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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퍼포먼스(제6회) -서상조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62호입력 : 2018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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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령군민신문 

시인·소설가 서 상 조

퍼포먼스(제6회)

“얘들아, 명주가 회사에 사표를 낸지 한 달도 안돼서 이렇게 된 것은 회사 퇴직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아! 그래. 우리가 친구로서 이렇게 갑자기 떠나간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 봐야 되는 게 아닌가? 나는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요즘 세상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다 드러났지. 저기 병풍 뒤에 누워있는 명주가 엄연한 현실이야 이 사람아.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 치워”
각자 관점의 차이가 다르고 명주와 친분의 차이가 있으니, 상황에 대해 접근하는 것도 모두 달랐다.
“그런데, 쓸데없는 이야기인줄은 알지만 혹시 명주가 여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
“예끼! 이 친구야. 명주는 여기 있는 친구들이 다 아는 것처럼 마누라가 아닌 여자와 살이라고 닿을라 치면 무슨 역병에라도 걸리는 줄 아는 친구 였어”
“나는 그런 점은 처음 듣는데, 그렇다면 심리적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네. 총각 때에 역 앞에 갔다가 거시기병으로 고생한 트라우마가 아닌가?”
친구들은 실없는 농담에 한바탕 웃으면서 술을 들이켰다.

명주는 자신이 저 세상의 귀신이 되어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실제로 죽게 된다면 자신만 이 세상에서 사라질 뿐, 달라 질 것은 하나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술자리에서 안주꺼리로 들먹여지다가 몇 달이 지나면 그마저도 망각되어 질것이 분명했다.
가족들의 슬픔마저도 당면한 삶의 번잡함으로 인하여 쉬이 묻혀 져 버릴 것으로 확신이 들었다.

그때, 허리가 꼬부라져 코가 땅에 닿을 듯싶은 할머니 한 분이 곧 울음이 터질 표정으로 마당에 들어섰다.
느닷없이 빈소로 가시더니 엎드려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와 각별히 친하게 지내셨고, 명주가 태어 날 때 산파 역할을 하신 송골댁 아주머니였다.
어릴 때 명주를 유난히 예쁘게 봐 주셨고, 명주도 ‘아주머니~’ 하면서 많이 따랐었다.
“아이구, 이게 무슨 날벼락이고. 아이구! 야야 네가 그 나이에 이게 무슨 일이고. 촌에 나온다고 집수리를 하길래 네 어미가 살아오는 듯이 반가웠는데. 아이구! 밍주야 아이구! 밍주야”
송골 아주머니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역시 초상집에는 곡하는 소리가 있어야 초상집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친구들도 말들을 조심하면서 새삼스레 숙연해지고 있었다.

명주는 훗날 아주머니께 사과와 함께 이해시킬 방법을 생각하면서 또 한 잔의 술을 마셨다.
이제야 술이 소주의 맛을 찾은 것 같았다.
명주는 조용히 일어서서 단단해 보이는 젊은이의 경호 아닌 경호를 받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차를 세워 둔 곳에 도착하고서도 젊은이는 곁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이젠 들어가 봐요”
명주가 돌아가기를 재촉하자 젊은이는 오히려 명주를 걱정했다.
“술 드셨는데 운전은 하지 마시죠”
표정에서 정말로 걱정스러움이 우러나왔다.
그 표정이 귀하게 보여, 빙긋이 웃으면서 꽤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술 석잔 까지는 알콜 측정기에 수치가 안 나와요. 사고 없이 조심해서 갈테니 들어가 봐요”
그제야 편한 표정으로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서 갔다.

명주는 차문을 열고 달려 나가서 ‘꽉’ 껴안아 주고 싶은 가족애를 느꼈다.
자손이 귀한 가문이라 사람에 대한 허기짐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단순히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대상이 된다는 생각에는 고개를 저었다.

송골 아주머니와 저 친구에게서는 마음을 펼쳐놓고 사람을 마주하는, 그러니까 이면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슴 뭉클거림이 있는 것이었다.
‘혈족’이 아닌, ‘심족’의 연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분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피는 다르지만 마음이 유난히 와 닿는 사람들, 명주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겨레’ 심족의 존재를 은연중에 인식하고 살아 왔었다.
차의 앞 유리가 스크린이 된 듯이 네모와 세모, 그리고 동그라미를 비롯해서 온갖 형상들이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야들아, 이제 아무도 없지?”
“예, 상주도 없고 하니까 눈치 안보고 싸악 사라지고 아무도 없습니다”
“방으로 들어가자”
“병풍 뒤에 냄새 날 텐데 여기 있죠”
“그 냄새 맡으러 가자는 거야”
“아이구, 형님도 취미가 별나셔”
“야, 명령이야 들어가”
“...........”
“병풍 치워”
“예?”
“내가 치우께”
“아니, 형님”
“지금부터 귀신을 보게 될 것이야, 얍!”
“우 욱!”
“미안하다, 이게 정답이야 퍼포먼스였어. 속여서 미안해, 본의 아니게.
여기 봉투가 있네. 이건 부녀회와 우리 셋의 일당,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 값이겠네. 오우, 이건 특별 보너스네. 너희들 운동기구잖아. 그런데 책은 왜 이렇게 많이 넣어 놨어? 아이구! 내 해골바가지야!”
-끝-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62호입력 : 2018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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