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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고 말하리까?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19호입력 : 2017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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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무어라고 말하리까?

술을 먹지 않았다. 그 젊은이는.
술을 드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차마 마시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견 풍기는 외모나 풍채로 보아서는 소위 말술도 마다하지 않을 듯 하지만, 만국기 깃발이 창공을 휘 날리는 추억의 운동회 즉 총 동창회 겸 면민 화합의 장에 참석은 하였지만 도무지 흥이 오르지 않고 그렇다고 호기를 부리면서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노라!”하고 소리치며 떠날 용기조차도 없으면서, 조상의 고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두 그루만을 멍하니 바라보길 벌써 몇 차례나 하고 있다. 저이가.

콩나물시루의 교실이란 말이 어울릴 것 같은 칠십 여명의 친구들이 한 칸의 교실에서 같이 뒹굴며 소리치며 육년을 보내면서 키가 자랐고, 가슴이 부풀었으며, 머리가 굵어지면서 소년기를 보낸 그곳. 물속에 자맥질하고 있다.

일제의 강제 합방시절, 1941년 일본의 국민학교령 의해 설립된 우리나라의 현대적인 기초 학문의 기관이었던 ‘황국신민의 학교’란 뜻의 국민학교란 이름이 광복 후에도 계속되어 왔었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우리의 가슴에 심어왔었지.

한국동란 이후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주도하던 다산(多産)의 현상으로 골짝마다 00초등학교 00분교가 생겨나던 그 시절 우리의 학교도 개울가장자리란 이름의 가천(加川)분실이란 이름으로 개교되었었다.

筆者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그 해 3월의 어느 날, 00국민학교 가천분교가 가천국민학교로 승격되어 잔치하던 날, 그래 맞아 꿈속에도 잊을 수 없는 오색 색종이 리본이 교문에 치렁치렁 걸려 있던 날, 바로 그날, 촌장어른이셨던 筆者의 할아버님도 양반 체면을 잠시 접어두고 장죽(담뱃대)을 흔드시며 춤추던 우리의 학교였었지.

1996년 민족정기회복차원에서 대통령령에 의하여 명예로운 [00초등학교]란 이름표를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교문 기둥에 바꿔 달면서 기뻐 할 때도 우리는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리의 모교는 이미 1987년도에 조국 근대화란 미명아래 합천댐이 건설되면서 폐교가 되어 교육청 자료 보관소인가? 어디인가의 구석에 봉안되어 진 후였으니까.

고향의 한 개면 구역 안의 물속에 수장된 폐교만도 무려 6개교인지라, 매년 총동창회 겸 면민 단합효도대회를 치루고 있지만, 어디 아기자기하고 신구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흥미로운 모임이 되기가 싶겠는가?
그도 그를 것이 후배 양성이 없으니 매년 회원은 줄어들고 나이만 더하여져서 막둥이회원이 벌써 오십 줄의 초로(初老)로 머리가 눈을 맞아 같이 늙어가고, 원로 회원님들은 벌써 수년 전부터 한 분씩 참석하는 의자가 남아돌아가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면민 단합대회로 성격을 달리하여 어린 새싹들도 참여를 유도 해 보지만 아직은 괄목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이러한 판국에 유명을 달리한 할아버지의 고향이자, 천국가신 선친의 고향이란 가늘고 질긴 인연으로 이 잔치에 참석하려 찾아온 그 젊은이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여간 어렵고 조심스럽지가 않음은 당연한 것 아닌가?

현재 경북대학 병원에서 비정규직 즉 무기 계약직(無期契約職)으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밑으로 눈물이 번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 앉아 있으려니, 이건 뭐 Super computer alphago(알파고)라도 모셔 와야 갈피를 잡지 도통 머리가 혼란스럽기가 한량없다.
이 청년의 나이는 35세. 미혼이며 그래도 알아주는 국립대학병원에 근무한다면서 무엇이 이토록 미국의 흑인작가 A P 헤일리의 세미다큐멘터리 소설 뿌리(roots)를 연상하게 만들고 있는가?

헤일리는 7대조 할아버지가 1767년 감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미국으로 건너온 사연을 역으로 답사하면서 글을 쓰고 세계적인 권의가 있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모범적인 청년의 눈물의 값을 도저히 筆者는 계산 할 수 없었다.
청년의 선친이 筆者와 친분이 남달랐기로 황혼의 붉은 빛을 받으면서 술 한 잔을 묘소 앞에 올려놓고 떠나가려는 청년의 소매를 붙잡고 늙은이의 情(정) 한잔을 드시고 가라고 통사정을 하였다.

본시부터 돈키호테 무대책의 시골 글쟁이인 筆者의 간청을 들어 주어, 아들 녀석들과도 같이 가본 기억이 희미한 목욕탕을 가서 등짝을 맡게 놓고 이 녀석의 눈물 값을 계산을 해 보니 근사치는 구할 수도 있을 듯도 하였다.
“저어, 선생님 이런 말씀을 .....”
“야야 낯간지럽다 아이가. 선생은 무신 귀신 나락 까 묵는 소리고? 응? 마아 그냥 ‘아부지’라고 해라.”
“......”
“아이고 머슴애 자석이 그리 말이 않 나오나?”
“아버지 예? 아버지도 병리과 나오셨다면서요?”
“그렇제. 인자 다 옛날이야기지 뭐.”
“제가 예, 경대병원에서 무기계약직으로만 벌써 십년 입니더. 후배들은 줄이 좋아서 4급 5급 다는데 저는 아마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끝날 것 같아서요.”
“그래. 그기 눈물 값이었구나. 내가 왜 흙 수저인 자네 맘을 모르겠나? 얼마나 비빌 언덕이 없었으면 무덤에 누워있는 애비를 찾았을꼬.....?”
-수필가 동화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19호입력 : 2017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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