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솔 조각가 김태만 어르신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 제2의 인생, 효녀 딸과 함께 행복한 동행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1년 03월 24일
↑↑관솔조각가 김태만 어르신과 효녀딸 김광숙씨 부녀의 다정한 모습
단비가 곱게 내리는 날, 관솔 조각 작품으로 제2의 인생을 행복의 나날로 보내고 있는 개진면 인안2리 관솔 조각가 김태만(85세)어르신 댁을 방문했다. 시골집 마당을 들어서니 수북이 쌓인 관솔더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군청에서 30분을 달려 찾아간 기자를 반갑게 맞아 주신 김태만 어르신과 효녀 딸 광숙씨, 그리고 최종순 이장님 모두가 함께한 자리는 관솔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김태만 어르신이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들을 집안 곳곳에서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회를 마치고 옮겨온 십자가와 묵주, 목부작 등 많은 작품들이 아직 녹녹치 않은 전시 공간으로 인해 거실과 아래채 방에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관솔로 조각을 시작한 것이 벌써 2년째다. 그동안 인근 야산을 누비며 죽은 소나무 뿌리를 채취해 조각한 작품만 해도 수백 점에 이른다. 집안 곳곳에 놓인 작품은 저마다 의미와 모양도 다르다. 김태만 어르신은 작품을 다듬으면서 작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고령군을 상징하는 작품에서 부터 개진면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담은 작품 등 개개인의 상처와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관솔에 새 생명을 불어 넣으면서 어느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관솔은 송진 덩어리로서 끈적끈적한 성분 때문에 톱이 잘 건너가지가 않는다. 송진 묻은 찐득찐득한 톱밥을 톱날에서 제거해 가면서 자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톱질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관솔을 다듬을 때에는 작은 손도끼와 손칼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어르신은 손가락, 손등, 손바닥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관솔에 대한 그의 애정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다. 그만큼 작업이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다.
관솔은 소나무의 뿌리 부분에 주로 생기는데, 소나무가 죽어서 상처를 입으면 옹이가 되고,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몸속에서 진액을 밀어내는데, 이것이 나무의 상처 부분에 스며든 것이 송진이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또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영성신학을 마치고 현재 공동체인 국제가톨릭형제회(AFI)에서 활동하고 있는 딸이 신부로부터 한 토막의 관솔을 선물 받고부터 관솔 향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그때부터 관솔에 심취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젠 관솔 조각가로 하루하루 기쁨과 행복을 더하고 있다.
딸은 아버지에게 십자가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너무 힘든 일이라 행여 아버지가 손이라도 다치실까봐 말도 못꺼내고 있던 어느날 딸이 몸담고 있는 국제가톨릭형제회 회원 3명이 집을 방문을 했을 때 마당에서 관솔을 다듬으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회원들이 “아부지, 십자가 세개만 만들어 주세요” 라는 한마디에 본격적으로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수백 개의 십자가를 깎아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누면서 계기가 되어 딸의 도움으로 불과 1년 만에 대구에서 전시회까지 개최했다.
조각이란 해 본 적도 없지만 오로지 그 누군가에게 치유가 되고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일념으로 손을 다쳐가면서도 밤늦은 시간까지 끊임없이 관솔을 다듬는데 혼신의 열정을 다해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 대구시 대명동 소재 예수성심시녀회 남대영기념관에서 ‘상처와 죽음을 너머 생명의 기쁨을 찾다’라는 테마로 관솔 작품전시회를 열어 많은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관솔을 얻기까지는 많은 힘이 든다. 야산을 찾아 죽은 소나무 뿌리와 가지를 채취해서 송진 먹은 속살이 나올 때까지 깎고 또 깍아야 관솔이 나온다. 관솔이 나오기까지 두 손은 상처가 가실 날이 없다. 그 힘든 순간 순간도 김태만 어르신에게는 기쁨이고 보람이다. 사랑하는 딸이 좋아하고 나의 노력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가 큰 기쁨인 것이다.
효녀 딸 광숙씨는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날마다 감탄하고 또 감동한다.”고 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성실과 겸허로 살아오면서 부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큰 아픔을 겪으면서 술을 친구삼아 지내오던 어르신은 관솔과의 인연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행복에너지가 된 것이다.
“이제는 힘 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 남은 여생을 누군가에게 기쁨 주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생을 다 하겠다”는 김태만 관솔 조각가의 마지막 꿈은 지난해 10월 대구 전시회를 시작으로 딸을 통해 알게 된 정홍규 신부와의 축복된 만남의 결실로 관솔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면서 앞으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전시회까지 계획되어 있다.
앞으로 자신이 만든 관솔 십자가와 목부작으로 스트레스 속에 사는 현대인들이 조금이나마 심신의 위안을 받으면 정말 좋겠다는 것이 관솔조각가 김태만 어르신의 유일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