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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판 두어 보시죠
여름답다. 날씨가 이제 제법 여름 흉내를 내고 있다. 여름날씨 하면 무엇을 생각 해 낼 수 있을까? 덥다. 가뭄. 팥빙수, 해수욕장, 동해바다, 텐트, 揚水(양수)나 수리기계(水利機械), 말라 비틀어져 가는 모포기 갈아 업고 救荒作物(구황작물)인 메밀 심으며 눈물 흘리는 농부, 장마, 홍수, 이재민, 자원봉사 활동, 등산, 여행, 넘치는 계곡물, 고립, 119 구급대원, 또 무엇, 무엇들이 줄줄이 생각이 난 단다.
그렇다면 겨울은 무엇이 연상하게 될까? 춥다. 썰매타기, 호숫가 팽이치기, 뒷동산 토끼몰이, 겨울 방학, 졸업식, 눈꽃 축제, 설악산, 대관령 스키, 평창 올림픽, 폭설로 길 막힘, 고립된 산골마을, 군대 시절 밤샘 눈 치움, 가래로 눈 치우며 선진사회의 멋진 제설장비를 부러워했던 기억, 눈 속에서 뽀시시 자고 있는 시금치와 봄똥 배추, 찬바람, 불조심, 산불감시원, 산행 중 골절(낙마), 그 추운 날 땀 흘리면서 더운 김 뿜어내던 119 아저씨 등에 업혀 내려오던 산길, 등등 시골의 조그마한 아파트 놀이터에 모인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연상한 사연은 무궁무진하다. 그래 이것이다. 우리가 지나고 후회하는 것들이.
즐거움을 회상할 때는 아주 밝은 홍조를 띄우면서 입에 침이 고이도록 미소를 지어면서 남의 추억에도 “그래 맞아 맞아”하고 신나 하면서, 난감했던 기억들은 힘겹게 느끼는 듯하다. 자연 현상의 어려움을 이야기 할 때는 고개 꺼덕임으로 무언(無言)의 동질감의 고통을 나타내면서 침묵하지만, 레크레이션의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의 기억에는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 지랄할라꼬 기어 나가나?” 하면서 본인들이 구난 대원인 듯 입에 거품을 문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옵서도 인간의 형상으로 공생의 사역을 마감할 즈음에도 다가올 일을 염려하며 ‘보내신 이의 뜻이 무엇일까?’를 밤새워 기도로 구하고자 하셨다는데, 미래를 점치는 예언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은 정말로 그것도 타인의 앞날을 알 수 있을까?
“水災(수재)운이 돌아왔으니 겨울에 눈밭이나 얼음 놀이터 가까이 가지 말고, 화기(火氣)가 강하니 불조심하고, 재산 축날 징조가 보이니 특히나 재물 관리를 잘하시기 바란다.”라고 점쟁이가 주문했다면 이 말은 틀림없는 꼭 맞는 말일 것이다.
눈밭이나 썰매장에 가서 놀다 보면 다칠 수도 있을 것이고, 집불이든 산불이든 잘못 취급하면 재앙이 닫쳐올 수 있을 것이며, 재물도 관리 잘못하면 엉뚱한 곳에서 손실을 볼 수 있음은 틀림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이 점술가는 그야말로 용(신통)하게 잘 아는 예언가 그것도 대 예언가가 되기에 충분하며, 어려움을 당한 이에게 “그렇게도 조심하라했는데 왜 내말 안 듣고 이런 낭패를 보는가?”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며, 또 설령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면 “그 봐라 내 말 믿고 조심하니 이렇게 잘 넘기고 즐겁게 살자나?” 한다면 이 또한 신통하게 재앙을 막아준 위대하고 고마운 존재가 아니겠는가?
더위가 짜증나서 부채를 벗하여 어린 친구들이 뒹구는 놀이터 나무 그늘에라도 나가서 소일(消日) 할라치면, 정말 운 좋은 날은 장기나 바둑을 두는 노인네 닮은 신선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조훈현이나 창호처럼 國手는 못되어도, 눈에 아주 신통한 ‘신의 한 수’가 보이건만 저이는 왜? 저 수를 못 보고 저렇게 멍청히 멍 때리며 長考(장고)를 하고 있을까?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훈수를 하고픈 유혹을 많이도 받아보고 급기야는 한소리하다 언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가 아닐까?
내년 늦은 봄에 우리 고장을 위하고 우리네 이웃의 끝없는 행복을 위하여 온몸을 다 바쳐 일을 할 일꾼들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데, 수장(首長)을 비롯한 여러 자리에 임(任하)여 한 몸 다 바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출사표(出師表)를 던지려는 이들이 많다는 소식이 남루(襤褸)함을 훈장인 듯 달고 다니며 자리 매김 못하는 촌부(村夫) 귀에도 쓰나미로 밀려온다.
‘안되면 말고’식의 바둑 훈수처럼 책임 없는 생각, 公薦(공천) 줄 위원장의 행방에 촉각을 세우고 전전긍긍하는 소신 없는 못난 겁쟁이, 어릿광대처럼 뜬 구름 놀음하다 아비 힘만 믿고 과거장에 간 덜 떨어진 대갓집 자제처럼 정말 자격 미달 출마자들이 우리 고장에는 없다고 믿고 싶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하지만, 훗날 슬픈 기억의 인물을 원치 않는다면, 점쟁이의 운세처럼 책임감 없는 일꾼을 원하지 않는다면, 장기 훈수꾼이 되지 말고 단 한판이라도 장기판을 꿰차고 앉아서 여름을 즐겨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