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집안에 전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추석 전날, 장날 어머님이 사 온 새 옷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저에게 할머니가 몰래 부르셔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어 주시곤 하셨습니다.
평소에 접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10원짜리 지폐를 주머니에 두툼하게 넣고 친구들과 함께 골목길을 누비며 즐거운 팽이치기도 하고, 가게에 가서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것을 사는 풍요로운 추석 당일은, 온 세상이 나의 것이었습니다.
안방에서 어른들이 약주를 한잔하시는 저녁, 골방에서 사촌 친척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그립기도 합니다.
늙은 부모님께서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을 꼼꼼히 싸서 도시로 나간 그리운 자녀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요즘 추석은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지금보다 가난한 그때의 행복이 더 가슴 깊이 와 닿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올해는 더욱더 씁쓸합니다.
비록 지금, 그리운 얼굴을 볼 수 없고 정다운 대화는 나눌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추석엔 따뜻한 고향 방문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부모님께 전화로 안부를 여쭤보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을 택배로 전하여 넉넉한 한가위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