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30호입력 : 2017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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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고 살아보자
시원 하겠다. 정말로 시원하게 지내고 있어 보였다. 근심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것 같아서 괜스레 “이리 오너라!” 하고 한번 불러내서 걸쭉한 농주 한 잔이라도 청하여 보고 싶음은, 도심의 첨예하게 대립되고 최첨단의 새로운 소식이나 학문적인 논조의 생각이 아니라도 하다못해 어제 저녁에 방송된 연속극 주인공의 자켓이 일류 의상 디자이너의 작품임을 알고 있어야 사회성이 결여된 노털(老人) 신세를 면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을 잠시라도 잊을 듯하여 나그네는 꼭 목이 마르고 갈증을 느낌을 핑계로 허튼 놀음을 하여 보고 싶어서다.
[삼다도]라고 애칭으로 부르는 이름표를 달고 있던 남쪽의 그 섬, 남해 바다위에 버티고 서서 열대(熱帶) 바람의 열기를 한반도에는 알맞게 낮추어 주는 그 외로운 섬에 살던 아주 오래된 친구를 잠시 생각 해 본다. 학창 시절, 어머님의 병환 소식을 전화로 연락 받고 걱정으로 고심하는 급우에게 과(科)에서 十匙一飯으로 모금한 여비를 전달받은 그 꼬맹이는 비행기로 고향을 가지 않고 급우 두 명 정도가 동행을 해 준다면 부산에서 배편으로 갈 수 있다하여 억지춘양 격으로 삼다도를 여행 한 추억이 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삼복 염천지절 (三伏 炎天之節) 이었기로 촌사람이 피서 겸 하계 휴양을 떠난 격이었지만, 친구 어머님의 간병 겸 위로의 막중한 임무를 지고 갔으니 마냥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 글쟁이의 고향도 새마을 운동의 혜택으로 마을길이 넓어지고 초가지붕이 칼라 풀 하게 바뀌면서 문간에 철 대문이 자리 잡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절, 그곳은 대문이 없이 길다란 나무 막대 세 개가 꼭 로마 글자 형식처럼 걸쳐져 있음을 보면서 ‘아 이곳은 아직 인심이 좋구나!’하고 감명 깊게 느꼈었다.
하기야 그래서 삼다도는 거지, 도둑, 대문이 없는 삼무도(三無)라고도 한다 하더니 ‘참 말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그 친구가 매우 친근감이 느껴졌다. 친구가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텔레파시가 통하였는지 어머님은 곧장 소천하시고 그 뒷일을 하면서 마을 친지 분들이 모여서 모두가 열심히들 위로와 장례일을 돕는 모습이 흐뭇하였지만 특이한 것은 식사 시간이 되면 모두 각자 집으로 가셔서 먹고 또 다시 모여 일들을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 고장은 몇일이고 초상집에서 취식을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삼우제(三虞祭)를 마치고 조금 더 있으면서 어머님과의 정을 다독이고 오라는 우리들의 간곡한 만류도 무시하고 또 다시 배편으로 우리 일행과 함께 되돌아오던 그 녀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용 면적 25㎡도 채 덜 되는 원룸인 나의 둥지를, 요즘 애완견도 하고 산다는 에어콘을 설치해도 경비나 사용요금이 감당치 못 할 만큼의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생을 뒤 돌아 보니 부모님께 불효 짓 많이 했고, 형제간이나 친지들께 무엇 하나 내세울 정도로 모범된 생활을 못한 처지라 김병연 선생의 그림자밟기도 민망하지만 삿갓 쓰는 기분으로 특정의 냉난방을 하는 호사를 멀리하고 생활한지가 수 십년 되니 오늘처럼 이렇게 알콜 기둥이 키 자람을 할 때는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활짝 열어 제쳐 놓고 산다.
비교적 저층인 관계로 ‘누군가 볼까?’하여 실내에서도 의관을 정제한 선비흉내 아닌 흉내를 내는 愼獨(신독)이 습관이 되어 있다. 문득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아파트 옆 동산에 올라 바라다보니, 모두가 출입문이 잠김은 물론 닫쳐있는 창문마다 예쁜 무늬가 그려져 있는 커텐으로 가려져 있다. 모두가 軍에서 배운 엄폐은폐가 저토록 잘 돼 있더란 말인가? 차라리 건축 할 때부터 창을 작게 내는 것이 더 좋았을까?
문득 수녀원에서 일생을 기도와 참선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다가가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수녀님들은 창문이 필요 없을까? 일전에, 어느 직원이 업무상 행한 행위로 인하여 고위성이 있는 위법성을 의심 받으며 조사 중에 스스로 命을 달리 한 사연을 접하면서, 저 사람이 두목이 아니라 리더로 살고자 노력하며 또 창문이 큼직한 집에서 살았다면 조금 더 살다 갈 수 있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獄(옥)에서 생활하는 죄수(罪囚)와 간수(看守)들은 정말로 창문이나 출입문을 꼭꼭 닫아야 하며 그들 중에 누가 더 햇볕을 그리워하겠는지 궁금해진다. 숨쉬기 운동이 끝나는 날. 그날이 못내 찾아오기 전에 창문 열기 연습을 한 것이 그나마 박수 받을 일인 것 같다.
-수필가 동화 한 봉 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30호입력 : 2017년 0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