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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따고 나오느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28호입력 : 2017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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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하나만 따고 나오느라


Watermelon.
이 친구가 요즘 세상 만난 것 같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라면서 제법 상위그룹으로 생각했던 수박도, 요즘은 속이 빨갛고 까만 씨앗이 드문드문 있는 것이 아니라, 파란 초록껍질도 있고, 노란 껍질도 있으며, 수박속도 빨강색 외에 노랗게 개발된 수박이 있고, 크기도 아름드리 수박부터 사과수박이라고 꼭 큰 사과정도인 것도 재배되어 출하되고 있으니 시세말로 농가월령가를 맘 놓고 부를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하기야 요즘에 제철 과일이 어디 있노?
수퍼마켓에 가면 여름과일이 엄동설한에도 진열되어있고, 겨울에 먹던 홍시가 한 여름에도 나무 가지에서 방금 따 온 듯 고운 자태로 자리 매김하고 있고, 어디 그것뿐인가? 외국에서 수입되어 온 수 많은 종류의 과일들이 넘쳐나지 않는가?

이렇게 온갖 과일들이 지천이지만 어릴 때 서리(주인 몰래 장난으로 훔쳐 먹는 풍습)하여 미처 덜 익은 수박의 단맛을 오히려 그리는 품세가 나도 영락없는 영감인가 보다.

여름철에 친구들과 철없이 초저녁 초생달빛을 조명삼아 흐르는 개울물로 멱을 감고 나서, 한낮의 열기에 비하면 오히려 으스스한 기운을 느끼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가면 무엇인가 빠진듯한 서운함이 감돌아 눈웃음 몇 번 주고받으면서 또 다른 흥미로운 짜릿한 즐거움을 위하여 또래들만의 천진한 서리 작전을 세우곤 했었다.
물론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짓이지만.

세월 따라 산다는 고귀한 말뜻도 모르던 시절이었고, 아직 사회가 무엇인지도 역시나 몰랐으며 그저 즐거우면 까르르 웃고, 화나면 성내던 초등학교 졸업반 시절이었나 보다.
그해도 금년처럼 엄청 가뭄이 심하여 심었던 모(벼)가 잎사귀가 말라 죽어가서 논을 갈아 엎고 메밀로 다시 심는 논도 드문드문 나오고, 밭은 더욱 심하여 참깨의 키가 한 뼘도 안 되고, 고구마 줄기는 길게 자라지 못하고 더위에 약이 올라 푸른빛이 아니라 자줏빛으로 변하여지고, 씨족집단부락이었던 마을이었지만 밤이 깊어 으슥하도록 고성이 오고가는 논물 싸움도 심심찮게 연출되던 한발이 심하던 해였다.

지금이야 문명이 발전하고 특히나 민선지방관 시절이라 군수님이 오히려 이웃 아저씨처럼 정겨운(?) 사이이지만, 당시는 군수님 현장 방문이 있었다하면 얼마나 관심지역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筆者 또래의 늙은이는.

약 보름 전에 군수님이 면장 경찰지서장 예비군 중대장 등등을 이끌고 우리 마을을 현장 답사하는 엄청난 행사를 하고 양수기를 보내 주신 날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집채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25마력 동력기가 꼭 상여(喪輿)나가는 모양으로 지지대를 이용하여 만든 가마를 20여명의 장정들이 땀을 바가지로 흘리면서 옮겨왔었다.

해가 하늘 가운데 있을 때부터 호스를 연결하고 도랑(洑)을 새로 만들고 도랑의 물이 새어 나갈까 비닐종이로 철저하게 봉함을 하면서 온 마을 어른들이 매달려 노력하였지만 양수기는 물을 퍼 올리지 못하고 날이 밝아오기를 벌써 3일째다.
아마 양수기 조작하는 기술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기계도 일본인가 어딘가 외국에서 사용하던 것을 폐기처분 하는 것을 수리하여 무상 공급하는 것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여하간 물을 퍼 올리지 않고 멀뚱히 서 있는 것이었다.

요즘은 자동차도 고장(故障)이나 장애(障碍)가 생기면 부속품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속 뭉치를 교체하는 시절에 살면서 일류 전문 기술자가 넘쳐나지만, 당시는 기술력이 조금 부족하였나 보다.

이렇게 온 마을이 가뭄극복에 매달려있고 특히나 양수기가 정상 가동되지 않아서 가슴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시기에 철없는 우리들은 강가에 가까이 있어서 비교적 잘 자라고 있는 수박밭을 습격(?)하는 거사를 모의하고 있었으니 정말 꿈같은 옛날이야기이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낮에 모의 한 수박 서리가 밤이 되니 모인 우리 또래는 족히 스물은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듯이 우리와 같이 서리를 즐기던(?) 순옥이 녀석이 갑자기 울면서 마을로 달려갔고 곧이어 온 마을 어른들이 양수기 문제로 지친 몸이었지만 우루루 뛰쳐나왔다.

이제 우리들은 꼼짝없이 꾸중을 듣거나 회초리 찜질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낙심하고 있는데 당시 촌장이셨던 할아버님이 뇌성벽력같은 음성이 아닌 평소는 자주 들어보지 못 했던 아주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신 뜻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애들아 하나씩만 따고 나오느라.”
-수필가 한봉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28호입력 : 2017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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