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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더운 줄 모르는가?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31호입력 : 2017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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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군민신문 

선비는 더운 줄 모르는가?


아 덥다.
정말 짜증 날 만큼 더워서 미치겠다.
향교의 전교(典敎)를 지내신 할아버지는 더위를 모르셨나 보다.
이런 날씨를 “덥기는 뭐가 덥노? 잔말 말고 얼른 들어서서 훌렁거려서 논 안 매나? 응?” 이렇게 덥고 땀이 흐르면서 짜증나는 일을 덥지 않으니 빨리 동참하라 하시는 말씀은 그냥 수긍하기는 어려운 말씀이셨기 때문에, 황순원 선생이 쓴 ‘독 짓는 늙은이’의 송영감처럼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옹고집 장이로 영원히 기억 될 듯하였고, 초등교육도 시작하기 전의 손주의 입장에서는 할아버님은 아버지를 비롯한 숙부님들을 달달 몰아세우며 일을 심하게 시켜먹는 그냥 그렇게 무서운 분으로 기억 될 처지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누렁이를 끌고 산에 올라 소 풀 잡히기를 하는 것조차도 귀찮아서 그리 반가운 행위가 아니었는데, 이렇게 더운 날을 덥지 않다며 열심히 일 하기를 말씀하심이 어찌 쉽게 이해가 갈 것인가?

솟을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높은 섬돌을 힘들게 올라서고 또 대청마루를 엉금엉금 기어서 문지방 턱을 넘어설라치면, 할아버님의 눈치를 보아 가면서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라고 할머니나 어머님이 늘 말씀하셨음을 기억하고 오금 저리면서 뵙던 할아버님이 거짓말 하셨을 것은 아니지만 어린 생각에 여름이 덥지 않으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젊은 시절이 끝날 때까지 즉 軍 생활을 마치고 올 때까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아, 그랬구나!”
할아버님의 ‘덥지 않은 여름 날씨’와 또 그렇게 더운 줄 모르시며 흐르는 땀방울이 가물어 타 들어가는 논에 젖줄처럼 부어져야 가을에 못난 손주 녀석 등록금이라도 궁색함 없이 감당해야 그나마 체면치레라도 한다고 생각한 양반 나으리의 껍질은, 여차하면 조상님 아니 멀리 볼 것 없이 당신의 할아버지 되시던 나의 고조할아버님의 가마꾼이던 박서방네 앞에서 궁색한 급전을 구하려 마을을 나다녀야 될 가위 눌림을 벗어나는 것이 숙명으로 알고 사셨던 것 같다.

차라리 오십년만 먼저 태어 나셨다면, 종놈들이 땀 흘리면서 일 하다가도 구경 나오신 나으리의 더위조차 부채질로 식혀주는 호강을 누렸을 텐데, 종놈이 머슴으로 이름만 바뀌었는데 당시의 생활상의 일면은 천지차로 바뀌어서 무조건 고개 숙이고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번정도로 바깥채에서 꼬던 새끼줄을 달고 마당에 주우욱 늘어서서 “어르신 여쭐 말씀이 있는데요.?” 하면서 여차여차한 사유로 저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반복하여 요구해오니
이건 정말 천지개벽이요 경천동지의 변화였으니, 할아버님은 아마도 한학자요 양반이요 씨족의 족장으로서 자존감을 지키는 방편으로 당신께옵서 손수 머리와 입으로만 군림하는 양반의 허울을 벗어 버리시고 몸소 일을 하시면서 더운 것쯤을 이겨 나가셨다는 가르침을 주셨던 것이었다.

일전에 우리 고장에서 선비문화 포럼이 있었다.
집행부는 이런 염천지절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한복을 받쳐 입고 안내와 손님 수발에 수고를 하고 계셨고, 손님들 특히 경북청년유도회를 대표하여 오신 분은 요즘 보기 드문 누른 모시(?) 도포자락 까지 갖춘 의관정제 모습이 일견 아름답기도 하였다.
시대 흐름이랄까?

건물 바깥은 섭씨온도로 40을 넘보며 발광을 하지만, 실내 온도는 절대 복종하던 종놈들보다 말을 잘 듣는 냉방기기의 피나는 노력으로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고, 남색 치마저고리로 곱디고운 자태를 연출 한 그 고운 마음씨로 빗어낸 시원한 [식혜] 또한 전기기기의 힘을 빌어서 화수분처럼 제공하였으니, 정말로 시원한 여름날이었다.

선비,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으로 특히 유교이념을 구현하는 분을 지칭함인데, 이는 몽고의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어질다”와 한자어에서 유래한 士를 근거로 많이 아는 박식하여 지도자의 길을 가는 사람을 지칭함이라 보는 보편적인 내용에, 감히 몇 자의 주문을 하자면 이렇게 더운 날에 저렇게 불편한 의관을 차려입었다면 옷이나 관모(冠帽)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옛날 선비 정신을 익힘만이 전부가 아니고 이 시대에 맞는 모범된 현 시대의 선비정신 확립을 하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 할 때 비로소 선비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조선 시대의 흐름에서 보았듯이 중국의 깨우친 사람들의 詩 몇 줄과 성현들의 가르침 글 몇 줄 암기가 자주국방이나 국가경제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음을 뼈저리게 당해 보았으니, 선비도 국민이나 지역민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자기의 명예나 권력 얻음이나 재력 부풀기에 혈안이 된다면 이미 그는 선비가 아니고 소위 [좀비]가 되기 쉬우니 그야 말로 愼獨 해야 한다고 조용히 덧붙여 본다.
-수필가 동화 한 봉 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31호입력 : 2017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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