시인의 시집 [엉덩이에 대한 명상]이다. 해학적이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내면 깊은 곳의 사유와 이동훈 시인 특유의 상상력은 내 마음을 훔쳐가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정든 골목]이라는 시 한 편을 소개하기로 하자. 아부지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어 골목 풍경과 잘 어울어지게 버무린 이 시는 마치 오래 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처럼 따스하고 정겹다. 활자 하나 하나가 그대로 그림이 되어 지나간다. 아버지, 아니 아부지가 슬그머니 마음 속에 다녀 가신다.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08호입력 : 2017년 0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