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16호입력 : 2017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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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만우절(萬愚節)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다. 신문을 펼쳐보면 첫 지면에서 끝까지 얼굴을 펴고 볼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 누군 뇌물을 먹었네, 대통령과 짜고 국정을 농단했다느니, 누가 어떻게 누구를 속였느니 하는 기사가 신문을 가득 채워 세상을 읽으려면 먼저 긴 한숨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세상이 이미 진리에, 도리에 어두운(愚) 사람으로 가득하니 어떻게 보면 우리는 1년 365일 만우절 (萬愚節)속에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린 시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엉뚱한 장난으로 하루를 보내던 만우절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도 각 학교에서는 기상천외한 장난으로 선생님들을 기겁하게 한다고 하니 세상을 맑은 눈으로 보는 아이들에게 그나마 만우절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게다.
그럼 도대체 이 만우절은 어디에서 유래가 된 것일까. 만우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도 이 점은 궁금할 것이다. ‘4월중 바보의 날’ 또는 ‘모두 바보의 날’이라고 부르는 만우절은 놀랍게도 전 세계 곳곳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날이다. 글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기념일로 비교하자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날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만우절인 4월 1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 날로 정해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의 장난이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좋다는 것은 아니고, 악의가 없고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죄가 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장난이나 거짓말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특히 재밌는 건 조선시대에도 만우절과 비슷한 날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4월 1일을 만우절로 정하지 않고 첫눈이 내리는 날은 거짓말을 하고 장난을 쳐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 만우절 의미는 첫눈은 한해 농사의 풍년을 알려주는 소식 중 하나여서 좋은 날로 여겨졌기 때문에 만우절처럼 왕에게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과거 태종은 만우절 의미처럼 첫눈이 내리자 첫눈을 상자에 담아 최유를 시켜 정종에게 약이라고 속이고 전달하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종은 이를 이미 알고 최유가 도착하기 전에 잡으려고 했지만 최유는 이미 알고 웃으면서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결국 정종은 ‘첫눈을 상자에 담아 받으면 술을 사야 된다.’는 풍습에 의해 태종에게 술 한 잔을 대접했다고 한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가 극도로 불안정하고 혼탁한 상황에서는 ‘만우절’을 즐길 정도의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컴퓨터 모 통신업체 에서는 만우절 아침, 통신에 “당첨을 축하합니다. 당신은 1,000,000번째 가입자로 당첨되셨습니다. 놀라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 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띄웠는데 접속을 하면 “선물은 웃음입니다.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재미있는 거짓말을 올려주십시오”라고 해서 가입자에서 웃음을 선사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선물을 기대한 가입자들의 전화가 쇄도, 이들이 만우절이라는 답변을 듣고 항의가 잇따랐고 결국 해당업체는 이 서비스를 오전에 중단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잠깐의 웃음도 허락되지 않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만우절이면 장난 신고 때문에 최대 피해를 받았던 경찰서나 소방서도 최근 들어 간혹 초등학생들의 장난전화가 올 뿐이어서 만우절이면 동분서주하던 긴급차량의 모습도 이젠 과거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만우절의 본래 의미는 기원이 어찌되었든 단 하루만이라도 뜻밖의 거짓이나 장난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유도하고, 웃음으로 삶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한 것 일수 있는데 사회가 점점 각박해 지고,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보니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만우절은 점차 잊혀 가고 있다. -행정사 김년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16호입력 : 2017년 04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