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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의 비닐봉지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7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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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경숙이의 비닐봉지


열어 놓아야겠다.
나의 생각창고를 활짝 열어 제쳐 놓아야겠다.
그것도 활짝 크게 열어 놓아서 바람도 들어오고, 햇살도 속삭이고, 멀리서 스멀스멀 찾아온 꽃 냄새도 한 귀퉁이에 자리 잡게 놓아두고, 손님으로 찾아온 보리까스래기조차 입구의 가장자리를 드리면서, 나머지 자리에 글쟁이의 담채화처럼 곱게 물든 마음을 심어두고 싶다.
정성담긴 향연을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게 출입문을 열어 놓고 싶다.
아니 아예 문짝을 달지 말도록 건축쟁이에게 통 사정을 하여서라도 부탁하고 싶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깜찍한 나의 젊은 친구가 신고 있는 멋있는 부츠 옆면에서 웃음을 날리는, 멀고 먼 옛날의 나의 어리지만 귀엽던 자화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도 생각 창고를 활짝 열어 놓을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 뱃가죽처럼 창자가 환히 들어다 보이는 해부도 한 장을 봄 처녀에게 드리는 것이 그나마 올 봄의 역사서가 될듯하여 시골 글쟁이 가슴은 꿈틀되고 있다.
황사로 채색되어 있는 촛불집회장의 그을음을 걷어내고 화사하게 웃으면서 찾아왔다가 미처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봄 처녀에게, 새 풀에 맺혀있는 진주보다 영롱한 이슬을 받치고 싶다. 진달래 꽃물 색깔을 부드럽게 그려 넣은 백자 접시로.
무릎에 아주 작은 생채기가 나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숨참을 참으면서 달리고 또 달려서 이중섭의 황소가 내뱉는 열기까지 아낌없이 사용하여 드리고 싶다.
달리다가 목이 마르면 어디 주위의 구멍가게에서 사과라도 한 개 구입하여 한임 빠삭하고 베어 물고 어설픈 미소라도 저 하늘에 날리고 싶다.
고도 과학의 사회라 모두가 최첨단의 농사법으로 등 따사롭고 배부름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는데, 못난이 동키호테 글쟁이는 배고픔이 무엇인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남들은 건강을 위하여 등산을 한다더라만, 목구멍에 음식물을 넘기는 의식을 겨우 행하고자 등산을 하고, 뜀박질하면서 호각을 불며, 어린애 고추에서 뿜어내는 오줌줄기보다 더욱 힘차게 등짐 물통에서 물을 흩어 뿌리면서 하루하루의 일기장을 채우고 있다.
시계의 가장 어린 초침이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조차 아끼고 아껴서, 고귀한 화가의 황홀한 예술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어 놓아 보았다.
집 모양조차 가분수형인 콘테이너 박스로 만들어놓은 호기심을 꾸깃꾸깃 호주머니에 감추면서, 구약성경의 요나가 바다에 빠져 큰 물고기 창자 속에서 헤매듯이, 돈키호테 글쟁이도 작품 속에 빠져서 칠쟁이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흔히 볼 수 있는 말뚝 안내 팻말조차 없어서 시골글쟁이가 명명한 [경숙이의 비닐봉지] 에 푹 빠져 “아아 요런 요상한 그림도 있구나!”하면서 천천히 그 흥을 마셔 보았다.
경숙이의 비닐봉지에는 사과, 꽃, 심지어는 거짓말 한 피노키오까지 웅크리고 들어앉아서 속삭이고 있다.
천둥 먹구름을 달래면서 달려온 국화꽃 옆에서 거울을 볼 사십대의 여성이며, 전문적인 현대 칠쟁이의 교육을 받은 화가란 소개는 일찍이 받았었다.
술 취한 손님에게 화대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볼 양으로 갖은 아양을 부리다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생긴 멍 자국을 지우려고 소위 떡칠같이 화장위에 화장을 하는 여인의 모습인 유화 일 것이란 글쟁이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처음에는, 과일 정물 사진을 크게 확대하여 전시한 시장 과일가게 벽에 붙어있는 그림과 흡사하여 크게 실망하였다.
그냥 사진 찍어 놓는 행위를 사진작가도 아닌 화가가 했을 까닭이 없을 것이기에 꼼꼼히 살펴보니 불과 수 십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아 아!”를 아낄 수가 없었다.
빨간 사과는 자기 본연의 탐스런 모양으로, 청 사과는 풋풋한 청년기의 싱그러움으로 봉지 안에 도란도란 어깨동무하여 앉아 소곤거리면서 ‘오늘은 또 누가 와서 사랑을 주고 가련가? ’하고 있었다.
막상 투명 비닐 봉투에 담겨있는 과일을 사진 촬영하면 후레쉬 빛의 역광과 배경색으로 신비로움을 얻어내기가 어려운데, 이 그림의 화가는 그림의 배경을 인간 태고의 무념상태인 까만 바탕위에 불이 난 목욕탕에서 뛰어 나온 듯한 가감 없는 민낯의 과일이나 꽃다발을 그렸으며, 내면의 생각이나 사상을 다 내어 놓으면서도 체면이나 도덕성의 논란을 벗어날 옷이랄까 아니면 가리개를 두긴 하지만 투명성을 제공함으로서 이 사회의 도덕성이나 모순성을 호소하면서도 현행법의 준수를 표시하는 사회인들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고 느꼈다.
모든 예술은 작가의 의도와 감상자나 독자의 느낌이 반듯이 일치하지 않을 확률이 높음을 묵시적으로 용납함에 힘입어 모처럼 가슴 짜릿하게 받았던 기쁜 감흥의 보답으로 시골 글쟁이의 가슴을 열고 마음을 날려본다.
-수필가 동화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7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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