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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순 칼럼 _ 평생학습교육 어머니들

글. 최계순 / 시인, 수필가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1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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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최계순 / 수필가, 시인

글을 배우지 않아서 읽고 쓸 줄을 모르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천지 사방에 적힌 글자들은 오히려 어머니들에게는 무서운 존재였을 것이다. 

적군과도 같은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외국의 어느 도시에 홀로 떨어진 두려움과 막막함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안내판이며 목욕탕 미장원 등을 찾아 가려면 글자를 모르는 엄마들은 어떻게 생활의 지혜를 익혔을까? 남의 등에 떠밀려 가게도 찾고 남에게 물어 물어 버스도 타면서 그동안 얼마나 갑갑했을까?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 구박 당하고, 남편이 속을 썩이고 자식들이 말을 안 들을 때 그녀들은 어떻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했을까? 억울하고 분한 가슴을 부여잡고 꼭 가슴에 글 한자를 적어 넣고 싶은 그 마음 속 한(限)을 어떻게 풀었을까. 아니면 자기의 마음속 심장에 꼭꼭 박아두고 감추고 그렇게 살았을까.

바람 부는 쓸쓸한 저녁에 부엌 바닥에 앉아 서러운 눈물을 삼키면서 죄없는 부지깽이로 박자를 맞추며 구성진 노래를 불렀으리라. 선잠을 깨어 새벽부터 물을 뜨러 나와 동동 걸음을 치면서도 샘물 한 바가지에게 서러운 자기 얘기를 주절주절 꺼내 놓았을까. 모심기를 하거나 고된 길쌈을 하면서 글도 모르는 어머니들은 민요라는 노래로 자기의 한을 풀었을 것이다. 

정선의 아리랑처럼 애끓는 곡으로도 탄생되었을 것이다.
 
이런 까막눈 어른들의 만학을 돕기 위해 평생 학습을 맡은 선생님들이 마을마다 찾아다니면서 어머니들에게 한글 가르치기를 하고 있다. 바쁜 자식들은 먹고 살기가 바빠 관심이 없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데, 정부 시책이나 자원봉사자들 손에 의해 어머니들이 학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가·나‧ 마·라‧ 마·마 ‧사를 배우면서 어머니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세상의 문이 열리고 세상이 밝게 돋아나는 그 느낌이 어머니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제 막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나오고, 정겨운 뒷산에서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봉긋이 떠오르고, 이제 막 참꽃이 뾰족이 입을 내미는 것 같이 수줍고 두근두근한 마음이었으리라.

 ‘내가 글을 배우다니!’, 
‘세상에 이런 것이 있구나! ’ 하며 그런 천가지 만가지 소회를 풀어가면서 어머니들이 글자를 대했으리라.

칠십·팔십까지 안 보이던 까막눈에 비로소 물체가 보이고 빛이 보이고 사물이 보이므로 놀라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눈을 뜨는 심정은 참으로 소중하고 벅찬 감동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노란 산수유꽃이 피는 것처럼, 환한 살구꽃이 피는 것처럼 마음에도 환한 등불이 하나 켜졌을 것이다.
 
한 어머니는 글을 배워 ‘눈’이라는 시를 썼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이라고 쓴 시다. 

흰 눈이 사박사박 내렸는데 자기의 삶을 대비하여 그동안 참고 잘 살았다는 자기 스스로의 대견함과 자부심으로 간단하게 시로 나타낸 것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큰 감동을 받는다.
 
논일‧ 밭일과 자식 키우는 일 등 쉴 사이도 없이 부대끼며 살아온 검버섯 같은 까막눈 인생에도 햇살이 들고, 그 까막눈에 모든 것들이 흔들리며 다가와 손을 흔든다. 그림자 같던 화면이 밝아지고 선명해짐으로 해서 그 기쁨은 늘그막에 얻은 늦둥이같이 어여쁘고 소중한 환희의 물결이리라.

까막눈에 흰 백태를 걷어내듯 가리워진 장막을 걷어내듯 밝은 눈을 가지게 된 평생 학습 마을의 어머니들이 쓴 시를 읽고 나는 큰 기쁨으로 일렁이는 아침을 맞는다.


(( 작가 소개 _ 수필가 최계순 ))

본지에서는 이번호부터 수필가를 모셨다.
1990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해 중진수필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계순 수필가를 본지에서 만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대부분의 수필가들이 사회 독자층과 문학적 성과를 다 같이 겸비해야 하는데 수상쪽에 치우친 사람은 독자들이 어렵고 가슴에 잘 와 닿지 않으며 폭넓게 쓰는 구사능력이 풍부하지 못한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계순 작가는 중진수필가답게 사설, 문학, 개인탐구 등 두루 겸비했다. 고령을 삼십년 넘게 있어서 고향과도 같고 사랑하는 마음도 똑 같다는 그의 글은 일단 사람들이 술술 내려가면서 읽기가 쉽다는 평을 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맞는 어휘와 단어를 숙련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에세이집 “그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는 실제 독자층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 고대 도서관 및 서울 관내 도서관 등에 비치되어 있다. 이번호부터 본지에 칼럼 및 문학작품 집필로 애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동안 중진 수필가로 애정어린 활동을 해왔기에 독자층 또한 다양하고 두텁다.

앞으로 본지를 통해 최계순 작가와의 만남으로 소중한 인연이 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1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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