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21호입력 : 2017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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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를 들어 보았는가?
옛날에 수 십 가지의 인생 고개 중에 아리랑고개란 것이 있었다. 고개는 산이나 언덕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모양새를 뜻함인데, 오름고개와 내림고개가 있는 푸른 산야나 구릉처럼 절대자가 주신 자연현상은 그나마 정나미가 조금 있지만, 인생고개니 보릿고개니 하는 인간의 생활철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말들은 짠하고 애절한 심기를 감추기 어렵다.
어느 지방이나 독특한 향토말들이 있기 마련이련만, 筆者의 가슴속에 태초의 그리운 향수를 내포한 말 중에 “어이”가 있다. 이 말은 어두에 아주 강한 액센트(accent)를 주어야 향토색이 제대로 나타나는데, 어미(語尾)를 약간 가늘고 길게 내면서 청유하는 말은 정말로 정겹다.
어미를 짧게 내면 실수나 착오 등을 경계하거나 시정 명령을 하는 소리나 본인이 실수한 것을 어색하게 인정하는 낯 붉은 소리가 되기 쉽기 때문에 서로 감흥이 교감하는 사이가 아니거나 같은 문화권의 사람이 아닌 경우는 구분하기 상당히 난해하겠지만 여하간 筆者는 이 말의 뜻을 알기에 가슴 따뜻한 내 어머니 같은 말이다.
돈키호테 습성으로, ‘어디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나?’ 하고 배고픈 하이애나처럼 산야를 헤매이다보면 이마에 땀도 나고 괜스레 가슴이 부풀어 올라 그토록 정다운 “어어어워워이”를 외치고 싶어진다.
요즘엔, 식생활이나 주거생활이 전문성을 극대화하여 간단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보다 짙은 만족감을 얻고자 노력하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여 인근의 야산에서는 메아리가 돌아오는 이 정겨운 “어이”를 맘껏 할 수 없다.
어릴 때 풀을 베거나 땔감을 구하고자 가시는 선친(先親)을 따라 야산에 가서 듣곤 했던, 이 “어이”는 정말 신기했다. 저 멀리서 가물가물 조그맣게 보이는 동네 친구를 부를 때도 그냥 “어이”하시면, 저쪽에서도 “어이, 가아아” 하시곤 하셨다. 이 말은 “하던 일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 가세나.” 하면 “그래 가세.” 나 “ 그럼 먼저 가시게나.” 등으로 통하는 말씀들 같았다.
꼭 요맘때가 되면, 못자리에 넣을 풀이라 하여 버들가지나 억새풀등 아주 부드러운 새순을 작두로 잘라서 논에다 넣고 갈고(땅을 뒤집고) 하는 작업들을 하셨다. 요즘이야 집집이 트랙터나 하다못해 경운기라도 있으니 못자리는커녕 수 천 평이나 되는 모내기를 해도,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논의 양편 가장자리에 한사람씩 서서 보조 작업을 하면서 한사람이 트랙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쉽게 끝내 버리니 이거 영 재미가 없다.
물론 능률면에서야 당연히 기계문명을 잘 이용하여 고소득을 창출해야겠지만, 모내기를 끝내고 나면 소(牛)나 일꾼(노동자) 모두가 광대뼈가 불쑥 들 날 정도로 체중감량이 되는 重勞動(중노동)을 육체로 감당하여야 하던 시절의 아련한 향수가 그립다는 어리광을 부려 보고 싶다.
고된 노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새참이라고도 하고 들밥이라고도 하는 간단한 음식이나 농주(農酒)를 먹을 때도, 서로가 말은 안하지만 모두가 힘들고 지친 몸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저 멀리로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보이면 그냥 “어어어이이” 하고 손 사레를 치면서 불려서 같이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이 사람살맛 났었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최근에 치러진 대선(大選)에서 연령대 별로 희망하는 대통령의 성향이 확연히 다름을 느꼈던 筆者는, 젊은 친구들로부터 왕따당할 빌미를 제공 할 가능성에 가슴 멍해 온다.
자기 논에 모내기를 하는 날이면, 어지간히 어려운 살림이 아니라면, 상부상조 정신으로 엄청 힘 드는 노동이라도 서로 나누어서 하던 [품앗이] 온 이웃들에게 배부르도록 대접하는 것이 예의라 하여 많이 준비하였으니 길 지나가는 사람들의 몫도 미리 여유 있게 준비하던 마음을 어히 설명 할꼬? 이들에게.
곧 다가 올 양파 캐는 날이면, 들판에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허리 굽혀 쪼그리고 앉아서 추석에 달려 올 증손주 용돈을 위한 땀을 흘리시겠지? 노동력 차출된 인원 수 되로만 중국집 자장면 배달주문으로 바꿔버린 들밥의 그림 앞에, 또 그 어려운 “어이”를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수필가 동화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21호입력 : 2017년 0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